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과정에서 오류 반복된듯"..전문가들, 무너진 아파트 보자마자 일침

유준호 2022. 1. 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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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흘러내리듯 무너졌나
하층 굳기전 콘크리트 부어
추운 날씨에 강행하자 '와르르'
학동참사·고속철 지반침하 등
시공사, 호남지역 사고 잇따라
"공기단축 아냐" 해명 논란도
브랜드 이미지·수주 타격
HDC현산 주가 19% 폭락

◆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

건물 외벽이 무너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가 12일 흉측한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드론과 구조전문가, 수색견 등을 총동원해 실종자 수색 및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현장을 그렇게 다녀봐도 건물 외벽이 이렇게 무너져 내린 경우는 처음 본다. 잘린 단면이 무자르듯 말끔한 것 등을 봤을 때 정형적인 사고현장이 아니다. 시공 과정에서 오류가 반복 적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계 관계자 A씨)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에서 일어난 아이파크 신축 건물 붕괴사건을 두고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후진국형 참사'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시공능력 평가 순위 9위에 이름을 올린 대형 건설회사가 납득하기 힘든 사고를 초래했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건축 건물 붕괴 참사에 이어 7개월 만에 비슷한 사고가, 그것도 같은 시공사에 의해 재연되면서 호남고속철도와 고척스카이돔 등 이 회사의 과거 부실 시공 사례도 재조명되고 있다.

12일 김경주 중앙대 건설환경플랜트공학과 교수(한국건설관리학회 회장)는 매일경제 통화에서 콘크리트를 굳히는 작업을 충분히 하지 않고 건물을 올리다가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했다. 김 교수는 "미국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질 때 보면 흘려내리듯이 건물이 붕괴됐는데, 이는 상부 구조물 무게를 견디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화정 아이파크 역시 콘크리트가 다 굳어 충분한 강도를 확보하기 전에 위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면서 무게를 못 이기고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한 시공이 이뤄졌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건설업계에서는 통상 준공일 기준으로 1년 전에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마무리되는 게 정상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단지는 준공 목표가 올해 11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3개월 이상 공기가 지연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겨울철에는 시간을 충분히 들여 콘크리트를 굳혀야 하는데 이를 등한시한 것 같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구조적인 결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고가 난 단지는 무량판 구조(수평 기둥인 보 없이 기둥이 슬래브를 지탱하도록 만든 구조)로 설계됐다. 구조적 특성상 최상층부에 발생한 충격으로 16개 층에 걸쳐 슬래브가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도미노처럼 붕괴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1995년 붕괴된 삼풍백화점도 동일한 구조였고 지난해 발생한 미국 플로리다주 12층 아파트 붕괴사고 건물 역시 무량판 구조를 취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무량판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 "계획된 공기보다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공기를 무리하게 단축할 필요가 없었다"며 "콘크리트 역시 충분한 양생 과정을 거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13일부터 이틀간 전국 65개 공사 현장 작업을 중지하고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포괄적인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규용 충남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두 달간 운영되는 위원회에는 건축시공(4명) 구조(4명) 법률(1명) 등 전문가 10명이 합류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HDC현대산업개발의 과거 부실 시공 사례도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호남권 사업장과 얽힌 악연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6월 학동 재건축 건물 붕괴 참사에서는 사상자 17명이 발생했고 호남고속철도 3-4공구 부실 시공도 논란이 됐다. 2015~2016년 사이 11개 구간에서 허용량(30㎜) 이상으로 침하가 발생했는데 국가철도공단이 이에 부실하게 대처했다는 의혹에 감사원 감사까지 이뤄졌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안전사고 리스크를 외주화하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이은 악재에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 회사 주가는 전일 대비 4900원(19.03%) 떨어진 2만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파트 브랜드 가치 하락은 물론이고 당분간 수주 활동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HDC현대산업개발 실적에서는 주택 부문 비중이 매우 높다. 2020년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봤을 때 매출액 총 3조6595억원 중 주택 부문이 2조8092억원(76.6%)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영업이익(5829억원)에서도 주택 부문(5237억원) 비중(89.9%)이 압도적이다. 7개월 만에 재발한 참사에 HDC현대산업개발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이날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공동대표는 화정동 사고 현장 소방청 사고대책본부 인근에서 공개 사과문을 발표하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고로 인해 피해를 보신 실종자와 가족들, 광주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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