"삼성에선 보여준 게 없는 선수인데..김인태씨 덕분에"

김민경 기자 2022. 1. 1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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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박계범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삼성에서는 솔직히 보여준 게 없는 선수였다. 두산에서 김인태 씨(28)가 진짜 많이 미안할 정도로 많이 챙겨준다.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 시절 박계범(26)은 벤치에 있는 시간이 더 긴 선수였다. 2015년 1군에 데뷔해 2020년까지 146경기에 출전한 게 전부였다. 지난해는 그의 야구 인생에 큰 전환점이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삼성에 FA 이적한 내야수 오재일의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박계범은 두산에 오자마자 중용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주전 2루수 오재원이 개막과 함께 부상으로 이탈한 게 시작이었다. 박계범은 주로 2루수로 경기에 나서며 오재원의 빈자리를 채웠고, 5월부터 2루수 강승호가 합류하고 주전 유격수 김재호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유격수로 출전하는 시간이 늘었다. 박계범은 지난해 1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7(322타수 86안타), 5홈런, 46타점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박계범은 12일 잠실야구장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걱정한 것보다는 70%까진 만족하면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걱정한 것보다는 시즌을 잘 치르지 않았나 싶다. 경기 수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잡았다. 100경기 이상 나가보자고 마음을 먹었는데, 100경기 이상 나가서 마음에 든다"고 지난 시즌을 되돌아봤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아쉬운 마음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두산은 출전 기회에 굶주렸던 박계범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그는 "걱정을 진짜 많이 하고 두산에 왔는데, 나한테는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뛰었다. 이렇게까지 많은 기회가 올지는 몰랐지만, 나를 믿고 경기에 내보내 주셔서 그저 감사했다"고 이야기했다.

내야 어디든 구멍이 나면 뛸 수 있게 준비를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계범은 "사실 2루수는 어릴 때부터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유격수와 3루수만 하다가 지난해 2루수를 많이 봤는데, 하다 보니까 2루수가 제일 편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기록을 떠나서 어디 포지션에 구멍이 났을 때 들어가서 뛰었기에 50%는 (보상선수의 몫을) 해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솔직히 나는 보여준 게 없는 선수였다. 삼성에서도 기껏 해봐야 60경기 정도 뛰었던 선수다. 그래서 멀티 포지션으로 나가는 상황이 불편하기보다는 감사했다. 어쨌든 경기를 많이 뛸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외야수 김인태(28)는 박계범이 빠르게 팀에 적응할 수 있게 가장 큰 도움을 준 동료다. 김인태는 지난해 나란히 보상선수로 팀에 합류한 박계범과 강승호(28)를 살뜰히 챙겨 눈길을 끌었다. 박계범은 한국 나이로는 1살 형인 김인태와 강승호를 '김인태 씨', '강승호 씨'라고 부르며 잘 따르고 있다.

박계범은 "친구가 김인태 씨랑, 강승호 씨밖에 없다(웃음). 솔직히 (김)인태 형이랑은 잘 맞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잘 모르는 사이였으니까. (강)승호 형은 어릴 때부터 잘 아는 사이였는데, 지금은 승호 형보다 인태 형이 더 편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인태 씨는 사람이 정이 많다. 엄청 투덜대는데 속은 그게 아니다. 잘 챙겨줬으니까 나도 잘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다. 진짜 미안할 정도로 많이 챙겨준다. 다만 인태 씨가 화가 많다(웃음). 경상도 출신이라 말투가 조금 세고, 화가 많아서 감정을 잘 제어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챙겨주려면 그냥 챙겨주지 툴툴대면서 챙겨준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박계범은 이제 두산에서 2년째지만, 더그아웃에서 해줘야 할 몫이 커졌다. 그동안 허경민, 정수빈 등 1990년생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면, 올해부터는 박계범, 강승호, 김인태 등 20대 후반 선수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

박계범은 더그아웃 리더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자신은 없어 보였다. 그는 "나랑 승호 형은 원래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편이다. 파이팅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후배들이 있으면 조용히 가서 조언을 해주거나 이런 것을 잘해 줄 자신은 있는데, 파이팅은 김인태 씨가 우리 몫까지 3배로 하라고 전달하겠다. 인태 씨가 우리 몫까지 해줄 거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 시즌에도 부상 없이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게 목표다. 올해는 120경기 출전을 목표로 잡았다. 박계범은 "지난해는 1군에서 이렇게 많은 경기를 뛰어본 적이 없었다. 지난해 나는 체력 부담을 못 느꼈는데, 주변에서는 부담을 느낀다고 본 것 같더라. 항상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올해도 그냥 안 다치고 하고 싶은 마음에 몸을 잘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항상 집 문을 열고 나올 때마다 '밝게 해야지' 마음을 먹고 나온다. 솔직히 야구를 잘하면 안 웃고 싶어도 웃음이 나오는데, 야구가 안 되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다. 가능한 야구장에서 좋은 에너지를 풍기면서 밝게 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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