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까지 등장했다..포항 전훈지에서 무슨 일이?
[스포츠경향]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가 새해 농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12일 제주 서귀포의 한 훈련장. 선수들이 공을 주고받으며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훈련은 시간이 흐를 수록 짜임새를 갖춰갔다. 훈련장 하늘을 누비는 ‘드론’이 빚어낸 마법이었다.
김기동 포항 감독(51)은 기자와 만나 “훈련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다 지난해부터 드론을 띄우고 있다”며 “선수들의 움직임이 한 눈에 들어오니 뭐가 잘 풀리는지, 안 되는지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포항 선수들의 훈련 풍경은 율리안 나겔스만 바이에른 뮌헨 감독을 떠올리게 만든다. 20대 사령탑으로 호펜하임을 이끌었던 그는 당시 드론을 날려 선수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스쿠터를 타고 선수를 쫓아다니는 지도법으로 유명세를 탔다.
김 감독도 K리그에서 전자 장비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자 같은 방법을 찾게 됐다. 올해 드론을 활용한 전술 분석 능력이 뛰어난 이창주 분석관까지 데려왔다. 덕분에 훈련장에서도 선수들이 약속한 플레이와 전술적 역할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가 화면을 통해 손쉽게 확인되고 있다. 포항 관계자는 “송라 클럽하우스에 설치된 퍼포먼스센터까지 선수들이 조금 더 효과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데 힘을 쓴다. 첨단 과학 장비와 분석 시스템이 가득한 이 곳에 20억원이 투자됐다. 과학 축구, 인프라 투자에 대해선 우리 구단이 가장 적극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이 과학의 힘을 적극적으로 빌리는 것은 모기업에서 풍족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일류첸코(전북)와 팔로세비치(서울), 송민규(전북)의 이탈에 한숨을 내쉬었던 그는 올해 유일한 국가대표 강상우의 이탈도 각오하고 있다. 김 감독은 “포항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이상 선수들과의 이별은 숙명”이라면서 “구단의 사정도 이해해야 하기에 내 욕심만 차릴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반복되는 이탈에도 호성적을 기대받는 것은 흥미롭기만 하다. 김 감독이 부임한 첫해인 2019년 4위였던 성적이 이듬해 3위 그리고 지난해에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이라는 성과로 호평을 받았다. 이른바 ‘기동 매직’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김 감독은 “마술을 부리는 게 아니라 선수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다보니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향한 찬사에 손사래를 치는 김 감독이 또 다른 기동 매직을 약속하는 것은 아이러니에 가깝다. 아직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그는 승패를 예측하기 힘든 대한축구협회(FA)컵에 승부를 건다. 김 감독은 “올해는 꼭 1등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라며 “K리그는 힘들겠지만 FA컵에선 우승해 내년에는 다시 ACL에 나서고 싶다. 팬들과 다시 한 번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귀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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