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판사는 본인 딸이 죽어도 징역 7년만 선고할 것인가

최효정 기자 2022. 1. 1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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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304호 법정.

자신의 여자친구였던 고(故) 황예진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32)씨가 1심에서 징역 7년형을 받자 방청석에선 울분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씨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을 무작정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판결문은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한 이유로 이씨가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는 데다 평범한 취업준비생이었다는 것, 통상의 '교제살인'과도 다른 양상이라는 점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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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는데 징역 7년? 자기 딸이 죽어도 저런 선고를 할 수 있나?”

지난 6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304호 법정. 자신의 여자친구였던 고(故) 황예진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32)씨가 1심에서 징역 7년형을 받자 방청석에선 울분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가혹했던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던 터라 예상보다 낮은 형량에 대한 분노가 컸다.

황씨 유족은 억울함에 절규했다. 황씨의 어머니는 “딸이 사망한 대가가 징역 7년이면 부모는 살아갈 수 없다”며 “피해자를 위한 법은 없다. 이런 나라에서 자식을 키우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울먹였다.

검찰은 앞선 결심 공판에서 이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이보다 낮은 7년형을 선고했다. 이씨의 형량이 낮은 것은 애초에 적용된 혐의가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였기 때문이다. 검찰과 재판부 모두 이씨 행위가 고의성이 없는 우발적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검찰과 재판부의 판단은 법리와 법치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씨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을 무작정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판결문은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한 이유로 이씨가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는 데다 평범한 취업준비생이었다는 것, 통상의 ‘교제살인’과도 다른 양상이라는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판단 과정에서 유족의 목소리는 얼마나 존중받았을까. 황씨 어머니는 끊임없이 검찰에 살인죄 적용을 요구했지만, 검찰은 처음부터 상해치사죄 적용을 일관되게 고수했다. 피해자 대신 원고로 나서 유족의 억울함을 풀어주어야 할 검찰이 정작 그 유족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았다. 재판부도 현장검증 등 고의성 입증을 위한 유족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4일 첫 공판기일이 열렸고 지난 6일 선고기일까지 재판은 단 네 차례에 불과했다. 선고기일을 제외하면 사실상 세 번의 공판만으로 재판을 끝낸 것이다. 한 생명의 죽음이 누구 때문인지 밝히기에는 턱없이 짧고, 부족했다.

“법정은 가해자에게 죄질에 합당한 형을 부과하는 정의를 실천하는 곳인 동시에 피해에 대한 회복적 사법이 구현돼야 하는 곳이다.”

한 형사법 전문가는 검찰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했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가치인데, 피의자 처벌에만 수사와 재판이 초점을 맞추면서 피해자는 단순 증인으로 전락하고 소외된다는 것이다.

유족은 억울함을 부족함이 없이 법정에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검사와 판사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피해자를 위한 법은 없다’는 절망 대신 ‘국가가 피해자의 생명을 소중히 다룬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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