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새 4조5000억 던진 기관투자자들, 1월 효과도 지워버렸다

최형석 기자 2022. 1. 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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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공모 앞두고 실탄 마련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1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상원 금융위의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올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 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새해 기대 심리에 주가가 오르는 ‘1월 효과’는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사, 은행 등이다.

1월 효과는 과거 주가 추이로 확인되는 증시 현상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4년간(1997~2021년) 16차례나 1월에 코스피 지수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월별 평균 상승률을 보면 1월(3.29%)이 11월(3.42%)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 코스닥지수도 지난 10년간 7차례나 1월 주가가 상승했다.

하지만, 올 들어 코스피는 3000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기관이 매도를 쏟아내는 이유로는 작년 말 배당을 받으려고 샀던 주식을 다시 파는 것이 꼽힌다. 미국이 돈줄 조이기에 속도를 높이면서 증시 상승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미리 매도에 나선다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는 “배당 투자 마무리(포지션 정리)가 매년 초 반복되는 경향이 커지고, 작년 말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입장이 긴축으로 선회하면서 기관들이 매도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역대 둘째 대규모 순매도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11일 7거래일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관투자자들의 순매도가 이어졌다. 총 4조4616억원에 달한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8년 이래 작년(-8조6764억원)에 이어 둘째로 큰 규모다. 지난 5일에는 하루 동안 1조3222억원을 팔아치웠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은 2조2616억원, 외국인은 2조1985억원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했다. 유독 기관투자자들만 주식을 던졌다.

기관 중에서도 증권사 등 금융투자 회사의 매도액이 3조6395억원으로 82%를 차지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5630억원)보다 6배 이상 많이 순매도했다. 개별 종목으로는 코스피 시가총액 1·2위 대장주인 삼성전자(-1조6015억원)와 SK하이닉스(-5007억원)를 가장 많이 팔아 치웠다. 네이버(-3356억원)·카카오(-2511억원)·크래프톤(-1999억원)·하이브(-1556억원) 등 플랫폼·게임·엔터테인먼트 성장주들도 기관 순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배당주 투자 후폭풍, 미국 긴축 우려 등이 영향

전문가들은 기관들이 작년 말 배당 투자를 마무리 지으면서 주식을 파는 것으로 본다. 작년 말 기관들은 배당 있는 주식 현물을 사 배당을 챙기는 동시에 배당 없는 주식 선물(先物)을 팔아 위험을 피하는(헤지) 배당 차익 거래를 했다. 하지만 배당 자격을 잃는 배당락일 이후에는 선물을 다시 사고 현물을 팔면서 투자를 마무리했기 때문에 매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기관들은 배당락일인 지난달 29일(-1조7400억원)부터 11일까지 9일 연속 총 7조원을 순매도했다. 다만, 지난달 기관의 순매수 규모가 6조원 정도로 파악돼 배당 차익 거래 물량은 꽤 소화된 것으로 보인다. 12일 기관은 6000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배당 투자와 관련된 폭풍은 잠잠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발(發) 긴축 부담은 여전히 남는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10일(현지 시각) 올해 최소 4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하며 “올해 금융시장은 큰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도이체방크 등도 4회 금리 인상을 점쳤다. 연준 내부에서는 푸는 돈의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이 아니라 아예 시장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양적긴축(QT)까지 언급된다.

◇LG에너지솔루션 12조 공모도 변수

여기에 역대 최대 공모주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투자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기관들이 현재 보유 중인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모 자금이 최대 12조7500억원으로 과거 연평균 공모 자금(10조원 안팎)을 넘어서는 LG에너지솔루션은 기관 자금의 ‘블랙홀’로 지목받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등에 편입되면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도 1조5000억원 정도 LG엔솔에 투자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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