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애로사항 들은 이재명 "탁상행정 탓".. 또 관료 때리기

중도층 겨냥 '친기업 행보' 가속화
10대 기업, 각종 규제 불만 쏟아내자
李 "책임 면하려고 규제 강화" 꼬집어
입법 시 규제영향평가 제도화에 공감
2차전지·로봇 등 10대 산업 중점 육성 "
수출액 1조달러 임기 내 달성" 공약도

넥타이 풀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운데)가 12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10대 그룹 CEO 토크 ‘넥타이 풀고 이야기합시다’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성장 중심 정책을 내놓으며 과감히 ‘우클릭’에 들어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2일 대기업 경영진을 만나 ‘친기업’ 행보를 펼쳤다. 기업들로부터 나온 각종 규제 관련 불만에 공감을 표현하면서 화살을 관료 탓으로 돌렸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관에서 대기업(삼성·현대차·SK·LG·롯데·포스코·한화·GS·한국조선해양·대한항공) 임원들과 ‘넥타이 풀고 이야기 합시다’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기업 규제 관련 대화로 주로 오갔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 완화를 강조했지만, 막상 기업인의 체감규제는 늘고 있다”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의 지적에 이 후보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관료사회 문제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현장에서 동떨어진 행정 편의주의와 탁상행정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자신을 위해 규제를 강화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수년간 기획재정부와 각을 세워 온 이 후보가 또다시 ‘관료’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방해 말고 족쇄라도 풀어줘서 (기업이) 자유롭게 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자”며 “의원입법에도 규제영향 평가를 반드시 거치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입장을 정리해서 내겠다”고 밝혔다. 규제영향평가란 규제 도입으로 기업 경영이 위축되지 않도록 규제의 비용·편익·파급효과·적합성 등을 고려해 최선의 규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제도다.

이 후보는 경기지사 시절 완성했던 경기도 시흥에 인공서핑장(웨이브파크) 사례를 소개하면서 “어느 지방에서 웨이브파크를 만들려고 했더니 2년 6개월간 인허가가 안 난다고 하더라. 그래서 TF를 만들어서 시흥에 유치해서 2년 만에 매매계약, 준공까지 다 했다”며 “공직자들의 마인드, 태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무려 1만5000명 근무하는 대규모 시설인데 지방에 갔으면 얼마나 좋았겠나”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10대 그룹 CEO 토크 ''넥타이 풀고 이야기합시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러면서 “결국 정부, 정치와 경제 현장의 벽, 갈등에서 비롯된 일 아니겠나”라며 “앞으로 대한민국은 준비하기에 따라 5대 강국 안으로 충분히 진입할 수 있고, 그 중심에 도전과 혁신을 감행하는 용기 있는 기업인들이 있다”고 치켜세웠다. 이 후보가 규제혁신과 친기업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까닭은 중도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평소 ‘증세’·‘기본소득’ 등으로 형성된 진보적 이미지를 성장 등을 중시하는 친시장적 모습으로 희석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또 이날 10대 산업을 중점 육성해 임기 내 연간 수출액 1조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산업 분야 공약을 발표했다. 반도체·미래 모빌리티·2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헬스 산업의 ‘5대 슈퍼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로봇·그린에너지·우주항공·패션테크·메타버스 등 ‘이머징 5 신산업 프로젝트’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디지털 대전환과 기후위기에 대응한 에너지 대전환의 그루터기를 만들어 산업 대전환의 환경과 여건부터 단단하게 구축하겠다”며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하고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으로 산업생태계를 혁신해 미래산업으로 나아가는 안정적 기반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최형창, 배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