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부품 안 쓰면 고장'..공정위, 거짓 광고한 현대차에 '경고만'(종합)

조용석 2022. 1. 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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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표시광고법 위반 '현대차·기아' 경고..3년 만에 결론
현대모비스가 공급한 순정부품만 안전하다고 거짓정보 제공
비순정 규격부품, 국토교통부 인증기관 시험·평가 거쳐 판매
석연찮은 '경고' 종결에 시민단체 반발.."소비자·中企 피해 없나"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를 통해 공급하지 않은 부품을 사용할 경우 고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장기간 거짓·과장 표기해온 현대차·기아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게 됐다. 소비자들이 적법하게 인증을 받은 대체부품도 성능이 떨어지거나 고장을 유발한다고 오해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공정위는 위법성은 인정하면서도 가장 낮은 제재인 ‘경고’에 그쳐 최초 사건을 신고한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전경(사진 = 이데일리DB)
◇ 현대모비스가 공급 순정품만 안전하다고 거짓정보 제공

12일 공정위는 현대차(005380), 기아(000270)에 대해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경고 조치했다. 2019년 9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신고한 지 약 3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2012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자신들이 제작 판매하는 차량의 취급설명서에 ‘차량에 최적인 자사 순정부품을 사용해야만 안전하고 최상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또는 ‘비순정부품의 사용은 차량의 성능저하와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 등의 문구를 기재했다.

이들이 말하는 순정부품이란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를 통해 공급된 부품을 뜻한다. 사건 기간 현대차에서는 그랜저·아반떼·소나타 등 20여개 차종에, 기아는 K3·K5·K7 등 10여개 차종의 차량 취급설명서에 이같이 기재해 차량을 판매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비순정부품은 법규 및 국내외 기준 등을 충족하는 규격품과 비규격품(불량부품, 불법부품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규격품의 경우 부품에 필요한 안전·성능에 관한 시험이나 기준 등을 통과해 순정품보다 성능이 떨어지거나 고장을 유발한다고 보기 어렵다. 비순정 규격품은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인증기관인 한국자동차부품협회가 성능과 품질을 심사·인증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럼에도 현대차·기아는 자사 순정이 아닌 모든 비순정부품을 안전하지 못하고 사용에 부적합하다는 내용으로 표시했다”며 “이들은 모든 비순정부품의 품질이나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실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객관적인 실증 없이 규격품을 포함한 비순정부품의 품질·성능이 떨어지거나 위험하다는 취지로 사실과 달리 표시한 행위에 거짓·과장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또 이 같은 표기는 소비자 오인성 및 공정거래 저해성 우려도 크다고 판단했다.

(자료 = 공정위)
◇ 국내 다른 완성차도 했으니 감경?…석연찮은 ‘경고’ 종결

다만 공정위는 현대차·기아가 장기간 위법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음에도 ‘경고’로 마무리했다. 경고는 공정위의 행정처분인 △검찰 고발 △과징금 △시정명령 △경고 중 가장 낮은 제재다. 통상적인 재발 방지나 위반 사실 통보 등 시정명령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위법성의 정도가 경미해서 소비자가 오인할 가능성이 적은 경우는 ‘경고’로 끝낼 수 있다”며 “또 (현대차가 말하는)비순정부품에는 규격품뿐 아니라 가짜 불량 부품도 포함되는데, 불량부품에 대한 위험성을 소비자에게 알린 측면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GM대우나 르노삼성 등 다른 국내 완성차 역시 유사한 표시를 사용했던 점도 고려해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대차·기아와 다른 완성차의 점유율 및 영향력 차이, 위법행위 기간이 길었던 점 등을 경고 처분을 내리는데 고려하지 않은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사건을 최초 신고한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소비자들이 해당 문구로 인해 인증대체부품과 성능이 비슷한 모비스 순정부품을 비싸게 구매한 피해와 규격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피해에 대해서는 외면했다는 주장이다.

신동화 참여연대 간사는 “현대차·기아는 동등한 품질의 부품을 몇 배 더 비싸게 판매해 부당이익을 챙긴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또 부당한 정보를 통해 다른 중소기업 부품회사와의 공정한 경쟁도 저해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벤츠 등 해외 완성차는 ‘자사가 공급한 부품과 동등한 수준의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 ‘모조품, 위조품, 미인증 부품을 사용하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만 기재하는 것으로 안다”며 “해당 소회의 심의 때 해당 내용이 언급됐는데 고려가 안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 전경.(사진=이데일리DB)


조용석 (chojur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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