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로나로 억눌린 원유 수요, 올해 하루 400만배럴 넘게 늘어날 것”

이용성 기자 2022. 1. 1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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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회복 예상보다 앞당겨지면 하루 600만배럴↑”
”3분기가 고비...韓, 공급 유연성 극대화해야”
”이란 핵협상 결과 따라 국제유가 100달러 넘어갈 수도”

유가 변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다. 특히 석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유가의 오르내림에 특히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항공·정유업계 처럼 전체 비용에서 유류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제외하더라도 유가 변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는 찾기 어렵다. 기업의 생산 단가와 가계 소비 여력 등 경제 전반이 유가의 등락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캉 우 S&P글로벌플래츠 국제 수요 및 아시아 분석 총괄. /S&P글로벌플래츠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여파로 12월 초 배럴당 60달러대로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최근 반등하며 배럴당 80달러선 근처에 머물고 있다.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 카자흐스탄의 연료가격 인상 반대 시위 격화에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기타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가 1월에 이어 2월에도 증산 규모를 확대하지 않고 기존 증산 계획을 유지하는 것 등이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25년 이상 에너지 분야에서 시장 분석과 컨설팅, 연구 업무를 담당해 온 캉 우 S&P 글로벌플래츠 국제 수요 및 아시아 분석 총괄은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 등을 이유로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400만배럴 이상 늘어날 것으로 봤다.

중국 베이징대에서 국제경제학을 공부하고 미국 하와이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우 총괄은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전문기업 팩츠 글로벌 에너지(FGE) 부회장과 사우디 정부 산하 싱크탱크인 압둘라 국왕 석유연구조사센터(KAPSARC) 선임연구원(국장)을 거쳐 2018년부터 S&P글로벌플래츠에 몸담고 있다.

1909년 설립된 S&P 글로벌 플래츠는 에너지 및 원자재에 대한 정보와 벤치마크 가격을 제공하는 글로벌 선도 기업이다. 본사는 영국 런던에 있으며, 190여 국가에 약 1만2000명의 고객을 두고 있다. 싱가포르의 S&P 글로벌플래츠 아태지역 본부에 있는 우 총괄을 이메일로 인터뷰 했다.

올해 국제유가 변화 흐름, 어떻게 전망하나.

“코로나19가 계속해서 원유 수요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백신 보급과 접종이 비율이 높아지면서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다. 이동제한 등 각종 규제로 억눌렸던 수요도 살아날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원유 수요 회복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과 국가와 지역에 따른 확진자 수 증가는 새해에도 이어지겠지만, 2020년과 2021년 초에 있었던 것과 같은 강력한 봉쇄 조치는 없을 것으로 본다. (원유를 많이 소비하는) 국제 항공산업의 수요도 살아날 것이다.”

구체적으로 원유 수요가 얼마나 늘어날까.

“올해 전 세계적으로 원유 수요가 하루 4백만 배럴 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생각보다 더 강하게 이어진다고 해도 최소 하루 300만 배럴 가까이는 늘어날 것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많은 선진경제권의 백신 보급과 접종 비율이 높은 것도 이 같은 전망의 근거다. 예상보다 일상 회복이 더 빨라질 수 있다면 원유 수요는 하루 600만 배럴 이상 늘어날 수도 있다.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정유업계의 시설 가동률과 가동능력도 개선될 것이다.”

그런데 원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있을까.

“수요가 증가하면 거기에 발맞춰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과, (러시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속하지 않은 산유국의 관련 투자도 늘어날 것이다.”

지켜봐야 할 변수가 있다면.

“3분기에 중요한 고비가 올 것이다. 여름 성수기에 늘어난 수요에 얼마나 공급이 유연하게 받춰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그때까지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협상에 진전이 없고, 돌발 변수라도 생긴다면 국제유가가 100달러 선을 훌쩍 넘어갈 수도 있다.”

이란도 그렇고, 미국의 생산량도 유가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미국의 원유 생산은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국제유가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새해에 미국은 원유 생산을 늘릴 것이다.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은 새해 원유 수요와 공급에, 그리고 나아가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1분기에는 미국과 이란이 합의를 도출하고, 4월까지는 제재가 완전히 해제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올해 말까지 하루 140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공급될 것이다.”

합의 없이 ‘노딜’로 끝난다면.

