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마법같은 동구밭, 이건 비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2022. 1. 1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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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1월이다. 매년초면 투자를 처음 시작한 2016년의 초심을 기억한다. 그 전까지 크고 작은 세 차례 창업을 거쳤고 나의 정체성은 창업가를 벗어나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2016년 기연(機緣)으로 소풍이라는 국내에서 가장 뿌리깊은 임팩트 투자사에서 벤처투자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해, 투자자 한상엽이란 이름으로 처음 투자 결정은 한 곳이 동구밭이다.

◇성장 가능성 안 보였던 동구밭…”소풍과 함께 피봇하겠다”는 창업가 의지

동구밭은 현재 국내 대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업이다. 손꼽히는 발달장애인 고용기업이다. 하지만 투자 당시만 해도 텃밭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작은 회사였다. 대학시절 동아리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소수 대학생들의 열정어린 팀이었다. 사실 첫 인상은 ‘사회적 가치는 매우 크지만 기업으로서의 성장은 어렵겠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투자했다. 노순호 대표의 의지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첫 투자였던 나로선 그의 의지만 보고 투자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나를 설득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증가하는 장애 유형인 발달장애,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노동 문제를 비즈니스로 꼭 풀겠다고. 피봇도 하겠다고. 결국 피봇을 전제로 투자 결정했다.

막상 피봇의 방향도 없는채로 투자했다. 투자 후 약 한달 리서치하고 시장을 파악했다. 발달장애인이 반복 수행할 수 있는 업무, 그러면서도 시장성도 밝아야 했다. 그런게 세상에 존재하긴 하는걸까. 피봇 결정의 시간, 후보는 아쿠아포닉스(수경재배)와 고급 수제 비누 사업 두 가지였다.

동구밭 설거지워싱바 /동구밭 자사몰 캡처

◇막상 피봇의 방향도 없는채로 투자했다.

두 사업은 성장 예상되는 시장이자 발달장애인들이 과업 수행하기에도 무리없어 보였다. 너무나도 다른 두 사업. 동구밭과 소풍 사이에 이견이 없던 건 아니었다. 결론의 이유는 단순했다. 고급 수제 비누가 초기 투자 비용이 적었다. 성과 확인에 걸리는 시간도 짧았다. 당시 국내 비누 제조 시장은 소규모 사업자만 존재했다. 반면 소비자들은 해외여행 다녀오면서 고급 비누를 사 왔고 러쉬와 같은 유명 브랜드도 인지도를 넓히고 있었다. 국내는 고급 비누 시장의 태동기였다. 동구밭 시작 당시, 대박 성공보단, ‘지속가능한 모델을 구축해 발달장애인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고용하는 것’을 절실하게 바랬다.

동구밭은 매년 2배씩 성장했다. 연매출 100억 원을 넘었다. 영업이익률은 업계 평균을 상회한다. 고품질의 비누를 매달 수 만개 이상씩 만들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회사다. LG생활건강이나 아모레퍼시픽와 같은 국내 대표 브랜드에 납품한다. 제로 웨이스트 기업이다. 포장할 때도 재활용 가능한 종이만 사용한다. 해외 수출도 는다. 무엇보다 발달장애인 고용 인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금은 40여 명 고용한다. 그리고 동구밭의 제품은 비누 시장에서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동구밭은 2016년 소풍의 수 천만 원 투자 이후 한번도 외부 투자를 받지 않았다. 창업 7년 외부 투자금 없는 성장 스토리는 흔지 않다. 투자자에겐 놀랄 소식이다. 동구밭이 투자를 거부한다는게 아니다. 이제는 적절한 시점에 투자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동구밭 가꿈비누 /동구밭 자사몰 캡처

◇큰 임팩트엔 큰 보상이 따른다(HIGH IMPACT, HIGH RETURN)

동구밭의 마법 같은 스토리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 시장이 알아본다’는 메시지가 있다. 말하자면 ‘큰 임팩트에는 큰 보상이 따른다’(HIGH IMPACT, HIGH RETURN)는 것이다. 동구밭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고 큰 임팩트인 만큼 그 성장도 지속되리라 확신한다. 투자자인 소풍벤처스는 멋진 기업을 만나, 운이 좋았고 행복했다. 아니, 그들에게서 배웠다. 종종 투자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마다 동구밭와 경헙은 북극성과 같은 길잡이가 됐다. 지난 6년 임팩트 투자때마다 동구밭에서 배운, 시장과 사회의 흐름을 읽고 큰 임팩트를 미리 준비하는 일에 치중했다. 예컨대 소풍은 100곳을 넘긴 포트폴리오에서 약 25%가 농업·식품 분야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곳이다. 종종 ‘왜 농식품 분야에 집중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망설임 없다. ‘인류 전체의 생존 문제가 달린 기후위기에 가장 중요한 솔루션을 만들어낼 영역이 농식품이다’고 말이다. 심지어 70억 명의 인구가 하루 세끼를 해결해야 하는 산업이다. 그리고 큰 임팩트에는 큰 보상이 따른다. 동구밭이 알려준 교훈이다.

‘ESG 태풍’이 불면 돼지도 날 수 있다…’기후 위기’ 풀어갈 스타트업을 찾습니다

지난 2021년은 ‘ESG 광풍’의 해였다고 해도 무색하지 않다. 환경과 사회적 가치가 투자 전반과 기업 경영에 침투했다. 경제계 전반의 기본 문법으로 자리잡은 ESG의 흐름 앞에 올해 임팩트 투자사는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크게 창출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유의미한 변화와 결과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을 보여주는 역할을 해야한다. 소풍의 2022년 키워드는 단연 ‘기후 테크’다. ‘기후위기에 솔루션을 제시할 기술 기업’을 찾는 일이다. 애그테크(Agtech)·푸드테크(Food-tech)를 포함한 농식품, 신재생에너지, 플라스틱 문제, 폐기물 이슈 등이다. ‘태풍이 불면 돼지도 날 수 있다’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말처럼, 큰 임팩트를 만들어내면 돼지도 유니콘이 될 수 있다. 전통 제조업 비누 사업이 ESG와 만나 미래 유니콘을 꿈꾸는것처럼 말이다. ESG의 대항해시대라고 할까. ESG 바람을 타고 질주할 임팩트 기업과 그 기업에 항해 자금을 지원하는 임팩트 투자야말로 가장 미래지향적이다. 다시 1월이다. 이제 7년째다. 나는 임팩트 투자라는 이 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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