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불의 게임줌인] 레벨 디자인 아는 척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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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이자 게임작가인 동시에 열혈 게이머인 김진수 필자가 2022년을 맞아 새롭게 준비한 '소금불의 게임줌인' 코너입니다. '개발자 칼럼' 코너를 통해 독자 여러분과 만났던 '소금불' 필자가 개발자 타이틀을 내려놓고 게이머 입장에서 더욱 재미있는 게임 이야기를 전달하려 합니다. < 편집자주 >
얼핏 3D 맵은 무질서해 보이지만 재밌는 규칙들이 많다. 환경 요소가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하거나, 배경 자체가 플레이어의 감정을 통제하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어떤 취미이든 용어까지 섭렵하면서 즐기면 더 폼 나는 법. 명작 곳곳에 깃든 레벨 디자인들을 살펴보면서 여러 기법을 알아보자.
흔히 쓰이면서도 제일 중요한 레벨 디자인 기법으로, 주요 장소를 대표하는 상징물이자 목적지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또한 광활한 지역에서 모험가의 친절한 나침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높은 장소에 도착해 특정 지역을 개방하는, 유비소프트표 오픈월드의 '타워 시스템'은 랜드마크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이다.
'슈퍼마리오' 무대에 뿌려진 동전들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빵 조각처럼 길안내 역할을 하거나 더 높은 난이도의 진행을 유도한다. 점점 현실과 가까운 게임이 제작되는 기조 탓에 활용도는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캐주얼 런닝게임이나 레트로풍 액션 장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정글 같은 복잡한 스테이지에서 자칫 미아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에 레벨 디자이너들은 특정 환경 요소에 힌트를 배려했다. 암벽등반, 벽타기 같은 체술을 발휘할 만한 곳에 마모된 자국이나 밝은 표면(Texture)을 입히는 것이다. 앞서 소개했던 허공에 동전을 배치하는 기법에서 더 우아하게 발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에서 그저 달라지는 풍경만 보는 것은 지루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주도권을 갖고 레벨 일부를 변화시키면 새로운 재미의 가능성이 열린다. 방 한쪽 벽에 균열 표시를 하거나, 끊어진 다리 옆에 운용할 수 있는 나무판자를 두어 스스로 길을 개척하게 하는 플레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기본적인 물리법칙을 활용한 정교한 퍼즐 설계 또한 레벨 디자이너의 몫이다.
낮은 지역으로 뛰어내려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거나, 방금 전에 열었던 문이 마법에 걸려 바로 잠겨버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플레이어를 다음 장소로 밀어내고 순서대로 장소를 경유하는 걸 유도하기 위해서 레벨 디자이너가 꼼수를 부린 것이다. 이전에 거쳤던 스테이지(레벨)를 메모리(RAM)에서 지움으로써 열악한 하드웨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많이 활용된다.
머신건 같은 중화기로 일당백의 위용을 자랑하는 '람보놀이'도 좋지만, 때론 고요한 달빛을 품고 적의 배후에 다가가 단칼에 숨통을 끊는 것도 재밌다. 빙판길, 가스실 같은 특정한 환경 요소를 배치하고 규칙을 제한하면 보다 다양한 게임성을 유도할 수 있다. 정형화된 플레이에 권태를 느낄 만할 때, 때때로 게임 규칙의 변주를 하는 일도 레벨 디자이너의 재량이 될 수 있다.
통로 혹은 적의 손길이 닿지 않는 안전지대를 걸으며 캐릭터간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전투 피로감을 씻어주고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주로 어드밴쳐게임에 자주 등장한다. 또한 주인공의 추억이 깃든 사물을 곳곳에 배치해 좀 더 이야기를 풍부하게 꾸밀 수도 있다. 이 기법을 가장 탁월하게 다루는 개발사로 너티독(Naughty Dog)을 꼽을 수 있다.
'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의 개발 철학이기도 한 이것은 레벨 디자인을 통한 학습법이다. 하나의 특기를 학습, 응용, 마스터하는 데까지 일련의 과정들이 잘 설계된 레벨 위에서 이뤄진다. 구구절절한 튜토리얼 멘트 따위 없이, 레벨 디자인 자체가 입문자를 위한 좋은 훈련장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줬다. 미야모토의 이 개발론은 훗날 많은 액션게임의 기본 문법으로 자리잡았다.
콘서트장에서 시종일관 고음 일색의 노래만 듣는 건 무리다. 신나는 음악에 온몸을 흔들다가 종종 마음을 가라앉히며 서정적인 멜로디를 음미하는 것은 뮤지션의 센스가 담긴 곡 배치이다. 이처럼 긴장과 이완 등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는 일은 음악뿐만이 아니다.
게임에서도 여행자를 배려하지 않고 뒤죽박죽으로 장소를 배치하면 안 된다. 동굴 속 틈새의 빛 한 줌에 의지해 길을 찾다가, 황량한 산중턱에서는 피 튀기는 전투를 겪고, 끝내 고지에 올라 이마의 땀 한방울을 훔치는 여유까지. 좋은 게임에는 이런 감정의 순환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참조1: NDC 레벨 디자인 튜토리얼, 이용태
참조2: GDC Uncharted 2: Creating an Active Cinematic Experience, Neil Druckmann
정리=이원희 기자(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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