“핵합의 복원으로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풀린다고 해도 올해 중반까지 다른 OPEC 국가들의 추가 공급이 더 필요하다. 협상이 ‘노딜’로 끝나 이란산 원유가 풀리지 않을 경우 OPEC의 생산능력은 한계에 달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중동의 갈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뭔가 다른 변수까지 겹칠 경우 유가는 100달러 선을 넘어갈 수 있다. OPEC+ 국가들은 감산량을 줄이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완전히 시장에 복귀할 것이다. 그 결과 OPEC+ 국가들의 추가 생산 여력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다.”

OPEC+는 OPEC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다.

한국은 그런 상황 변화에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까.

“원유 공급처는 전세계에 흩어져 있고, 한국은 필요한 원유를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만큼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하는 한 국내 정유(가운데 점)석유화학 시설에서 수급과 사용 가능 여부, 경제성 등을 감안해 공급의 유연성을 극대화 하도록 대비해야 한다.”

1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11월 국내 정유사의 중동 원유 수입량은 5억1514만배럴로 전체의 52.2%를 기록했다. 12월 통계가 반영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1986년(59.3%) 이후 35년 만에 50%대로 축소된 것이 확실해 보인다. 반면 2014~2016년 0%대에 그쳤던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은 미국 셰일오일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2018년 5.2%→2019년 11.4%→2020년 9.6%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 전망은.

“중국은 새해에도 글로벌 원유시장의 중요한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중국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컸던 2020년에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유 수요가 (소폭이나마)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은 하루 1530만 배럴의 원유를 소비하면서 하루 평균 소비량이 50만 배럴 넘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중국은 하루 10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는데, 올해 수입량은 더 늘어날 것이다.”

‘기후변화가 실재하는 위협’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탄소중립 원유에 대한 관심도 눈에 띄게 커졌다.

“지속가능한 경영의 중요성에 눈을 뜬 기업들이 자발적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 관심을 가지면서 생긴 변화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탄소 중립 원자재 구입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탄소배출권은 기업이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과불화탄소, 수소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6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국가가 기업별로 연간 배출할 수 있는 탄소 총량을 정해 준다. 기업이 이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에는 다른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사야 한다. 반대로 총 배출허용량보다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기업은 남는 배출권을 탄소를 많이 배출한 기업에 팔 수 있다. 이렇게 기업들이 배출권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것이 배출권 시장(ETS)이다.

탄소중립 원유란 원유의 추출, 정제, 이송 등 원유 생산 과정부터 사용에 이르는 과정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산정한 후, 해당량만큼 탄소배출권으로 상쇄해 실질적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 원유다.

왜 그런가.

“가장 큰 문제는 탄소 중립 원유에 대해 업계 전체에서 일관되게 통용되는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일례로 탄소중립 원유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는 기준이 업체마다 제각각이다. 전 과정에 거쳐 탄소배출량을 측정하는 업체도 있고, 특정 단계만 측정하는 경우도 있다. 원유를 뽑아내고 수송·정제하는 일련의 과정 중 어느 단계에서 측정하느냐에 따라 탄소 배출량에 큰 차이가 난다. 들쑥날쑥한 기준 탓에 감시와 규제도 아직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업 활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을 탄소배출권으로 상쇄해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관행이 자칫 기업 본연의 탄소감축 노력을 소홀히 하게 만들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국제유가 및 휘발유 가격 동향./통계청

기업들의 탄소중립 노력에 투명성과 공신력을 더해주는 척도로 주목받고 있는 탄소집약도(Carbon Intensity, CI)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한다.

“전통적으로 원유의 품질은 밀도와 석유황(sulfur) 첨가물 함량으로 측정했다. 하지만 탄소배출 목표 달성이 원유업계에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면서 CI가 원유의 품질을 측정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각광받고 있다. 탄소집약도란 소비한 에너지에서 발생된 탄소량을 에너지 총 에너지소비량으로 나눈 값이다. 탄소집약도가 높다는 의미는 상대적으로 탄소함유량이 높은 에너지 사용 비율이 높다는 것을 말한다. 자연히 CI가 높으면 원유 가치는 떨어진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원유 생산 기업들과 업계는 생산 단계(업스트림)부터 CI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로얄더치쉘등 오일메이저들도 생산 단계에서 탄소 함유량이 낮은 원유를 우선적으로 구입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탄소 배출이 높은 프로젝트 지분은 점차 줄여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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