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해 맞아 전통 호랑이 그림 한자리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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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1942~2020) 전 삼성전자 회장이 생전 곁에 두고 아끼면서 봤다는 옛 호랑이 그림의 수작들이 처음 한자리에 모였다.
그림 속 호랑이들을 좋아한 작가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무대의 커튼 막에 자수로 병풍 도상을 그대로 옮긴 일화가 전해진다.
서울 강남북 화랑가에서는 현대 작가들의 호랑이 그림 전시들이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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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서 11점 나와
서울 화랑가서도 호랑이 전시 봇물
이건희(1942~2020) 전 삼성전자 회장이 생전 곁에 두고 아끼면서 봤다는 옛 호랑이 그림의 수작들이 처음 한자리에 모였다. 호랑이해를 맞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상설관 2층에 꾸려놓은 새해 주제 전시다. 지난해 4월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가운데 호랑이 그림 9건 11점을 추려 기존 호랑이 그림 소장품 7점과 합쳐 선보이는 중이다.
출품된 이건희 호랑이 컬렉션의 백미는 19세기께의 8폭짜리 병풍그림 <월하송림호족도>다. 제목은 ‘달빛 아래 소나무 숲 사이 호랑이들’로 풀이되는데, 한국 회화사에 전해지는 호랑이 그림 가운데 가장 크다. 전통회화로는 유일하게 10여마리의 호랑이 떼를 그려넣었다. 세간에 호랑이 그림 하면 떠올리게 되는 유명한 강세황·김홍도 합작의 18세기 작 <송하맹호도>에 버금가는 필력과 구도를 지닌 명작으로 꼽힌다. 달라붙은 새끼들 앞에서 예민한 눈빛으로 지친 표정을 짓는 어미 호랑이, 선조들이 모두 호랑이로 통칭했던 점박이 표범과 줄무늬 범이 익살스런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모습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 작품은 원래 화가 권옥연(1923~2011)의 애장품이었다. 그림 속 호랑이들을 좋아한 작가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무대의 커튼 막에 자수로 병풍 도상을 그대로 옮긴 일화가 전해진다.
병풍 그림 맞은편 안쪽 벽에 내걸린 4폭의 호랑이 단독 그림들도 눈여겨봐야 한다. 모두 국내 호랑이 민화를 대표하는 최고의 가품들로 손꼽힌다. 특히 오른쪽 끝에 까치호랑이 연작으로 내걸린 검은 호랑이(흑호) 그림은 거의 전하지 않는 전통 흑호도의 명작으로, 민화의 선구자 조자룡 선생이 세운 에밀레박물관 구장품이었다. 꼬리를 에스(S)자 모양으로 곧추세우고 사납게 부르짖는 호랑이의 자태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 옆의 다른 호랑이 민화들은 당당한 자태로 뛰거나 다소곳하게 앉아서 웃음기를 머금거나 긴장이 풀린 해학적 얼굴을 하고있다는 점에서 친근하다. 옆쪽 벽에 내걸린 용호도는 화폭을 하늘의 용과 땅에서 올려다보는 호랑이로 양분하고 곱게 채색한 것으로, 용호상박 민화의 최고 명품으로 평가된다. 일본 화풍의 영향으로 신령 옆에 얼빠진 얼굴의 호랑이를 묘사한 1930~40년대 산신도는 일제강점기 근대 민화의 변천사를 일러주는 실물 자료이기도 하다. 5월1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도 호랑이 유물과 영상 70여점을 내놓은 ‘호랑이 나라’ 특별전(3월1일까지)을 차렸다. 재앙을 쫓는 삼재부적판과 맹호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은산별신제의 ‘산신도’ 등에 나타난 호랑이의 자취를 살필 수 있다.
서울 강남북 화랑가에서는 현대 작가들의 호랑이 그림 전시들이 차려졌다. 현재 한국 민화화단의 실력자로 꼽히는 김재춘 작가는 인사동 동덕아트갤러리에서 ‘용호상박’의 그림들로 대규모 개인전을 꾸렸다. 호랑이와 용을 그린 그림을 각각 100점씩 선보이는 ‘호랑이와 용 백마리, 궁중회화 이야기’전(18일까지)이다. 민화 작가 30여명이 결성한 창작모임 호정회는 호랑이와 문자도를 결합한 단체전 ‘덕담이 있는 호랑이전-범 내려온다’(17일까지)를 관훈동 갤러리이즈에서 펼치는 중이다. 청담동 갤러리세인의 기획전 ‘임인년, 어흥! 호랑이 나온다’(27일까지)에는 이태호, 안윤모, 김정연, 장미경 등 현대미술 작가 10명이 회화, 조각, 서예, 전각, 공예 등 여러 장르에 걸쳐 우리 문화 속 호랑이 상을 재해석한 작품 50여점을 내놓았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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