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옛날 이야기로 요즘 이야기 하기 [시네마 프리뷰]

정유진 기자 2022. 1. 1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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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의 첫 뮤지컬 영화, 12일 개봉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틸 컷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5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명작으로 인정받으며, 60여년간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뮤지컬이다. 1961년 한 차례 영화화가 되기도 했던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내용을 차용했으며, 미국의 천재 음악가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한 넘버들이 유명하다.

12일 개봉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작품을 통해 연출 인생 처음으로 뮤지컬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다.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뉴욕 슬럼가의 이민자와 하층민들의 갈등, 분열, 화해로 풀어내는 이 영화는 60여년 전 작품을 영화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적인 메시지로 감동을 준다.

영화는 푸에르토리코인 이민자 집단 샤크파와 백인 하층민 젊은이들이 모인 제트파의 분열로 시끄러운 슬럼가를 묘사하며 시작된다. 서로를 향한 두 갱단의 분노는 극심하다. 제트파의 우두머리인 리프(마이크 파이스트 분)는 최근 감옥에서 나와 발렌티나(리타 모레노 분)의 가게에 머물고 있는 토니(안셀 엘고트 분)를 찾는다. 토니와 리프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절친한 사이. 리프는 갱단을 나와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토니에게 댄스파티에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리프가 댄스파티에 가자고 하는 이유는 댄스파티 이후에 계획돼 있는 샤크파와의 싸움 때문이다. 또 다시 사건에 휘말릴 생각이 없는 토니는 내켜하지 않는다.

샤크파의 두목 베르나르도(데이비드 알바즈 분)는 여동생 마리아(레이첼 지글러 분), 여자친구 아니타(아리아나 데보스 분)와 함께 산다. 백화점에서 청소 일을 하는 마리아는 옷을 만드는 아니타와 함께 댄스 파티에 입고 갈 의상을 준비하며 즐거워한다. 베르나르도는 자신의 친구 치노(조쉬 안드레스 리베라 분)를 동생의 파트너로 붙여주고, 넷은 함께 댄스파티에 간다. 댄스파티장에서도 푸에르토리코인 이민자들과 백인들은 나뉜다. 두 집단이 치열한 댄스 배틀(?)을 벌이고 있을 때 토니가 파티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이내 마리아에게 한눈에 반하고 만다.

서로에게 강렬한 끌림을 느낀 토니와 마리아는 마리아의 집 발코니에서 사랑을 속삭인다. 데이트 약속까지 잡은 둘은 행복한 기분을 느끼지만, 이들을 둘러싼 집단간의 갈등은 더욱 첨예해져 대규모 결투가 예정된다. 결투를 위해 리프가 총까지 구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토니는 필사적으로 이를 막으려 하고, 자신과 마리아의 사랑을 위해서라도 두 집단을 화해시키고자 한다. 그의 노력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다양성'의 시대에 다시 보게 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오늘날 관객들에게 더욱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50-60년대 배경이지만, 집단간의 갈등과 반목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문제다. 가난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빈부격차라는 주제를 떠올릴 수도 있다. 더불어 원작에서 '톰보이'로 나왔던 애니바디스는 스필버그 버전에서는 트랜스젠더로 나온다. 이민자들과 백인 노동자 계급, 그리고 성적 소수자들은 모두 미국의 사회적 약자를 상징하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있으며, 심지어 멸시받는 존재가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영화 '기생충'에서 부잣집에 기생하던 문광(이정은 분) 부부와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이 결국에는 서로를 파멸로 몰아가게 되는 이야기는 전세계 관객들을 충격에 빠트린 바 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역시 사회적 약자들 간의 갈등과 분열을 다루고 있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읽히는 것들이 있다.

61년 영화에서 아니타를 연기했던 리타 모레노는 스필버그 버전에서 새롭게 창조된 캐릭터 발렌티나로 출연했다. 원작에서는 닥이 토니를 도왔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토니를 돕는 닥의 역할을 그의 푸에르토리코인 아내로 설정된 발렌티나가 한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유럽 출신 백인에서 푸에르토리코인으로 변한 캐릭터는 다양성을 더욱 21세기적으로 포용한 결과다. 진정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21세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할 수 있다. 빈틈없는 명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솜씨는 이번 영화에서도 다시 한 번 발휘돼 관객들에게 감동을 준다. 러닝 타임 156분. 12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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