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200엔 갹출이 만들어낸 기적

2022. 1. 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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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가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가운데, 인구통계로 볼 때 현재 가장 '앞서 가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한국도 여러가지 돌발적 사회현상을 동반한 고령화 사회로 가는 건 시간문제일 것인데, 그 중에서도 노령자들의 운전실태는 자칫 큰 재앙을 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고령자가 몰던 차량이 급작스러운 몸상태 악화로 인해 대형 교통사고를 자주 일으키곤 한다. 당국은 고령자들의 면허 반납 이슈 때문에 상당한 골치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렇게 풀기 어려운 과제를 매우 슬기로운 방법으로 해결해 낸 일본의 작은 지자체가 있다. 국토교통성 표창을 받으며 전국적으로 알려져 잔잔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일본 동북부 야마가타(山形)현 난요(南陽)시의 오키고지구라는 인구 7500명의 작은 마을에서 2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오키 타쿠'라는 교통서비스가 수상의 대상이다.

이 서비스는 이 지역에 거주하는 60세 이상의 어르신 2500여명에게 주어지는 택시 이동서비스다. 이용자의 자택과 왕래가 잦은 시내의 약 60여곳까지 모셔다 드린다. 편도 요금을 거리와 관계없이 500엔(약 5100원)만 지불하는 혜택이 주어진다.

저렴하다고 오래된 차량이나 소형 차량을 쓰는 게 아니다. 이 지역에서 운행중인 일반 보통 택시로 서비스하고 있다. 편도로 달려온 미터기 요금과의 차액을 지자체의 운행협의회가 부담해 줌으로써 고령자의 일상적인 이동수단 확보를 돕고 있다. 이용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약 40% 이상이 "외출 기회가 늘었다"고 응답해 고령화 사회가 품고 있는 고령자들의 이동 격감 문제가 바로 해결되었음을 보여준다.

사실 이 서비스가 탄생하기까지는 오랫동안의 진통과 고민이 있었다. 이 곳도 여느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인구가 급감하면서 지난 1997년에 시민 버스의 운행이 폐지됐다.

이후 '오키 타쿠'가 탄생하기까지 22년 동안 공공교통의 공백 지대가 생겼다. 노인들은 병원이나 쇼핑을 하러갈 때 스스로 운전을 하거나 가족들에게 부탁을 했다. 그마저 여의치 않을 때는 택시를 이용했다. 하지만 택시 요금이 병원비보다 높을 때가 많아 불만이 쌓였었는데, 지자체와 주민들이 힘을 합쳐 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500엔을 넘는 요금의 차액은 협의회가 부담한다. 이 비용의 조달 구조가 특이하다. 우선 시의 보조금에서 지원을 받고 그 외 비용은 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각 세대당 연간 200엔(약 2100원)을 갹출하는 '십시일반' 구조다.

처음에 발의됐을 때에는 시민들 의견은 찬반으로 갈렸다고 한다. 그러나 본인들도 향후에 누릴 혜택을 기대하면서 긍정적 결정을 얻어냈다.

효율 측면에서 봐도 경쟁력이 있다. 사람이 있어도, 없어도 달리는 버스의 경우 세 개의 노선을 유지하는데 연간 2300만엔(약 2억5000만원)이 든다고 한다. 반면 고정비가 없는 이 서비스 비용은 연간 190만엔(약 1960만원)에 그친다. 나머지 비용은 주민들이 200엔씩 모은 50만엔과 1회 탑승료 500엔으로 충당된다.

누군가의 작은 아이디어가 고령자는 물론 그 가족들, 그리고 택시회사와 지자체 재정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기반을 마련해 준 셈이다. 고질적 문제였던 고령자들의 운전을 줄이는 효과도 낳았다. 그 전까지 면허를 반납한 주민이 4명에 그쳤으나 이 서비스 개시 후에는 38명으로 급증했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첨단기업과 도시들이 천문학적 금액을 퍼부으며 인간의 궁극적인 편한 생활을 목표로 자율주행서비스를 개발중에 있다. 아직은 안전, 보험정책 등 여러 문제에 부딪히며 실제 도움되는 기술을 못 만들어내고 있는게 현실이다. '200엔짜리 자율주행'부터 시험해 보는 것이 인간적이고 현실적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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