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왜 661일 만에 미사일 발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을까

이제훈 2022. 1. 1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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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뉴스분석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1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으며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는 1000㎞ 수역의 설정 표적을 명중했다“고 <노동신문>이 12일 1면 전체에 펼쳐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미사일 시험발사를 지도하는 자리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왼쪽 빨간 동그라미)도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 바로 옆이 조용원 노동당 조직담당 비서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1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으며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는 1000㎞ 수역의 설정 표적을 명중했다“고 <노동신문>이 12일 1면 전체에 펼쳐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의 미사일 발사 현지 참관은 2020년 3월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날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한 <노동신문> 보도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실은 ‘김정은 총비서의 참관’이다. 김 총비서의 미사일 발사 현지 참관은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 곧 ‘북한판 에이테킴스(ATACMS)’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참관(2020년 3월21일) 이후 661일 만이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새형의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2021년 10월19일) 발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3월26일치 <노동신문>은 “신형 전술유도탄 시험발사” 소식을 2면으로 밀어내고 1면엔 김 총비서가 “(평양) 보통문 주변 호안 다락식 주택구를 새로 일떠세울 구상”을 밝혔으며 “새로 생산한 여객버스 시제품을 료해(점검)”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2년 가까이 ‘발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민생 우선, 경제 집중’을 강조하던 김 총비서가 전용 열차로 자강도까지 달려가 ‘극초음속 미사일 최종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직접 챙겼으니, 의미심장한 ‘변화’다. 군사기술, 내정·내치, 대외정책 등 세 차원으로 나눠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김 총비서가 신무기 개발이 ‘최종 완성 국면’일 때 대체로 현지 참관을 해온 관행의 지속으로 볼 수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9월28일과 지난 5일에 이은 이번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최종 시험발사”라 규정했다. 김 총비서의 직전 마지막 현장 참관(2020년 3월21일)도 “전술유도무기”를 “인민군 부대들에 인도”하기에 앞선 “시범사격”이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1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으며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는 1000㎞ 수역의 설정 표적을 명중했다”고 <노동신문>이 12일 1면 전체에 펼쳐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하지만 김 총비서의 참관을 전적으로 군사기술 측면에서만 평가하긴 어렵다. 김 총비서가 염두에 둔 ‘대내·대외 신호’가 더 중요한 듯하다.

<노동신문> 보도문엔 한국·미국을 직접 겨냥한 내용이 없다. 다만 김 총비서는 “전략적인 군사력을 질량적·지속적으로 강화”해 “전쟁 억제력을 비상히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김 총비서가 노동당 중앙위 8기 4차 전원회의(2021년 12월27~31일)에서 “날로 불안정해지고 있는 조선반도의 군사적 환경과 국제 정세의 흐름은 국가 방위력 강화를 잠시도 늦출 수 없이 더욱 힘있게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힌 흐름의 지속이다. 아울러 김 총비서가 “다사다변한 국제정치 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해 북남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다”면서도 구체적 대남·대미 정책 방향을 공개하지 않은 <노동신문>의 전원회의 결과 관련 보도를 연상케 한다. ‘침묵’도 중요한 대외 신호라는 점에서 유의할 대목이다.

정부는 김 총비서의 ‘661일 만의 미사일 발사 현지 참관’에서 침묵 속의 대남·대미 신호를 읽은 듯하다. 북쪽의 미사일 발사가 확인된 11일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따로 공개한 사실은 이와 관련해 의미심장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가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대화와 협력에 조속히 호응해나올 것을 촉구”했고, 합동참모본부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짚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는데도 문 대통령은 굳이 “대선을 앞둔 시기에 북한이 연속적으로 시험발사하는 것에 우려가 된다”고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외부에 알렸다. 김 총비서가 발사 현장에 있었음을 정보자산으로 확인한 뒤, 김 총비서한테 ‘자제’를 직접 촉구해야 할 상황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베이징겨울철올림픽(2월4~20일)과 대선(3월9일)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의 긴장 지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1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으며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는 1000㎞ 수역의 설정 표적을 명중했다“고 <노동신문>이 12일 1면 전체에 펼쳐 보도했다. 아울러 김 총비서가 “극초음속 무기 연구개발 부문의 핵심성원들”을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로 불러 “뜨겁게 축하”하고 “기념사진을 찍어주셨다”며 사진을 크게 실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총비서의 미사일 발사 참관은, 무엇보다 장기화하는 ‘제재·코로나19·경제난’ 탓에 흐트러진 민심을 ‘군사적 성과’로 다잡으려는 ‘내부용 행보’ 측면이 큰 듯하다. <노동신문>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강위력한 조선의 힘의 실체”라고, ‘시험발사 성공’을 “주체적 국방공업 영도사에 아로새긴 조선노동당의 빛나는 공적”이라 추어올렸다. 아울러 김 총비서가 “극초음속 무기 연구개발 부문의 핵심 성원들”을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로 불러 “뜨겁게 축하”하고 “기념사진을 찍어주셨다”며 사진을 크게 실었다. 내부용 선전선동의 성격이 짙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1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으며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는 1000㎞ 수역의 설정 표적을 명중했다“고 <노동신문>이 12일 1면 전체에 펼쳐 보도했다. 사진은 김 총비서가 전용열차 안에서 미사일 발사 장면을 망원경으로 살피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의 그림자’로 불리는 조용원 노동당 중앙위 조직 담당 비서와 김여정 당중앙위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김 총비서와 함께 발사 현장을 참관한 사실이 사진으로 공개된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김여정·조용원은 김 총비서의 직전 마지막 미사일 발사 현장 참관인 2020년 3월21일에도 함께했다. 김여정·조용원의 업무 범위가 전방위적임을 방증한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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