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 못 살겠다"..무너진 광주 새 아파트 처음부터 다시 짓나

유엄식 기자, 오진영 기자 2022. 1. 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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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건설현장, 공사 중에 외벽이 무너져 내려 내부 철골구조물 등이 드러나 있다. /사진=뉴시스(소방청 제공)

"무서워 못 살겠다", "철거 후 재건축해도 HDC현대산업개발이 한다면 믿을 수 없다"

전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해 올해 연말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사고 발생 직후인 12일 오전 광주시가 공사 중단을 명령해 입주 지연 가능성이 높아졌고, 추가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예기치 못한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입주 앞둔 입주자들 분통...전면 철거 후 재건축, 분양금 보상 등 촉구
화정 아이파크 입주 예정자들은 온라인 카페, 카카오톡 오픈 채팅 등을 통해 이번 사고 발생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 단지는 2019년 5월 3.3㎡당 평균 1650만원대에 공급됐다. 당시 광주 시내 최고 분양가였다. 그럼에도 시내 중심부에 위치했고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라는 장점에 청약 수요자들이 대거 몰렸다. 특별공급을 제외한 433가구 모집에 2만9261명이 몰려 평균 6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기 단지 청약 당첨으로 내집마련에 성공했다는 기쁨은 전례를 찾기 힘든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로 산산히 부서졌다.

입주 예정자 A씨는 "건물 일부만 붕괴됐지만 나머지가 안전하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며 "설계랑 공정을 같은 방식으로 했을텐데 전면 철거 후 재건축 외에는 불안해서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입주 예정자 B씨는 "평생 모아 생애 처음 마련한 내집이고 11월 입주 예정일에 맞춰 이사 계획, 잔금 납입 계획을 세웠는데 모두 엉망이 됐다"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분양자가 원할 경우 기존에 납입한 분양대금과 이자, 시공사 책임에 따른 피해까지 모두 보상해야 한다", "입주자 협의체를 구성해 시공사와 법적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본인들의 경제적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현장에서 실종된 근로자들을 우선 걱정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 입주 예정자는 "일단 하루 빨리 실종자부터 찾고 다음일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며 "모두 무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건설현장, 공사 중에 외벽이 무너져 내려 내부 철골구조물 등이 드러나 있다. 현재 6명이 소재불명 상태이지만 구조물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수색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타워크레인부터 안전하게 해체해야…붕괴건물은 철거 후 재건축 필요
현장에선 추가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된다. 붕괴 영상과 현장 사진을 본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물 철거와 보수를 결정하기 전에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부터 필요한데 강풍, 한파 등으로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며 "실종자 수색과 함께 이 문제도 신속히 해결해야 추가 사고 위험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현장을 점검한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공학박사, 안전기술·지도사)는 "타워크레인이 약 20도 기울어져 있는데 무너지는 것을 월타이(wall tie·지지대)가 붙잡고 있다"며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고 쓰러진다면 반경 140m는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현장 반경 200m 내에는 광주종합버스터미널, 대형마트 등이 있어 유동인구가 많다.

단지 완전 철거 후 재건축에 대해선 정밀 안전진단 이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전례 없는 유형의 사고로 예단이 어렵지만, 붕괴 사고가 발생한 건물에 대해선 철거 후 재시공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 정도로 건물이 무너졌다면 안전진단을 하더라도 최소한 해당 동은 부수고 다시 짓는 게 맞다"고 말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현장을 방문해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단)
국토부 "전면철거 등 입주 지연 장기화될 경우 청약통장 부활 가능"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계약 취소 후 청약통장 부활을 요구하고 있다.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릴 바에 다른 아파트에 청약을 신청하겠다는 것이다.

관련 규정상 피해 구제 가능성은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14조, 57조)에 따르면 사업 주체 파산, 입주자 모집승인 취소 등으로 이미 납부한 입주금을 반환받거나 해당 주택에 입주할 수 없게 된 경우 당첨자 명단에서 삭제되며 이후 1년 이내 청약 납입금을 다시 내면 기존 통장은 되살아난다.

이 문제는 안전진단 이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진단을 통해 전면 철거 후 재건축 결론이 난다면 최소 2~3년 이상 더 시간이 필요한데, 이는 입주자 의사와 관계없이 불가항력적으로 입주가 불가능해진 요건에 해당된다"며 "이런 경우라면 원칙적으로 청약통장 부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실종자 수색이 우선이라며 입주자 피해 보상 문제 등에 대해선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는 이날 오전 HDC현대산업개발이 시내에서 진행 중인 모든 건축 현장에 대한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현재 △화정 아이파크 △학동 4구역 △광주계림 IPARK SKVIEW △광주운암3단지 등 4개 주택 건설 현장에 참여하고 있다. 공사 중지에 따라 나머지 단지에서도 일정 차질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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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mt.co.kr,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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