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소송 정비하는 국민연금..수탁위 '책임과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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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유명무실했던 주주대표소송 정비 작업에 나서면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 권한이 커질 전망이다.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수탁위가 설립 이후 꾸준히 독립성 논란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대표소송 결정 권한까지 갖게 되면 책임이 과중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연금이 기금운용본부 차원이 아니라 수탁위로 결정 권한을 내려보내는 것이 일종의 '책임 피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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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위원 9人으로 구성된 기금위 산하 조직
독립성 논란 꾸준..책임과중 우려 더해질까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국민연금이 유명무실했던 주주대표소송 정비 작업에 나서면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 권한이 커질 전망이다.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수탁위가 설립 이후 꾸준히 독립성 논란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대표소송 결정 권한까지 갖게 되면 책임이 과중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열린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서 대표소송 관련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안’을 논의했다. 해당 안건은 다음 기금위에서 재논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수탁자지침 개정은 지난 2019년 도입된 대표소송 개시를 결정할 권한을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위로 넘기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기금운용본부가 결정하고 예외적으로만 수탁위가 결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개정안이 의결되면 권한이 수탁위로 내려오게 된다.
수탁위는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지난 2020년 2월 출범한 기금위 산하 전문위원회 세 곳 중 한 곳으로 경영자 단체, 근로자 단체, 지역가입자 단체에서 추천한 1명씩 총 3명이 상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역시나 경영자 단체, 근로자 단체, 지역가입자 단체에서 추천한 2명씩 총 6명이 일반 위원으로 참석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매년 3월 기업의 주주총회 시즌에 기금운용본부로부터 일부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 결정을 위임받아 결정하는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대외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지만 비공개 대화 대상기업 선정, 비공개·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 주주제안과 공개서한 발송 등도 수탁위의 일이다.
결정권 넘겨도 소송 주체는 기금본부…책임소재 혼란
다만 수탁위는 중요성에 비해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온 조직이다. 형식적으로는 기금위 산하의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실평위)보다도 낮은 단계의 조직이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영향력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지난해 3월에는 기금운용본부 내에서 의결권을 결정하는 전문위원회와 수탁위가 의결권 행사 방향을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탁위로 대표소송 결정 권한이 일원화된다면 수탁위의 지위와 권한을 둘러싼 논란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기금운용본부 차원이 아니라 수탁위로 결정 권한을 내려보내는 것이 일종의 ‘책임 피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탁자지침이 개정돼 수탁위에서 소송 개시를 결정하더라도 이후 소송을 진행하는 주체 등은 여전히 기금운용본부가 되기 때문이다.
대표소송 정비를 두고서는 수탁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경영자 단체와 근로자 단체 추천 위원이 모두 참여하고 있어서다. 소송의 표적이 될 수 있는 경영계는 이미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일 경제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결정 주체는 현행 방식대로 기금운용본부가 되는 것이 맞다”며 “기업 벌주기식 주주 활동에 몰두하는 국민연금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한편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실제로 대표소송에 나서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은 물론이고 이겼을 때의 실익 등도 모두 고려해 소송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재계에서 보는 것처럼 함부로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리스크와 비판 등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조해영 (hych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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