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일 만에 또 HDC' 잇딴 붕괴사고에 광주시민들 뿔 났다(종합)

구길용 입력 2022. 1. 1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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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대기업 안전관리 수준 이 정도라는게 한심하고 분해"
학동 붕괴참사 이후 7개월 아파트 현장 외벽 '와르르'
건설현장 수차례 민원제기, 시공사·지자체 뒷짐 빈축
광주시 현산 공사 전면중단…시민들 "안전불감 결과"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11일 오후 3시 47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한 고층아파트 신축 현장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1명이 경상을 입었고, 무너져 내린 건축물 잔해물에 주변 주·정차 차량 10여대가 깔렸다. 2022.01.11.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 구길용 기자 =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학동 붕괴참사 이후 불과 7개월여 만에 또다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하자, 광주시민들은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광주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진행하는 모든 건축·건설현장에 대해 긴급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으나 광주지역 시민사회의 비난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12일 경찰과 소방, 지자체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께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201동 39층 옥상 타설작업 중 23~38층 바닥과 외벽 일부 등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구조된 3명 중 1명이 병원치료를 받고 있고, 6명이 연락두절된 상태다.

또 외벽 인근에 주차돼 있던 차량 등이 파손되고 주민 1000여명이 대피했으며 인근 주택가 정전사태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붕괴건물 옆에 부착된 140m 높이의 타워크레인이 심하게 기울어진 데다, 외벽의 추가 붕괴 가능성도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고가 난 건축물은 현대산업개발이 광주 서구 화정동 23-27번지 일대에 지하 4층~지상 39층, 8개 동, 아파트(705가구), 오피스텔(142실) 등 총 847가구 규모로 시공중인 주상복합 건물이다.

문제는, 지난해 6월9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건물 붕괴참사의 시공사도 현대산업개발이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건설 대기업의 안전불감증이 낳은 참사라는 지적이다.

학동 붕괴참사 당시 해체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승강장의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경찰수사 결과 건물해체 과정에서 수평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공사가 붕괴 원인으로 밝혀졌고, 이면에 숨어 있던 안전 관리 부실과 재개발 사업 비리 '복마전'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런데도 현대산업개발측은 사고원인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책임 피하기에만 급급했으며 피해보상에도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가 발생한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도 그동안 안전관리 부실을 지적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 현장에서 합판 등 건축자재가 수시로 떨어지고 시설물 안전조치도 소홀해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다는 민원이었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인 서구청과 시공사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결국 이번 붕괴사고로 이어졌다.

전형적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중소업체도 아닌 건설대기업이 시공하는 현장에서 대형 붕괴참사가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해 광주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학동 붕괴참사 직후 철저한 안전관리와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했지만 불과 217일 만에 또다시 광주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불신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 건설현장 인근 주민 A씨는 "관할 구청에 공사현장의 안전문제를 지적하는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했지만 제대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기업의 안전관리 수준이 이런 정도라는 게 한심하고 분하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학동참사시민대책위는 이날 성명에서 "학동참사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광주에서 또다시 건설 중인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믿기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그것도 학동참사의 주범인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아파트 건설 현장이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이번 사고 역시 안전은 도외시한 채 이윤만을 좇아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무리한 시공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점에서 이번 사고는 본질적으로 학동참사가 되풀이 된 것이라 규정할 수 있다"며 "현대산업개발은 광주에서 떠나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광주시당도 성명을 통해 "현대산업개발은 학동 참사에 대해 사과만 했을 뿐, 지금까지 직접 책임이 없다고 부인해왔다"며 "언제까지 광주시민들이 희생돼야 하느냐"고 밝혔다.

광주시는 이번 붕괴사고와 관련해 화정동 사고현장을 비롯, 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건축·건설 현장의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국토부 경찰청 등과 협력해 철저한 사고원인 조사와 함께 모든 법적, 행정적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안전관리 대책을 되풀이 할 것이냐"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고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12일 오전 광주 서구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 현장에서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1.01.12. lyj2578@newsis.com


한편 HDC현대산업개발 유동규 대표는 이날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현장을 찾아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유 대표는 "현대산업개발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실종자분들과 가족분들, 광주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책임을 통감하며 유관기관과의 협의 아래 실종자 수색, 구조와 그 과정에서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kykoo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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