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표소송 전초전.."담합 소명하라" 서한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질의
◆ 국민연금 서한 논란 ◆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주요 기업들에 과거 담합 등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이나 벌금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상세히 확인하기 위한 질의서를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중순 이메일과 등기우편 등을 병행해 이들 기업의 기업설명(IR)팀에 이 같은 질의서를 일제히 발송했다.
발송인 명의는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최고투자책임자)이다. 국민연금은 언론 보도, 공정위 보도자료 등을 근거로 "담합에 따른 혐의로 과징금 또는 벌금을 부과받아 귀사에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는 시장의 신뢰성, 기업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이어 구체적인 행위 사실, 재판 진행 현황, 손해 발생액, 향후 대책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답변 시한은 지난달 24일이었다. 국민연금이 질의서를 발송한 기업은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등 주요 건설사를 비롯해 현대차, SK네트웍스, 롯데하이마트, 현대제철 등 2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공시 내용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에 답변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주주 대표소송 결정 권한을 현행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자책임위원회(수책위)로 넘기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주주 대표소송 추진과 맞물려 국민연금이 기업에 '압박성' 질의서를 보내자 일각에선 주주 대표소송을 준비하기 위한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수책위는 주주 대표소송 결정 권한이 이르면 다음달께 넘어올 경우 주주 대표소송에 본격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 대표소송 대상자가 대표이사 등 이사진인 까닭에 경영진 기피 현상이 심화돼 책임경영이 후퇴할 가능성을 재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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