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불안한 개미 투자자를 '패닉'에 빠트리는 경영진

CBS노컷뉴스 윤석제 기자 입력 2022. 1. 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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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금리인상·팬데믹 등 악재로 새해 국내 주식시장 하락세
조정 장세 당분간 지속 가능성에 '개미' 투자자 '곤혹'
신세계 '멸공'·카카오 '먹튀' 논란에 관련 주가 '급락'
경영진 言行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가 감당
코로나19 초기 시장 떠받친 '동학개미' 역할 잊은 듯
지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새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이 영 안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 예고와 환율 오름세로 이른바 성장주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지면서 급락하는 종목들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맥을 못 추고 있는 경기 민감주 역시 오미크론 확산 위기감 등으로 도무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국민주라고 하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종목이 버텨주고 있어 종합주가 지수의 곤두박질은 가까스로 막아주고 있으나 개별 종목들의 경우 급락 소식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의 조정 장세가 적어도 올 1분기가 끝나는 3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주식시장의 흐름이 안 좋아지면 누구보다 힘들어지는 것은 역시 개미 투자자들이다.

주식 시장의 본질은 아무리 좋은 미사여구로 포장을 해도 사실상 '돈 놓고 돈 먹기'식의 도박 성격이 짙다.

그래서 투자의 최종 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 개인의 몫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들린다.

하지만 은행금리는 낮고 부동산을 구입하기엔 자금이 부족한 개미들에게 주식시장은 자신의 재산을 늘려보기 위해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필요악의 선택지가 됐다.
 

연합뉴스


특히 2~30대 젊은 개미투자자들의 경우 일확천금을 바라기보다는 노후 자금 적립을 위해 주식 투자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주식 투자금은 여윳돈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상당하다.

지금처럼 시장 흐름이 조정 장세를 보일 경우 여윳돈으로 주식을 하고 있다면 그나마 버틸 수 있지만 남의 돈을 끌어다 단타 위주의 주식을 하고 있는 '빚투'의 경우라면 큰일이다.

영혼까지 끌어다 투자한다는 '영끌 투자자'는 단기간에 조정 국면이 끝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조정의 골이 깊어진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가뜩이나 불안한 개미 투자자들을 그야말로 '멘붕'과 '패닉' 상태에 빠트리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그것도 다름 아닌 국내 굴지 기업들의 경영진에게서 터져 나왔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과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신세계 그룹·카카오 제공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발언 탑승은 연일 화제가 되면서 주가 급락은 물론 그룹 관련 제품에 대한 불매 주장까지 나오는 등 논란거리가 됐다.

논란은 급기야 정치권으로까지 비화해 국민의힘 인사들은 '멸공' 릴레이를 하고 있는가 하면 더불어민주당 측은 '스타벅스 불매'를 선언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발언 이후 신세계 등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자 더 이상 '멸공' 관련 언급을 하지 않겠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정 부회장은 그러면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팅'을 운운하며 "사업가인 자신에게 멸공은 현실"이라고 밝히는 등 억울한 심정을 내비쳤다.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기업체 사주가 사회주의를 대표하는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개인적 신념에 따른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말 한마디로 발생한 주가 급락이라는 날벼락은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떨어졌다.

정 부회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팅'을 부각하기 위해 '멸공' 발언을 했다고 항변했으나 자신의 발언이 '오너 리스크'라는 불안감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 것 같다.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카카오그룹에서는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이 터졌다.

공동대표에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카카오페이 상장 약 한 달 만에 임원들과 함께 보유 주식 900억 원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팔아치워 469억 원이라는 차익을 거뒀다.

류 공동대표 내정자는 '먹튀' 논란이 일자 자진 사퇴했으나 주가는 이미 곤두박질친 뒤였다.

'카카오 군단'으로 불리던 카카오그룹은 문어발식 골목상권 잠식에 따른 규제 이슈로 발목을 잡힌 데다가 경영진의 먹튀 논란까지 촉발되면서 치명타를 입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달 동안 카카오그룹의 시가 총액 가운데 27조 원이 증발했다.

연합뉴스

 
자본주의 사회가 무너지지 않는 한 주식시장은 기업의 합법적인 자본 축적 수단의 역할을 지속할 것이다.

하지만 '소문이 사실이 되면 이미 늦었다'는 말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주식시장에서는 작은 소문이나 사실 하나에도 주가가 출렁일 정도로 심리가 시장을 좌우하는 측면이 크다.

예민하기 그지없는 주식시장의 특성상 경영진의 섣부른 말이나 행동 하나가 겉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파장은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법이고 특히 개미를 비롯한 일부 투자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지난 2020년 초 국내 코로나 창궐 직후 곤두박질치던 주식 시장을 떠받쳐 기업 활동을 유지 시켜 준 기둥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동학개미'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금액이 많든 적든 투자자들의 소중한 자산을 운용하는 기업 경영진은 자신이 무심코 던지는 한 마디와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동이 시장에 몰고 올 파장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CBS노컷뉴스 윤석제 기자 yoonthoma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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