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부터 '롤' 관전까지.. 尹, '이대남'에 적극 구애

정호영 2022. 1. 1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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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게임 산업의 불합리한 규제 정비 및 사용자 권익 보호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尹, 군·게임 등 20대 남성 관심분야 집중 행보

청년 지지율 급반등… '남녀 갈라치기' 비판도

전문가 "급한 불 껐지만… 중도 확장 의문"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부터 게임업계 불공정 해소 공약·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롤)' 경기 관전까지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 표심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연말연초 잇단 집안싸움으로 휘청였던 지지율이 최근 '여가부 폐지' 등 이대남에 우호적인 공약 발표를 기점으로 청년층 중심의 반등 기류로 이어지자 본격적인 구애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12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게임업계 불공정 해소를 위한 공약을 발표했다.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를 의무화하고, 이를 국민이 직접 감시토록 하는 위원회 신설 등이 핵심이다. 게임사가 그간 확률형 아이템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불투명한 확률 정보로 유저 불신을 자초했다는 판단에서다.

주 이용층인 젊은 남성들이 그동안 게임사에 가져왔던 고질적 불만 지점의 해결사를 자처해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윤 후보는 이날 저녁 종로구 그랑서울 타워의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롤파크'에서 열리는 '2022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개막식에 참석해 경기를 관전한다. LCK는 국내 e스포츠 프로 10개팀이 벌이는 리그전이다. 선대본부 측은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된 롤과 e스포츠에 대한 관심, 애정을 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이준석 대표도 동행한다.

전날(11일)에는 정책본부 산하에 게임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도 했다. 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름은 게임특위지만 내용은 게임·여가부를 포함한 2030 주요 현안과 정책을 다루는 선거대책 기구"라며 "기존 선대위 청년조직과 잘 협력해 청년 아젠다를 앞장서 이끌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윤 후보가 이른바 '페이스북 한 줄 공약'으로 선보이고 있는 '남심(男心) 겨냥' 행보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적은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 게시물은 댓글 1만개를 돌파하는 등 여론몰이에 성공했다. 윤 후보는 당초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청년 지지율에 이상 징후가 감지된 후 폐지론으로 급선회했다. '무고죄 처벌 강화'(6일)·'병사 봉급 월 200만원'(8일) 등의 게시물도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윤 후보는 이 기간 청년 지지율 급등세를 보이며 재미를 봤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8~9일 전국 성인남녀 1천17명을 대상으로 실시(11일 발표)한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40.9%로 집계됐다. 20.4%였던 2주 전 조사 대비 약 2배 뛰어오른 것이다. (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선대위 전면 개편 및 이 대표와의 갈등 봉합 이슈도 있었지만 이대남 맞춤 공약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진심.변화.책임" 신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은 이를 "남녀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박영선 민주당 디지털대전환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여성과 남성을 일종의 갈라치기 하는 것"이라며 "그 순간에는 마치 파괴력이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같은 날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윤 후보를 겨냥해 "가뜩이나 힘든 청년을 성별로 갈라치기한다"며 "차별과 혐오를 부추겨 득표 전략으로 삼는 것은 매우 나쁜 정치"라고 꼬집었다.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의 경우 윤 후보는 해당 인상분 관련 예산 5조1천억원만 언급해 일각에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현 부사관 월급이 200만원이 안 되는 만큼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맹추격 속 야권 단일화 여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윤 후보의 '이대남 공략'이 전략적으로 불가피한 판단이었다고 진단하면서도 중도 확장성에는 의문부호를 나타냈다.

안 후보는 윤 후보의 하락세를 틈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10%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상태다. 2030 세대 지지율 및 야권 가상 단일화 관련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를 앞지른 성적표도 있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내부 갈등에 떠났던 민심이 안 후보로 갔다가 돌아온 것이다.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하는 이대남 공략에 총력 대응을 하면서 얻어낸 성과"라면서도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전체적인 국민 여론의 표심, 중도 확장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평가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약을 신중하게 논의, 평가한 다음 발표한 것이라면 의미가 있겠지만 다분히 전략적인 행보로 보인다"며 "국가 발전과 통합, 사회 아픔을 어루만지고 갈등을 풀어주는 것이 대통령 역할이다. 표를 더 얻는 것만이 아니라 국가의 전체적인 그림과 비전 아래서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본부 공보단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대남 정책은 언론 조명을 받아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지, 자세히 보면 후보가 전세대 맞춤형 공약을 내고 있다"며 "공약을 어느 젠더에 유리한가로 계산하지 않는다. 젠더 갈등을 이용할 생각도 없고 포괄적으로 필요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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