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큐비트급 한국형양자컴 개발 착수·AI시대 열 미래형 메모리 PIM 개발 시작
일반컴퓨터로는 수만년이 걸릴 계산을 수십수백초만에 끝내는 양자컴퓨터 개발과 초고성능슈퍼컴퓨터 국산화, 연산 기능과 기억 기능이 동시에 있는 신개념 소자인 프로세싱인메모리(PIM) 개발 등에 904억원이 투자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2년도 ICT(정보통신기술) 원천연구개발사업 시행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모두 12개 사업에 걸쳐 이뤄지는 올해 사업은 지난해 467억원보다 예산이 2배 가까이 늘어났고 이 가운데 양자컴‧슈퍼컴, 반도체, 초전도 분야에 대한 투자가 대폭 확대됐다. 전체 예산 가운데 384억원이 신규 6개 사업에 투자된다.
주요 사업을 보면 양자컴퓨팅 분야에선 연구개발(R&D) 집약과 국내외 협력을 강화해 미국과 중국 주도의 양자분야에 대한 기술 추격을 가속화하고 생태계 조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양자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기술‧인프라를 집약해 50큐비트(양자컴퓨터 연산단위) 양자컴퓨터 개발에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양자 기술 영역에서는 ‘0’과 ‘1’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는 최소 단위인 ‘큐비트’를 사용한다. 이를 활용해 컴퓨터를 만들면 현재 슈퍼컴퓨터보다 이론상 30조배 이상 빠른 연산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지난해 2030년 양자기술 4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50큐비트급 한국형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2024년까지 조기 구축하기로 했다. 최초의 상용 양자컴퓨터인 ‘D-웨이브’는 2000큐비트급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후속조치 하나로 미국 내 협력거점으로서 양자기술 협력센터를 설치하고 기술분야별 공동연구센터 10여곳을 구축하는데 6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아울러 박사급 전문가인 ‘양자스페셜리스트’를 양성하는 양성센터도 올해 안에 선정해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137억원을 투자해 초고성능컴퓨팅(HPC)에 들어가는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의 국산화를 위해 가속기 기반 진화형 서버 프로세서(CPU와 가속기 통합 시스템온칩을 결합) 프로토타입 칩 제작과 검증을 올해 추진한다. 또 국산 초고성능컴퓨터 기술 검증의 마지막 관문인 실증을 위해 실제 과학 난제 연구에 적용하고 혁신 기술을 발굴하는 대규모 집단 연구에 1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할 계획이다.
총 97억원을 투자해 신개념 미래형 반도체인 PIM 개발에도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PIM은 연산을 담당하는 프로세서와 기억을 저장하는 메모리를 통합한 반도체로 인공지능(AI) 발전을 위해 재설계된 메모리 개념으로 불린다. 메모리에서 연산이 가능하고 병렬 처리가 가능해 AI 성능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전력소모를 70%까지 줄일 수 있어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포스트 실리콘 시대를 대비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망 화합물 반도체 후보군으로 뽑히는 에피(Epi) 소재‧소자와 공정기술 개발도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두 종 이상의 원소로 구성된 화합물 반도체는 단일 원소의 실리콘 반도체보다 전자 이동도가 우수하고 다양한 원소 조성변화를 통한 밴드갭 엔지니어링이 가능해서 고속, 고효율, 고전력이 요구되는 무선 통신 소자와 전자소자 모스펫(MOSFET·금속산화막전계효과 트랜지스터), 발광다이오드(LED)나 레이저 다이오드(LD) 등에 사용되고 있다. 결정구조를 갖는 기판위에 기판과 같거나 또는 다른 결정 구조를 갖는 물질을 성장시키는 에피택시 기술을 활용해 실리콘 뒤를 이을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총 40억원 예산이 투자되는 초전도 분야도 신규 지원되는 분야다. 초전도란 영하 273도(절대 0도)나 특정 임계온도에서 저항이 사라지면서 전류가 무한히 흐르는 현상이다. 과학자들은 극저온이 아닌 실온에서 초전도가 실현된다면 매우 균일한 자기장 생성과 변환이 가능해지면서 전력소모가 거의 없는 전력 송전 시스템과 불필요한 소모가 없는 이상적인 발전기 개발, 핵융합 기술 개발, 의료영상, 군사 분야에서 탐지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도 “의료‧국방‧전력‧에너지‧교통 등 다양한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는 무절연 고온초전도 기술에 대해 4대 마그넷 원천기술 개발을 신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시대에 요구되는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해 양자‧반도체 등 국가 전략기술 투자를 지속 확대하면서 유망기술에 대한 선제적 발굴‧지원 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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