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안전사고에 휘청이는 HDC현산
[경향신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잇달은 대형 안전사고로 인해 휘청이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 주가는 폭락했고, 원인 규명 등 조사결과에 따라 안전관리소홀에 따른 법적책임이나 수습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지출 등이 예상된다. 사고 여파가 국내 주택사업을 발판삼아 재계 28위권까지 몸집을 키워온 HDC그룹에까지 미칠 수도 있다.
12일 현산의 주가는 전일 종가(2만5750원) 대비 19.03% 폭락한 2만8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발생한 광주광역시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며 최근 1년여 사이 가장 낮은 주가를 기록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광주광역시 학산동 건물붕괴로 9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한 지 7개월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현산의 안전불감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목전에 두고 일어난 사고라 정부도 사태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사고) 근본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나섰고, 검찰은 합동수사본부를, 국토교통부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각각 꾸리는 등 대응에 나섰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위법사항이 적발되면 무관용원칙으로 처벌하겠다”고 예고했다.
정부가 엄벌 방침을 밝히면서 조사위의 결론에 따라 안전관리책임 미흡 등 현장관리자 및 회사 경영진에까지 처벌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 현산 입장에서는 ‘아이파크’라는 회사 대표 아파트브랜드의 이미지 실추, 신뢰도 추락 등 후폭풍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학산동 건물붕괴도 아이파크를 신축하기 위해 철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번 사고는 올 11월 입주를 앞둔 신축 아이파크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치명적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저 정도 공정이 진행된 아파트 건물에서 외벽이 한꺼번에 뜯겨나가는 사고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현산의 다른 사업장으로까지 사고의 여파가 미칠 수도 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현산은 도급순위 국내 9위의 대형건설사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현산의 지난해 9월 기준 건설부문 수주계약잔량은 총 145건, 21조8200여억원에 달한다. 이 중에는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정비사업 물량이 상당히 많이 포함돼있다. 광주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현대산업개발과 계약을 취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광주 화정 아이파크’의 경우 2019년에 분양이 완료된 아파트다. 분양 당시 평균 67.58 대 1의 경쟁을 보이며 1순위 청약에서 모두 ‘완판’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사고로 인해 11월 예정된 입주가 연기된다면 수분양자들의 피해보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사고를 이유로 분양을 아예 취소해달라는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다. 수분양자들이 활동하는 온라인카페 등지에서는 “불안하다”는 글들이 줄을 잇고있다. 사태수습에 소요되는 비용과 동반되는 각종 피해 손·배소 비용 등 현산 측이 부담해야할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현산의 잇따른 대형 안전사고는 그룹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HDC그룹은 건설(현산)·석유화학·부동산 및 레저 등이 주요 사업인데, 국내 주택사업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을 정도로 실질적으로 건설에 의지하는 부분이 크다. HDC그룹의 경우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면서 계약금 반환청구소송을 벌이는 등 악재를 이미 안고있기도 하다.
HDC그룹은 지난 5~7일 정몽규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올해 첫 미래전략회의에서 “올해도 종합금융부동산그룹으로서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을 중심으로 다양한 개발사업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에너지와 물류사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있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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