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성공했나..엇갈리는 평가
[경향신문]
북한이 12일 최종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한 ‘극초음속미사일’의 실체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대성공을 주장하지만, 한국군 당국은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무기 시험장에 661일 만에 등장하면서 공식 발표에 무게를 실어줬다. 한국군은 북한 미사일에 대해 지난 5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의 ‘극초음속미사일’은 아니다”고 평가 절하했던 입장을 이날도 바꾸지 않았다.
북한 발표가 사실이라면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천명한 지 불과 1년 만에 “대성공”을 이룬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5대 과업 중 하나로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선언했다.
북한 측 발표 기준으로 지난 11일 시험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의 비행거리는 1000㎞로 5일 발사 때(700㎞)보다 300㎞ 늘었고, 선회비행 구간도 120㎞에서 240㎞로 2배가 됐다. 북한이 이번 시험발사에 이어 실전배치 단계로 들어설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그러나 북한 발표는 비행거리에서 한국군이 탐지한 ‘700㎞ 이상’과 상당한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우리 군이 (북한 미사일의) 후반 변칙기동 부분을 놓쳐서 탐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북한 미사일이 저고도로 변칙 기동을 할 경우 지구 곡면률의 영향으로 한국군 이지스 구축함 등의 레이더에는 탐지되지 않는다. 북한은 이날 미사일이 600㎞ 지점에서부터 ‘활공 재도약’ 후 240㎞ 강한 선회기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선회기동은 탄도탄 방어망을 회피하는 활공 비행을 의미한다. 저고도로 활공 비행하면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고 그만큼 요격도 어려워진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북한은 지난 5일에 쏜 원뿔 형태의 탄두부를 갖춘 탄도미사일을 재발사했다. 시험장 모니터 화면에는 텔레메트리(원격자료수신장비)를 통해 수신된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 비행 궤적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공개됐다. 공개된 궤적은 전날 일본 방위성이 예상 탄착지점 등을 표시해 공개한 사격 약도와도 거의 일치했다. 한국 군 당국이 “과장됐다”고 평가절하했던 기술력을 우회적으로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발사체가 극초음속미사일인지 여부는 활공비행 및 음속의 수 배에 이르는 속도 유지 여부 등으로 판가름된다. 군 당국은 북 미사일의 최대속도를 마하10(초속 약 3.4㎞) 안팎으로 분석하면서도 그것이 상승단계에서 기록한 것인지, 활공단계에서 기록한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경우 상승 후 1단 발사체가 분리된 뒤 활공 또는 하강 단계에서도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북한 역시 미사일 속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아직 활공단계 속도가 극초음속 미사일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통상 북한 미사일 궤적 파악은 한·미·일 정보당국의 공동분석을 통해 이뤄진다. 북 미사일의 최종 궤적은 미 첩보위성을 통한 추가 분석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이 이를 공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군은 미측 동의(허가)가 없으면 미 정보자산으로 파악한 정보를 공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네이버, 소프트뱅크에 ‘라인’ 경영권 뺏길판…일본 정부서 지분 매각 압박
- “육군은 철수...우린(해병) 한다” “사단장님이 ‘하라’ 하셨다”···채 상병 사건 녹취록 공
- [스경X초점] “씨X·개저씨” 민희진 기자회견, 뉴진스에 도움 됐을까
- 나경원, ‘윤 대통령 반대’ 헝가리식 저출생 해법 1호 법안으로···“정부 대책이 더 과격”
- 공수처, ‘이정섭 검사 비위 폭로’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 조사
- “매월 10만원 저금하면 두 배로”…다음주부터 ‘청년통장’ 신청 모집
- 아동 간 성범죄는 ‘교육’ 부재 탓···사설 성교육업체에 몰리는 부모들
- [초선 당선인 인터뷰] 천하람 “한동훈은 긁어 본 복권…정치 리더로서 매력 없어져”
- 니카라과, “재정 악화” 이유로 한국 대사관 철수 통보
- 현대차, 차량 내부 20℃ 이상 낮춰주는 틴팅필름 개발…‘뙤약볕’ 파키스탄서 실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