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자율주행 주차 로봇의 등장, 이젠 주차 걱정 끝!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주차대란 대한민국
최근 ‘민폐 주차’, ‘무개념 주차’, ‘주차 시비’ 등 이기적인 주차 행태 관련 이슈는 뉴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자주 등장합니다. 차량 주차를 위해 주차면 두 칸을 사용하거나, 전기차 충전 주차면에 내연기관 차량을 주차하는 일이죠.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일반 차량도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차에 주차 딱지를 붙였다는 이유로 주차장 출입구를 가로막는 엽기적인 사례도 있었죠.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주차장에서 벌어지는 몰상식한 주차 행태로 인해 욕설, 폭행 재물 손괴 등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 일은 늘어나고 있는데요. 하지만, 대부분의 주차장은 현행법상 사유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주차 금지 강제 및 처벌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주차 문제로 인한 분쟁이 우발적인 범죄로 이어지는 일도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처음에는 ‘심각한 문제인가?’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주차 문제로 비슷한 일을 겪고 나니 문제의 심각성을 알겠더라고요.
서로 배려하며 모두가 편안하고 쾌적하게 주차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주차 문제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9월 기준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누적)는 2,478만 대를 기록했습니다. 우리 국민 2명 중 1명은 자동차를 가지고 있죠. 2019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국 주차장 확보율은 10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공간이라도 사람이 몰리는 시간이 달라 자동차가 골고루 퍼지지 않기 때문이죠. 회사, 백화점, 마트, 관광지 등 우리가 자주 방문하는 장소의 주차 공간은 여전히 한정적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에 주차하려면 입구와 가까운 쪽에 주차 공간은 없는지 먼저 확인하게 되고, 입구와 멀어질수록 괜히 짜증납니다. 안되는 걸 알면서도 입구 근처에 불법 주차한 차량을 보고 ‘그냥 나도 여기에 세울까?’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누구나 주차장에서 개인의 편리함을 위해 한 번쯤 이기적인 선택을 고민합니다. 하지만, 나 하나만을 위한 주차장이 아니잖아요. 사회적 약속을 맺고 살아가기 때문에 불편하더라도 정해진 공간에 주차하기 위해 시간을 소모하죠.
2017년 미국의 교통 데이터 수집 회사 ‘INRIX’ 조사에 따르면, 운전자가 주차 공간을 찾는 데 연간 약 17시간을 소비한다고 합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할수록 더욱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데요. 뉴욕의 경우 주차 시간만 연간 약 107시간을 소모합니다.
이렇듯 비생산적인 시간 소모를 절약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이 주차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Robotic Parking Systems, Inc.’, ‘Westfalia Parking’, 이스라엘의 ‘Unitronics’, 독일의 ‘WÖHr Autoparksysteme Gmbh’, ‘Serva Transport Systems’, 중국의 ‘Yeefung Automation Technology’ 등을 꼽을 수 있어요.
다양한 주차 솔루션 중에서 오늘 소개할 분야는 주차의 ‘자동화’ 부분입니다. 해외 완성차 업체와 여러 로봇 기술 업체가 자율주행 기술 기반 주차 솔루션이나 주차 로봇 등을 개발하고 있죠.
유럽은 가장 큰 자동화 주차 시스템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주차 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자동 주차 솔루션을 장려하죠.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자동화 주차 시스템 시장 규모는 약 13억 달러(한화 약 1조 5,535억 원)에 달합니다. 연평균성장률은 13.1%로 2027년에 이르면 약 36억 달러(한화 약 4조 3,02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하네요.
자동 주차 솔루션은 구체적으로 어떤 시스템인가요?
자동차 역사만큼이나 주차에 대한 관심도 오래 되었습니다. 이미 약 100년 전부터 기계를 활용한 주차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1905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Garage Rue de Ponthieu’에서 최초의 자동 주차 시스템을 도입했는데요. 당시 엘리베이터 기술을 바탕으로 시설 관리자가 수동으로 차를 이동시켜 층별로 주차할 수 있었죠.
