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놓고 이재명-경총 회장 불꽃 신경전

조현호 기자 2022. 1. 1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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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방문 CEO 토크, 주52시간도 "안타까워"
"서울대 컴공 증원위해 수도권 과밀화 억제 풀어야" vs "포스코대 정원 늘리면 안되나"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을 방문해 CEO들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재고 요청을 두고 손경식 경총회장과 논쟁을 벌였다. 손 회장이 법안 수정과 재고를 여러차례 요청하자 이 후보는 '안전에 관한 문제는 엄격하게 하겠다', '연간 2000명의 산재사망자 가족 입장에서는 심각하다'고 반박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경총 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10대 그룹 CEO 토크 “넥타이 풀고 이야기합시다”' 환영사에서 우리나라가 기업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들면서 이같이 요청했다. 손 회장은 “글로벌스탠다드에 비해 기업 규제가 많다”며 “각종 행정규제, 공정거래에 관한 규제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월등히 까다롭고, 최근에는 상법의 지배주주 의결권 규제까지 세계에서 유례없이 강화됐다. 근본적인 규제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조세부담도 매우 크다는 점을 들어 “상속세 법인세 부동산 세제같은 조세 제도가 국민과 기업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에는 여러 법규정에서 기업인 형사처벌 조항이 너무 많아 많은 기업인들이 높은 형사법적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입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대표적인 예로 보완하지 않는다면 많은 기업인들이 잠재적인 범죄자로 내몰리게 될 형편”이라고 중대재해처벌법을 문제삼았다. 손 회장은 이 법안을 두고 “현실에 맞도록 수정해야 할 것이며 재해 예방활동이 대폭적으로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노동규제 문제를 두고 손 회장은 “일자리의 모습이 다양해지고 있으나 노동법제는 1950년대 만들어진 반세기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시대의 사정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두고 “현장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한 제도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손 회장은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 노사관계 풍토”라며 “우리나라는 대립과 갈등의 노사관계가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노사관계 선진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우리가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그는 심지어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같은 환경문제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세계 각국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며 “기업에게만 과도한 부담을 부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12일 오후 경총회관에서 열린 이재명 후보 10대그룹 CEO 토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재고와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손 회장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 기업에 문제가 많기 때문에 잊지 마시고 이점에 대해 재고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인사말을 통해 “일방적 규제강화와 일방적 규제완화 모두 옳지 않다”면서도 “규제 가운데 충돌하는 부분이 중대재해처벌법 이야기도 있지만 당장 지금 어느 회사 아파트 신축 과정에서 무너져서 누가 고립되었다고 해서 국민들이 많이 걱정하시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후보는 “이것이 충돌하는 부분”이라며 “안전에 관한 문제들은 우리 국민들 모두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문제이니 저는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부당하게, 과하게 기업 활동을 억제하는 수준까지 발전하면 안 되겠으니 양자를 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두고 “영국이 (이 제도를 가진)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반해 미국은 없는데, 산재사망률이 영국보다 낮다”며 “이게 100% 대안이 아니라는 뜻도 된다. 결국 산업계에서 산업재해 줄이려는 노력,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기업도 고민이 되겠으나 산재로 아까운 목숨 잃는 연간 2000명 넘는 사람들 가족 입장에서는 심각한 주제이기 때문에, 모두가 산재사망률 산재율 줄이기 위한 노력이 있으면 이 문제도 쉽게 조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손경식 회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정원 증원이 수도권 과밀화 억제정책 탓이라며 이 정책을 풀어달라는 요구를 해 논란을 샀다. 손 회장은 이 후보 마무리 발언이 끝나기 무섭게 한마디 더 하겠다면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가 10여 년 전에는 정원 60명이었는데, 지금도 변하지 못하고 수요는 많다”며 “같은 시기 미국의 스탠퍼드대는 같은 숫자였는데 지금은 10배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원인이 어디에서 나왔느냐면 수도권 과밀인구 억제에 따라 배분 돼 있어서 그렇다”며 “각 대학에서 다른 어느 과에서 (정원을) 양보해서 컴퓨터공학과 늘려줘야 하는데, 다른 과가 자기 이익으로 나눠주지 못했다. 수도권 과밀억제에 걸리더라도 이런 경우에는 과감히 풀어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요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12일 오후 경총회관에서 열린 10대그룹 CEO와 토크에서 손경식 회장의 요구사항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이에 이재명 후보는 “재밌는 지적이고 아픈 지적”이라면서도 “수도권 과밀화도 문제이고, 지방소멸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정원 정체 현상이 스탠포드와 왜 다르느냐며 “스탠퍼드는 미국 입장에서는 지방에 있다. 우리는 포스코대학의 컴퓨터학과를 200명 늘려서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서울대 정원을 계속 늘리면 수도권 과밀화 문제가 심화돼서 이 문제는 완화되는데 다른 문제가 악화되기 때문에 조화롭게 해야 하겠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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