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벌벌 떠는데..국민연금 "기업소송 쉽게 할 수 없는 일"

김정범 2022. 1. 1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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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현 수탁자책임위원장
"소송하더라도 갈 길 멀다"
지분 5% 넘는 261社 등 대상

◆ 국민연금 서한 논란 ◆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종현 수책위원장은 국민연금이 당장 대표소송에 나설 것처럼 비치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경계했다. 횡령·배임 등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쳤던 기업이 있다 하더라도 먼저 사실관계를 들여다보는 작업을 면밀하게 진행한 후에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수책위는 국민연금에서 투자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담당하는 곳이다.

원 위원장은 12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수책위는 기업 가치가 훼손되는 사안이 발생하면 일반 투자자로서 이에 대응해 비공개 대화를 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기업 관여 정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면서 "일부 기업들에 대해 당장 대표소송을 하려는 것처럼 비치고 있지만 아직 대표소송을 할지를 결정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만일 한다고 하더라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공적연금 분야 전문가인 원 위원장은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국민연금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한 이후 현재는 국민연금 수책위 상근전문위원이자 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민연금이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은 이미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제21~26조에 명시돼 있다. 일례로 21조에는 "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 주식에 대해 기업이 손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 추궁 등을 게을리하는 경우 소의 제기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승소 가능성, 소송에 따른 효과 대비 비용 등을 고려해 주주대표소송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실에서는 20~30여 개 기업의 현안 등에 관한 사실확인 서한을 발송했다. 여기에는 현대차, SK네트웍스, GS건설, 대우건설, 현대제철, 롯데하이마트 등 기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과 관련해 기소됐거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을 주 대상으로 삼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 중인 기업은 261개사에 이른다.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수책위에서는 기업 현안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등을 위해 비공개 서한을 수시로 발송한다.

원 위원장은 "가령 기업 횡령 사실이 발생해 정보가 필요함에도 기업 공시나 언론 보도 등으로 제한돼 있다"면서 "사안이 불거졌다는 것만으로 행동에 나설 수 없는 만큼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원 위원장은 대표소송의 경우 수책위 활동에 명시돼 있음에도 누구도 손을 대지 않아 이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책위에 맡겨진 본연의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만약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해 소송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임박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급하게 추진할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원 위원장은 "국민연금 수책위에서 많은 비용을 쓰면서까지 소송에 나서기 위해서는 비용보다 주주의 이익이 커야 한다"며 "상식적으로 국민연금이 쉽게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상징적으로 한두 곳의 기업에 (소송 제기를) 하는 것조차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수책위는 원 위원장을 포함해 각계 전문가 9인으로 이뤄져 있다. 연금 전문가뿐만 아니라 경영·노동계 등이 추천한 이들로 구성돼 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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