현재는 더욱 효과적인 자동 주차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는 차량 대수 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 주차장 산업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설립해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Stanley Robotics’는 자율주행 주차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공항 및 자동차 물류 산업 등 자동차 밀집도가 높은 장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차량 주차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Stanly Robotics가 제공하는 자율주행 발렛 주차 로봇 ‘Stan’은 완전 자율주행 로봇과 지능형 스토리지 관리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형태입니다. 입구에 자동차를 세워두면, 로봇이 와서 자동차를 들어올린 다음 빈 주차 공간에 자동으로 옮겨놓는 방식입니다. 현재 프랑스 리옹에 위치한 생텍쥐페리 공항 등 유럽 내 유수의 공항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인 작동 방식을 알아보죠. 자동차가 많은 지역에서 효과적인 주차 솔루션을 제공하려면 고정밀 내비게이션 기술이 필요합니다. 센치미터(cm)수준의 정밀도로 차량을 옮길 수 있어야 차체 손상이나 파손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자율주행 발렛 주차 로봇은 라이다(LiDAR) 스캐너 2개와 카메라 4대를 사용해 ‘위치 측정 및 동시 지도화(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이하 SLAM)’ 작업을 수행합니다. 로봇 스스로 주차장 범위와 규모를 측정하기 위해 주차장을 이동하면서 주변을 탐색하고, 자신의 위치를 측정하면서 실시간으로 지도를 작성하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약 12개월 동안 주차장 이용 차량 및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차례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솔루션 제공 장소에 필요한 최적의 로봇 수와 주차면 수를 도출합니다. 차량이 주차장에 진입하면 로봇이 차량을 스캔해 차량 크기 등 여러 정보를 종합하고, 입차한 차량 특성에 맞는 이동 동선을 실시간으로 만들어 차량을 이동시킵니다. 로봇이 이렇게 차량을 옮기면 운전자가 타고 내릴 만큼의 측면 공간이 필요 없기 때문에 주차 간격을 촘촘하게 배치할 수 있죠. 즉, 공간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자율주행 주차 로봇을 연구하는 사례가 있나요?
지난 2020년 10월 19일, 국토교통부가 산업융합규제특례심의에서 ‘스마트 주차 로봇 서비스’를 통과시켰습니다. ‘스마트 주차 로봇 서비스’는 주차장 출입구에서 자동으로 출차와 입차를 처리하는 무인주차 시스템으로, 2019년부터 부천시와 ㈜마로로봇테크 등이 협력해 개발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국토교통부는 해당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2월 주차 로봇 서비스의 안정적인 도입 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고, 3월에 팔레트를 이용해 주차할 수 있는 주차 차량 운반기를 개발, 제작했습니다. 2020년 2월부터 실증특례 기준에 따라 부천시의 일부 노외주차장과 인천시 부평구에서 주차 차량 운반기를 시범운행하고 있죠. 국토교통부는 주차 로봇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주차대기 시간 감소와 함께 기존 주차장 대비 30% 이상 주차 공간을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민간 차원의 기술 개발도 적극적입니다. 2020년 8월,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현대글로비스는 인천국제공항과 스마트주차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운전자가 차량을 지정 장소에 주차하면, 팔레트 모양의 주차 로봇이 차량 하부에서 차체를 들어올려 주차면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입니다.
2021년 5월, 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에는 무인운반차(Automated Guided Vehicle, AGV) 기술을 무인주차 로봇에 적용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싱가포르에 설립 중인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 해당 기술을 접목해 생산 완료 차량을 출고 전 보관 장소까지 이동시키는 역할에 투입할 예정이라네요. 아직 구체적인 사업화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관련 기술은 더욱 고도화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자율주행 로봇 주차가 등장한다면 정말 편리할 것 같아요.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기술은 우리 삶을 빠르게 무인화 시대로 진입시키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주행 수준을 넘어 어느덧 관련 인프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요. 자율주행 주차 로봇은 아직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지만, 국내에서도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자율주행 주차 기술을 활용해 무인주차 환경을 안정적으로 구축한다면, 운전자가 주차하기 위해 불필요한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겠죠. 또한, 발렛 주차를 위해 차량 열쇠를 맡기면서 발생할 수 있는 귀중품 도난 등의 불안도 개선할 수 있을 겁니다. 차를 빼 달라고 번거롭게 전화를 하거나 좁은 주차장에 주차하며 ‘문콕’을 걱정하는 일도 사라질 수 있겠네요.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주차 관련 사건 사고 소식을 듣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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