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끊겨 낙담하던 추상화가..다시 붓 들게 한 '키다리 아저씨'

이한나,오수현 2022. 1. 1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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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안상훈 작가 인연
메세나協 가교, 3년 장기후원
安 "화가 삶 보릿고개에 단비"
金 "K미술, 중견작가에 달려"

◆ 2022 신년기획 이젠 선진국이다 / 기업이 예술 꽃피운다 ① ◆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왼쪽)이 미술 소장품들을 전시한 서울 구로동 사옥에서 화가 안상훈과 함께 웃고 있다. [김호영 기자]
추상화가 안상훈(46)은 지난해 말 정부 지원이 끊어지는 날이 다가오는 게 두려웠다. 2019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작가 지원 사업인 '예비 전속작가제'를 통해 후원을 받아왔는데 2021년을 끝으로 종료되기 때문이었다. 화랑이 전속작가를 추천하면 심사를 거쳐 3년 동안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화랑이 매년 각각 1000만원과 500만원씩 지원하는 제도다. 홍보비와 전시 기회도 제공한다.

초조한 나날을 보내던 그는 소속 화랑인 갤러리조선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벽산엔지니어링이 2022년부터 3년간 연간 500만원씩 총 1500만원을 안 작가에게 후원하기로 했다는 것. 기업과 예술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한국메세나협회가 안 작가와 벽산엔지니어링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예술 애호가로 소문난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75)은 한국메세나협회 회장, 현대미술관회 회장, 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장,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조직위원으로 활약하면서 문화예술계를 다방면으로 지원하는 '키다리 아저씨'다. 소장한 미술품이 1000여 점에 이르는 재계 대표 컬렉터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 구로동 벽산엔지니어링 사옥에서 만난 김 회장과 안 작가의 표정이 밝았다. 김 회장은 "3년 전 내가 이사장으로 재직한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중견 화랑들과 함께 전속작가제를 시작했다"며 "전도유망한 안 작가가 후원기간 3년을 다 채웠다고 '이젠 안녕' 할 순 없어 한국메세나협회 '1기업 1작가' 프로그램을 통해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고 후원 배경을 밝혔다.

안 작가는 "가뭄에 단비 같은 벽산엔지니어링 후원으로 창작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며 "3년간 후원을 받을 수 있어 작품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는 독일에서 10년 넘게 활동하다가 2017년 귀국했다. 모친의 병세가 위중한 가운데 인천문화재단의 입주작가 공모에 선발되면서 귀국을 결심했다.

안 작가는 "지원 기간 1년이 끝나기 전 새로운 공모에 참여해 작업공간을 새로 확보해야 한다"며 "작품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 3년간 지원해주는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한국메세나협회처럼 작업실도 장기적인 지원을 해주는 곳이 필요하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안 작가는 "작가 입장에서 40·50대는 일종의 보릿고개다. 20·30대에는 참가할 수 있는 이런저런 공모전이 많지만 마흔다섯이 넘어가면 나이 제한에 걸려서 공모전 참가가 불가능하다. 물론 '그 나이 됐으면 알아서 먹고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털어놨다. 김 회장도 안 작가의 말에 동의했다. "신진작가 후원도 중요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봅시다. 저는 안 작가처럼 작품세계를 확립한 미술가,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우리 미술이 가야 할 방향을 오랫동안 고민해온 작가들에게 보다 많은 후원을 하는 게 맞는다고 봅니다."

[이한나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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