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벤처캐피털 지원 없었다면 실리콘밸리 존재 안해" [서경 CES 과학기술 포럼]

고광본 선임기자 2022. 1. 1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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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성장엔진을 다시 켜라-과학기술 대혁신]
< 6·끝 > 서경 CES 과학기술 포럼 ② 대학의 기술 이전·사업화
■'기업가정신 전문가' 닐 에버하트 스탠퍼드대 교수
기업가적 美대학 문화가
실리콘밸리 창업 붐 불러
韓, 국제공동연구 확대를
로버트 닐 에버하트(Robert Neal Eberhart)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교수
[서울경제]

“대학이 연구를 잘해 명성이 높아지면 우수 학생이 모일 뿐 아니라 비즈니스에 적합하다는 인식을 줘 기업이 모여들게 됩니다. 대학은 기업에서 연구 자금을 지원 받아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게 되죠.”

로버트 닐 에버하트(Robert Neal Eberhart)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교수가 지난 7일(현지 시간) ‘서경 CES 과학기술 포럼’에서 “대학의 연구 수준이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때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업가 정신 전문가인 그는 스타트업 창업, 벤처 투자, 대기업 경영 참여, 미일 무역협정 정부 자문역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는 “실리콘밸리와 스탠퍼드대는 각각 130년과 100년 전에 만들어졌으나 많은 과정을 걸쳐 최근에야 정보기술(IT) 중심이 됐다”며 “스탠퍼드대도 30년 전에는 복숭아 농장이 있는 교외 대학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탠퍼드대가 있는 실리콘밸리는 IT 산업으로 활기찬 중심지”라며 “만약 은행과 벤처캐피털의 기술 기업 육성이나 정부의 국방과 과학기술 지원이 없었다면 실리콘밸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대학이 핵심 역할인 교육과 연구를 잘하면 자연스레 산학 협력과 기술 사업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코넬대·미시간주립대처럼 작은 도시에 있는 대학도 연구만 뛰어나면 좋은 교수진과 학생·기업이 모여든다”며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탠퍼드대(샌프란시스코)나 컬럼비아대(뉴욕)처럼 대도시에 있으면 당연히 유리한 점이 많지만 자연스럽게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는 요인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스탠퍼드대는 실리콘밸리의 연구개발(R&D)과 기술 사업화의 중심”이라며 “기업가적 대학 문화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창업 활성화로 이어졌다”고 했다. 휴렛팩커드·엔비디아·넷플릭스 등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기업을 열거하면서 스탠퍼드대는 공학에 중점을 두고 첨단 연구와 교육을 통해 실리콘밸리의 생생한 기업 생태계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스탠퍼드대의 성공 요인으로는 캘리포니아의 계약 시스템과 다양한 이민자를 꼽았다. 그는 “공정한 법과 계약, 건강한 경제 시스템이 잘 맞물려서 좋은 사업 환경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연구자들도 계약에 의해 법이 올바로 집행된다는 믿음을 갖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도 “보다 신뢰할 수 있는 계약과 금융 환경이 이뤄지도록 정부와 대학이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학의 기술 사업화와 관련해 “30여 년 전에는 대학이 개발하고 큰 기업이 상업화하는 방식이었으나 최근에는 큰 회사가 좋은 기술을 가진 몇 개의 작은 회사 중에서 좋은 곳을 사들이는 흐름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의 기술 이전 전문가가 연구와 사업화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나는 교수로서 책을 써 인세를 얻지만 학생이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스타트업을 시작한다고 해서 바로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교수들도 연구에 집중하느라 대체로 좋은 사업가가 되기 힘들다”며 대학 기술이전조직(TLO)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국 대학이 국제 공동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대학은 세계 최고의 연구자들과 동료이자 협력자가 될 수 있도록 강력하고 자금이 풍부한 연구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톱클래스 논문 작성, 한국의 요구에 맞는 R&D, 지식재산권(IP) 보호와 라이선싱에 관한 학습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미국 기업에 투자하려면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과 관계를 맺는 게 효과적”이라며 “실리콘밸리에 있으면 투자 유치 등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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