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 꼭꼭 숨긴 '공수처 통신조회 확인', 비판에도 계속 방치

장우정 기자 2022. 1. 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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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통신 3사 홈페이지에서 '통신자료 제공내역 열람(조회) 신청'을 하는 법은 여전히 매우 어렵게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 이용자라고 밝힌 정모씨는 "내 통신자료를 제공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제3자인 통신사업자가 애써 감추려 한다는 느낌이 컸다"라며 "통신이 불매운동 식으로 소비자가 불만을 표현할 방법이 제한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이를 대충 얼버무리고, 수사기관에만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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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7단계로 가장 복잡.. "2주 안에 고칠 것"
KT는 술래잡기 하듯 메뉴 숨겨놔
헌법상 기본권 침해.. "즉각 시정은 의지의 문제"
T월드 첫 페이지에서 스크롤을 끝까지 내리면 이 같은 작은 글씨가 보인다. /T월드 캡처

SK텔레콤, KT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수사기관에 제공한 개인정보 내역을 확인하려는 이용자들의 절차를 복잡하게 해 놨다는 비판에도 이를 그대로 방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월 4일 자 공수처 무차별 통신조회에 열람 신청해보니… “통신3사 복잡한 절차에 메뉴 찾다 분통” 참조〉 최근 통신사 협조 하에 공수처 등의 통신자료 열람이 정치인, 기자, 일반인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져 헌법이 보장하는 통신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력 통신사 역시 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어렵게 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헌법은 개인 간의 의사소통을 사생활의 일부로서 보장하고 있으며,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12일 통신 3사 홈페이지에서 ‘통신자료 제공내역 열람(조회) 신청’을 하는 법은 여전히 매우 어렵게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복잡한 것은 신청까지 무려 7단계의 절차가 필요한 SK텔레콤(017670)이다.

우선 SK텔레콤은 홈페이지(T월드) 첫 화면에서 스크롤을 끝까지 내려 이용약관 옆에 있는 ‘개인정보 이용내역’이라는 작은 글씨를 찾아야 한다. 개인정보 이용내역이 무엇인지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나오고 다시 한번 ‘개인정보 이용내역 조회하기’를 눌러야 한다. 본인인증을 거친 뒤, 개인정보 이용 현황이 나오면 다시 스크롤을 끝까지 내려 ‘통신자료 제공 내역 조회 및 통신자료 제공 사실 확인서를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를 클릭해야 한다. 파란 신청 버튼을 클릭하면 마지막 단계인 팝업창이 뜬다. 오른쪽 스크롤을 다시 내려 정보를 받아볼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고 약관·정책을 동의한 뒤 신청 버튼을 눌러야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SK텔레콤 내 개인정보 이용내역 확인 신청의 마지막 단계. 정상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오른쪽 스크롤을 눌러 추가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T월드 캡처

SK텔레콤 이용자라고 밝힌 정모씨는 “내 통신자료를 제공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제3자인 통신사업자가 애써 감추려 한다는 느낌이 컸다”라며 “통신이 불매운동 식으로 소비자가 불만을 표현할 방법이 제한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이를 대충 얼버무리고, 수사기관에만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라고 했다.

SK텔레콤 측은 “내부적으로 사용자의 불편에 대한 지적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신청과정에서 나타나는 ‘조회 결과가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마치 외부기관에 제공한 사실이 없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즉각 수정했고, 어떻게 홈페이지 속 메뉴를 개편해야 할지 내부 논의를 마친 단계다”라고 했다. 이어 “개발자들이 이를 홈페이지에 적용하는 데까지는 약 2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그러나 정보기술(IT) 업계 개발자는 “이용자의 니즈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알고리즘을 하루에 800번에서 많게는 1000번까지 바꾸는 사이트도 있다”라면서 “통신사 정도의 개발자를 두고 있는 곳이라면, 절차 간소화는 2시간 안에도 할 수 있어 의지의 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SK텔레콤이 ‘묻고 또 묻고’ 절차를 통해 이용자들의 중도 포기를 유도하는 듯한 과정을 보인다면, KT는 처음부터 메뉴 찾기를 어렵게 해 놓았다. KT는 홈페이지(KT닷컴) 하단에 개인정보 이용내역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휴대폰 결제, 본인확인 등의 이유로 동의하에 개인정보를 이용한 내역만 보여준다. 첫 페이지 상단에 있는 ‘고객지원’ 메뉴를 누르고, 스크롤 후 하단에 있는 서비스 이용 꿀팁까지 내려야 한다. ‘통신자료 제공내역’은 여기에서 ‘펼치기’를 눌러야만 비로소 보인다. 이를 클릭하면 본인인증을 거쳐 신청이 가능한 구조다.

서비스 이용 꿀팁까지 스크롤을 내린 뒤 '펼치기'를 눌러야지만 비로소 '통신자료 제공내역'이 뜬다. /KT닷컴 캡처

일부에서는 통신사의 통신자료 제공이 법적 근거(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가 있고, 통신사가 반드시 응해야 할 구속력이 없다는 점,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등 제출 자료가 단순하다는 점을 내세워 관행적으로 문제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조계 시각은 다르다. 이런 기초 통신자료가 개인의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관문이 되는 핵심 정보인데다, 수사기관의 정보 요구에 통신사가 거절하기 어렵다는 점, 이로 인해 국가·기업이 보유한 막대한 정보를 가지고 개인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입자들이 통신사 가입 시 개인정보 수집·제공 등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을 읽지 않고 동의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쨌건 통신사로선 법적 동의를 받은 데다 수사기관의 요청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변명을 내세울 수 있다”라면서 “넘어간 개인정보를 확인하는 절차 역시 법으로 규정돼 있는 것이 아닌 기업 내부 방침에 따른 것이므로 결국 기본권 침해 등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통신사가 빠져나갈 빈 공간이 없도록 입법으로 촘촘하게 규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런 허술한 법치주의가 통신사의 기본권 침해를 방조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면서 “입법부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잠을 자지 않고서라도 관련 법안을 촘촘하게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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