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추위 못견딜 것 같다"..무너진 아파트, 애타는 실종자 가족들

광주광역시=오진영 기자, 광주광역시=홍재영 기자 2022. 1. 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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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동 참사 이후로 변한 게 없습니다. 어느 하나 말해주는 사람도 없고요."

12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2블록 201동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A씨는 "학동 참사 때 이후로 변한 게 하나도 없다"며 "브리핑이라도 제대로 하면 가족들에게 위안이 되겠는데 아직 아무것도 들은 게 없다"고 했다.

HDC 현대산업개발은 217일 전 17명이 죽거나 다친 광주 학동 현장의 시공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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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건설현장 모습. 아파트 외벽이 붕괴돼 있다. / 사진 = 홍재영 기자


"학동 참사 이후로 변한 게 없습니다. 어느 하나 말해주는 사람도 없고요."

12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2블록 201동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패딩 점퍼를 입은 A씨가 영하의 날씨에도 초조한 표정으로 경찰 안전선 앞을 오갔다. A씨의 이모부는 31층에서 내부 공사를 하다 실종된 6명 중 1명이다. 당국에서 A씨를 포함한 실종자 가족들에게 거처를 마련해 줬으나 이들은 바깥에 머무르고 있다. 언제 수색 결과가 나올지 몰라서다.

A씨는 사고 직후인 지난 11일 저녁 7시부터 어머니(실종자 아내의 언니)와 이모(실종자의 아내) 등 가족과 현장을 지키고 있다. A씨의 이모는 실종 소식을 들은 뒤부터 식사도 하지 않고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A씨는 "이모는 사고 당일 오전 잠깐 이모부와 통화한 게 전부라고 하더라"라며 "사고 후 이모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2번 정도 신호가 간 뒤 전화기가 꺼져 지금까지 연락이 안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수색이 이날 점심 때가 돼서야 재개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국은 추가 붕괴가 우려된다는 분석에 따라 수색을 미뤄오다 이날 오전 11시20분쯤 구조견 6마리와 핸들러(구조견 관리사)를 투입했다. A씨는 "동트기 전에 안전진단을 하겠다더니 결국 안 했다"라며 "또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실종자 가족은 제대로 된 안내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A씨는 "학동 참사 때 이후로 변한 게 하나도 없다"며 "브리핑이라도 제대로 하면 가족들에게 위안이 되겠는데 아직 아무것도 들은 게 없다"고 했다.

현장에서 작업하던 동생과 연락이 두절된 B씨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붉어진 눈시울을 연신 비비던 B씨는 "부실공사가 아니고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할 수가 없다"라며 "어제부터 여길 지키고 있는데 아무도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 직접 하나하나 붙잡고 물어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수색이 미뤄지다가는 (동생이) 추운 날씨를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예견된 인재'였다는 시민들…"사고 이전에도 주변 도로 금갔다는 이야기 자주 들려"
12일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건설현장 앞 실종자 가족들과 시민, 구조대와 경찰이 몰려 있다. / 사진 = 홍재영 기자

현장 인근의 시민들은 이번 사고가 예견된 사태였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현장에서 낙하물이 추락하거나 주변 도로가 꺼지는 등 주변에서는 안전사고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지적이다.

광주 서구청에 따르면 붕괴 사고 현장과 관련해 접수된 정식 민원만 수십건이 넘는다. 구두 민원을 포함하면 수백건 이상이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이번 사고가 벌어지기 전에도 주변 도로에 금이 가거나 '뭐가 떨어졌다'고 하는 이야기가 자주 들렸다"라며 "지난달 눈이 많이 오는 날에 공사장 인부들이 돌아다니는 등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이렇게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HDC 현대산업개발은 217일 전 17명이 죽거나 다친 광주 학동 현장의 시공사다. 당시 경찰 수사에서 속도·비용 절감을 위한 무리한 공사 방식과 해체계획서를 따르지 않은 철거 등이 원인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장에서도 입주일자에 맞추기 위한 무리한 공사가 화를 불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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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광주광역시=홍재영 기자 hjae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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