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철 칼럼] 거대한 빚이 경고하는 경제위기 탈출법

2022. 1. 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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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前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현 정권 들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2021년 3분기 말 현재 1845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10년 전보다 2배나 늘어난 규모이며 현 정권이 출발했던 2017년 대비로는 400조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우리 국민이 1년 동안 국내에서 생산하는 금액인 GDP 대비 106.5%라고 하니 나중에 빚을 갚는 고통을 짐작케 한다. 현 정권 들어 5년간 재정지출을 방만하게 운용한 결과 올해 국가채무는 5년 전인 2017년 660조원에서 400조원이 늘어난 1068조원으로 GDP 대비 50.2%가 될 전망이다. 현 정권 5년 동안 가계부채와 국가부채가 똑같이 각각 400조원이 늘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부채 증가규모도 문제이지만 주요국에 비해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더 빨리 늘어나 상환능력이 크게 취약해졌다. IMF는 2021~2026년 우리나라 국가부채 증가율이 세계 1위이고 2026년에는 위험수준인 GDP 대비 69.7%가 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온통 빚으로 살아가는 국가가 되었다. 물론 부채가 단기적으로는 소비를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당장 돈이 없어도 신용카드, 할부금융 등을 활용하면 외상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 대학을 무사히 마치게 해주는 학자금 대출, 집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주택담보 대출, 집이 없어 전세를 살 때는 전세자금대출도 있다. 포퓰리즘 정책을 일삼던 현 정권이 코로나 방역을 기화로 피해를 겪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선심성의 비효율적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재정적자가 커지고 국가부채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미래 세대에게 국가부채의 상환부담을 떠넘기는 꼴이다.

이처럼 당장 쓰고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이 완화되면서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었고 금리도 지속적으로 인하돼 이자부담도 그다지 크지 않게되자 부채증가에 무덤덤하다. 더구나 급격하게 풀린 돈이 자산가격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권의 시장을 무시하는 부동산정책으로 인해 주택 가격을 2배 이상 끌어 올렸다. 이에 놀란 국민들이 과도한 부채를 안고서라도 집을 사게 만들었다. 집 사는데 영혼까지 끌어 모아야한다는 소위 '영끌'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주식시장이 급등하면서 빚을 내어 주식을 투자하는 '빚투'가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그러나 매달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은 은행이 자기가 산 집의 실제 주인임을 알려주고 있다. 빚의 늪에 빠진 사람들은 빚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죽도록 일해서 빚을 갚아야 하는 '일개미' 신세가 된 것이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다. 우리경제에는 여러 가지 내외부적 충격요인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과도하게 풀린 통화를 환수하려고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국제적인 공급망에 충격을 주면서 무역갈등이 심해지고 있고 인공지능 등 4차산업이 가시화되면서 산업의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적응을 못하는 기업들이 속출하면서 일자리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어 '소득 감소, 부채 상환능력 하락, 대출 부실화, 자산가격의 버블 붕괴, 경제시스템의 붕괴'라는 경제위기 사이클이 시작되고 있다.

1929년 10월 미국 증시의 대폭락으로 시작된 대공황은 과도한 빚을 내어 증권 투기와 과소비에 열중하다가 많은 개인과 기업들이 파산하면서 당시 전 국민의 3분의 1이 실업자가 되었고 전 국민의 상위 20%가 미국 국부의 90%를 장악하는 양극화를 초래하였다. 우리가 비교적 최근에 겪은 1997년 IMF 경제위기, 2003년 신용카드 사태 그리고 2008년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세계 금융위기 역시 과다한 부채를 방치하다가 사회 양극화를 초래한 재앙이다.

이 과정에서 저소득층 및 청년층 등 상대적인 약자들이 제일 먼저 타격을 받으면서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정책당국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결과 전 세계적으로 자산가격의 거품을 유발하고 계층 간의 자산 불평등과 양극화만 초래하고 있을 뿐이다. 포퓰리즘 재정지출로 이를 막아보려고 하지만 비가 그치면 농사를 못 짓는 천수답을 만드는 꼴이어서 재원만 낭비할 뿐이다.

이제는 국민들에게 몇 푼 나누어주는 허황된 정책을 중단하고 일할 능력이 있는 국민이라면 모두 남이 벌어 놓은 소득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소득을 창출하도록 지원하는데 재정지출의 방향을 과감하게 전환하여야 한다. 자기 운명을 남이 아닌 스스로가 개척해나가게 하는 것이야말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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