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전 회장까지 고개 숙였지만..HDC현산, 내부통제 작동 안했다

하헌형/구은서/임동률 2022. 1. 1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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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그룹 창사 후 최대 위기
"工期 앞당겨라 수차례 압박"
콘크리트 안 굳었는데 공사 강행
속도전이 붕괴 원인으로 지적 돼
HDC는 "공사 재촉 없었다" 주장

재개발·재건축 수주 직격탄
입주지연 배상금 등 실적 악재
< 안전 불감증은 그대로… >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가 12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현장 부근에서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9위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창사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광주광역시에서 작년 6월 재개발 철거 붕괴 사고에 이어 7개월 만에 또다시 대형 참사를 내서다. 공사 중단 등에 따른 막대한 손실과 심각한 기업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사고 재발 방지 대책 소홀했나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재개발 철거 작업 붕괴 사고가 난 광주 동구 학동4구역의 시공사였다. 당시 사고는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대참사였다. 당시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현장을 찾아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 부상자들에게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경영진에 대한 내부 문책은 없었다.

권 전 대표는 지난달에야 상근고문으로 물러나고 유병규 HDC 사장과 하원기 HDC현대산업개발 건설본부장이 HDC현대산업개발 각자 대표로 선임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인명 사고가 났는데도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바로 묻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며 “HDC그룹이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 7개월 전 사죄하더니… > 정몽규 HDC그룹 회장(맨 오른쪽)이 지난해 6월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붕괴 사고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공사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는 콘크리트 부실 양생(養生)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오는 11월인 입주 시기에 맞춰 공사를 서둘렀다는 얘기다.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하는 상황에서 강풍이 불어 붕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한두 달 전부터 공사 기간이 지연된다며 공사를 재촉하는 압박이 (HDC현대산업개발로부터) 수차례 있었다”고 했다. 또 “겨울철엔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아 열흘에 1개 층을 올리는 게 맞는데, 공기를 줄이기 위해 닷새 만에 1개 층을 올리는 것을 봤다”고 했다.

관할 구청인 광주 서구청은 2019년 5월 착공된 화정아이파크의 공정 진행률이 60% 정도였다고 밝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입주를 10개월 정도 앞두고 공사가 속도전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상적인 공사 과정을 거쳤다면 16개 층이 한번에 무너질 확률은 거의 없다”고 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 10일에는 눈이 내리는 혹한 속에서도 작업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날 입장문에서 “계획된 공기보다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공기를 무리하게 단축할 필요가 없었다”며 “13일부터 이틀간 전국 65개 공사 현장 작업을 중지하고 특별 안전점검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1000억원 이상 손실 날 수도”

이번 참사로 HDC현대산업개발은 공사 및 수주에 막대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당장 광주시는 이날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서 짓고 있는 5개 단지(총 7948가구)에 대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화정아이파크와 동구 계림동 ‘아이파크SK뷰’, 북구 운암동 ‘운암주공3단지’, 동구 학동 ‘무등산아이파크2차’ 등이다. 향후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HDC현대산업개발과 맺은 시공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주택사업 비중이 큰 HDC현대산업개발로선 실적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택부문 매출 비중은 66%(2020년 기준)에 달한다.

화정아이파크 공사에서도 막대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총 공사비가 2557억원인 화정아이파크의 작년 3분기 말 기준 잔여 공사비(계약 잔액)는 약 1205억원이다. 1300억원가량이 이미 투입됐다는 얘기다. 단지를 모두 철거하고 다시 지을 경우 이미 투입된 공사비는 고스란히 손실로 잡히게 된다.

총 840여 가구의 수분양자에게 입주 지연 배상금도 지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법인 덕수의 김예림 변호사는 “분양가의 5~6%만 배상금으로 지급하려 해도 수백억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적 악화 우려에 이날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전날보다 19.03% 폭락한 2만850원에 마감했다. 한 증권사 건설 애널리스트는 “시행사나 정비사업 조합들로선 HDC현대산업개발에 공사를 맡길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헌형/구은서/광주=임동률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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