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대량해고 후 1년4개월..조종대 놓고 오토바이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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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이상직(전북 전주을) 의원이 55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자 이스타항공의 한 해고 노동자는 감격하며 눈물을 끌썽였다.
박이삼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 조종사 지부장도 "이 의원의 유죄 판결은 노동자를 고통스럽게 한 죗값을 치르는 것,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며 "이스타항공이 새 주인을 찾았다 해도 해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은 현실을 마주한 채 고통 속에 살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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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인수자 나타났지만 고용 불투명, "돌아갈 직장 없어 막막"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이제야 죗값을 받네요"
무소속 이상직(전북 전주을) 의원이 55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자 이스타항공의 한 해고 노동자는 감격하며 눈물을 끌썽였다.
임금도 받지 못한 채 회사에서 쫓겨난 이후 투쟁과 함께 근근이 생계를 이어온 지난날이 떠올라서다.
찬 바람이 불어올 무렵인 2020년 9월 7일.
조종사 A씨는 별안간 회사로부터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
8개월째 임금도 받지 못했는데 회사는 다짜고짜 짐을 싸라고 했다.
당시 A씨와 함께 거리로 나앉을 형편에 놓인 근로자들은 모두 605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의 첫 대규모 구조조정이었다.
2019년 9월 이스타항공이 비상 경영 체계에 돌입한 이후, 소문으로만 돌았던 대량 실업 사태가 현실화한 것이다.
현실은 참담했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이직을 받아줄 회사는 없었다.
쌓여만 가는 은행 이자도 갚을 길이 없었다.
A씨는 조종석에서 내려와 배달 오토바이에 올랐다.
음식 배달, 대리운전 등 생계를 위한 일이라면 뭐든 했다.
집도 평수를 좁혀 이사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 '복직'에 대한 희망을 품었다.
A씨는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해고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이리저리 발로 뛰었다"며 "할 수 있는 게 투쟁과 그것밖에 없었으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노조의 의심 눈초리는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의원에게 향했다.
급기야 이 의원을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이스타항공이 경영난으로 무너진 데는 이 의원의 책임이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구체적으로 이 의원 아들과 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 최대 주주가 되는 과정에 의문을 품었다.
이는 상속세와 증여세법을 교묘히 빠져나가기 위한 조세 포탈에 해당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었다.
이스타홀딩스가 설립 2개월 만에 자금 100억원을 차입해 이스타항공 주식 524만주를 매입하는 과정도 의심했다.
그렇게 이어온 고발과 투쟁의 세월.
그 사이 이스타항공은 우여곡절을 거쳐 ㈜성정이라는 새 주인을 찾았다.
서울회생법원도 이스타항공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해 운행 재개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A씨를 비롯한 이스타항공 해고 노동자들은 이 의원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는데도 표정이 그리 좋지 못하다.
성정-이스타항공 투자계약서에 '이스타항공 직원의 고용을 5년간 승계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해고자 복직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그래서 A씨를 포함한 해고 노동자 605명은 사실상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희망을 품지 못하고 있다.
A씨는 "해고 통보를 받은 이후 어디를 가든 '그 많던 조종사 월급을 받은 사람이 다른 일을 할 수 있겠나'라는 편견과 싸워야 했다"며 "성정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고 복직에 대한 기대를 조금 가졌는데 이제는 정말 희망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박이삼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 조종사 지부장도 "이 의원의 유죄 판결은 노동자를 고통스럽게 한 죗값을 치르는 것,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며 "이스타항공이 새 주인을 찾았다 해도 해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은 현실을 마주한 채 고통 속에 살고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주지법 제11형사부(강동원 부장판사)는 1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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