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아직도 와인 안주로 치즈 먹니?..난 물 건너온 '이것' 먹는다"

진영화 2022. 1. 1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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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하몽과 프로슈토, 잠봉은 이복형제 관계에 있다. 이름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 같은 방식으로 제조된 '수제 생햄'이라는 점에서 같다. 돼지 뒷다리살 부위를 소금에 절인 뒤 소금기를 씻어내 통풍이 잘되는 장소에 걸어놓고 통상 2년간 건조·숙성시켜 만든다. 연기맛을 내는 훈연 처리는 하지 않는다. 이를 스페인에서 하몽, 이탈리아에서 프로슈토, 프랑스에서 잠봉으로 부른다. 유럽 전통 방식으로 만든 수제 육가공 식품을 뜻하는 불어인 '샤르퀴테리(charcuterie)'에 속하는 이들 생햄은 한국에선 낯선 식품이었다. 이름이 생소할 뿐 아니라 익히지 않은 햄을 먹는 문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때 소수 미식가나 유학생 출신들이 찾는 메뉴였던 생햄은 최근 와인 대중화 바람을 타고 찰떡궁합 안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NS에서 잠봉뵈르(잠봉과 버터를 넣은 프랑스식 샌드위치)가 관심을 끌면서 유럽식 생햄이 대중의 관심을 받았고 와인 붐과 함께 더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라별로 이어져 내려온 전통 제조 방식에 따라 만들어진 생햄은 큰 틀에서 비슷하지만, 숙성기간에 제조 지역 특유의 비법이 적용되면서 조금씩 다른 풍미를 낸다. 얇게 썬 생햄과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레드와인, 애플사이더, 멜론, 숙성 치즈 등이 꼽힌다.

이번주 기자평가단은 가격대가 비슷한 하몽·프로슈토·잠봉 3개 제품을 비교했다. 하몽과 프로슈토는 유럽연합(EU) 원산지 인증 라벨을 받은 제품으로 골랐지만, 프랑스 직수입 하몽은 국내 유통점에서 팔지 않기 때문에 후기가 많은 국내산 제품을 택했다.

1위는 세라노 하몽 슬라이스다. 오수현 기자는 "특유의 살짝 비릿하고 짭조름한 맛과 씹을수록 우러나오는 깊은 풍미가 와인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고 말했다. 또 "계속해 먹다 보면 높은 염도와 특유의 향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져 멜론 등 과일과 곁들이길 추천한다"고 했다. 이영욱 기자는 "짠맛이 가장 강하고 고소한 맛이 있다"며 "프로슈토보다는 식감이 연한 편"이라고 말했다. 강민호 기자는 "처음에는 스모키한 견과류 느낌이 있다가 점차 후추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첫맛과 끝맛이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적당히 짭짤한 맛이 입맛을 돋아준다"고 말했다. 홍성용 기자는 "다소 질긴 식감에 향이 강한 편이라 다른 음식과 조화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2위는 프로슈토 디 파르마가 차지했다. 오수현 기자는 "하몽보다 다소 지방이 많아 더 고소하다"며 "힘줄이 느껴지는 식감이 살아 있고 탄력이 있어 입에 잘 감기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아쉬운 점으로는 "햄을 자를 때 섬유질이 풀어지는 탓에 예쁘게 손질해 플레이팅하기 힘들다. 지방 함유율이 높아 다소 느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욱 기자는 "비교 제품 중 가장 촉촉하고 씹을수록 짠맛이 더해진다"며 "하몽만큼 향이 강하진 않은데 뒷맛이 강하게 올라온다"고 평가했다. 강민호 기자는 "비교 제품 중 가장 짭짤한 맛"이라며 "수분이 많은 멜론 등과 함께 먹으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또 "향긋한 과일향이 느껴져서 싱그러운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다만 홍성용 기자는 "미끌미끌한 생햄 식감이 낯선 사람에겐 취향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3위는 잠봉 드 파리 슬라이스다. 오수현 기자는 "해외 햄치고 염도가 낮고 담백해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며 "술안주뿐 아니라 샌드위치를 만들 때 한 장 끼워넣거나 잘게 잘라 김치볶음밥 재료로 사용해도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생햄의 특별한 맛을 기대했다면 평범하고 무난한 맛에 다소 실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욱 기자는 "짠맛이 거의 없고 닭가슴살처럼 퍽퍽한 식감이 있다"며 "우리가 아는 햄과 가장 가까운 편"이라고말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밋밋해 큰 개성은 없다"며 "햄버거 샌드위치 등 다른 재료와 궁합은 잘 맞을 듯하다"고 말했다. 진영화 기자는 "야들야들한 살코기의 식감이 두드러질 뿐 여타 제품과 달리 복합적 풍미가 없다"고 말했다. 강민호 기자는 "다른 음식을 보조하는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잠봉만의 맛은 찾기 쉽지 않다"며 "단독으로 먹기에는 조금은 심심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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