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왕의 날선 비판 "연준 너무 뒤처져..인플레발 침체 온다"

김정남 2022. 1. 1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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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자사 투자자 대담
"임금·집값 모두 올랐다..1970년대 같아"
"올해 4번만 금리 올려야..침체 신호 올 것"
"올해 양적긴축 시작하면 위험 자산 역풍"
'애매모호' 일관한 파월에 정면 반박한 셈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연방준비제도(Fed)가 너무 뒤처져 있습니다.”

미국 월가의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자사의 토털리턴 펀드 투자자 대상 화상 대담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경기 침체 압력을 키우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연준이 그동안 물가 폭등을 사실상 방치한 바람에 시장과 경제 전반에 걷잡을 수 없는 위험이 오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건들락은 1971년 핌코를 창업해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로 키워낸 ‘원조 채권왕’ 빌 그로스 이후 그 지위를 물려받은 억만장자 투자자다. 그로스의 뒤를 이었다고 해서 신(新)채권왕으로 불린다. 이데일리는 한국 미디어 중 유일하게 이번 대담에 참석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11일 오후 4시15분(미국 동부시간) 자사의 토털리턴 펀드 투자자 대상 화상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화상 대담 캡처)

‘애매모호’ 일관한 파월에 정면 반박

건들락은 이번 대담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상원 인준 청문회 직후인 오후 4시15분 열어 주목받았다. 파월 의장은 이날 가파른 긴축을 전망한 월가 컨센서스와 달리 올해 기준금리 인상 시점, 대차대조표 축소 시점 등을 두고 모호하게 답변했다. 예상보다 덜 매파적인 그의 기조에 뉴욕 증시는 일제히 급반등했지만 일각에서는 연준이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들락의 비판은 이와 일맥상통한다.

건들락은 “지난해 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를 넘었을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에는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0% 가까운 인플레이션을 보게 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건들락은 특히 최근 임금 인상 흐름을 주목했다. 그는 “기업 하위급 직원들의 임금이 많이 오르고 있다”며 “이는 전반적인 임금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부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4.7% 상승해 월가의 예상(4.2%)을 웃돌았다. 그는 아울러 중고차 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만하임 지수’를 근거로 들며 “1년 전보다 중고차 가격이 46~47% 급등했다”며 “믿을 수 없는 수치”라고 말했다. 건들락은 팬데믹 이후 미국 집값 폭등까지 언급하며 “일부 지역은 25% 이상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곳곳에서 물가 폭등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집권(1977년 1월~1981년 1월)하기 직전인 1970년대 중반을 떠올리면서 “지금 상황은 그때를 자꾸 생각나게 한다”며 “다시 젊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1976년 12월 당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04%였다. 그런데 카터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물가가 치솟기 시작해 1980년 4월 14.59%까지 올랐다. 그는 “우리의 지금 모습들은 1970년대와 닮아 있다”고 했다. 건들락은 1959년생으로 현재 62세다.

건들락은 이같은 인플레이션이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연준 인사들과 이코노미스트들, 투자자들 모두 저금리가 경제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며 “이미 소비심리가 악화하는 등 침체 신호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미시건대 소비자태도지수를 보면, 지난해 12월 확정치는 70.6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저였던 지난해 11월(67.4)보다는 약간 올랐지만 1년 전(80.7)과 비교하면 10.1포인트 급락했다. 건들락은 “소비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함께 잠시 살아났지만 이제는 멈춰서 버렸다”며 “침체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우려했다. “미국 경제는 건강하다”는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연준, 올해 금리 4번만 올려야 할 것”

건들락은 그러면서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를 4번만 올려야 할 것”이라며 “그래도 경기 침체 신호를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준이 경제 여건을 고려해 인상 가능한 금리 마지노선을 1.50%로 제시하기도 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탓에 긴축 속도를 높여야 하지만, 그럴 경우 미국 경제가 긴축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침체가 심화할 것이라는 뜻이다. 연준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는 “올해는 어느 때보다 경기 침체 여부를 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상황은 올해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건들락은 “(지난 2년간)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가 급격히 오른 게 양적완화(QE)에 의해 뒷받침됐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올해 양적긴축(QT)에 접어들면 (주식을 비롯한) 위험 자산과 더 나아가 경제 전반에 역풍이 불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들락은 그러면서 “미국 증시에서 조정이 일어난다면 유럽 주요국 증시의 수익률이 미국을 앞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너무 고평가 된 미국 외에 다른 지역의 시장을 둘러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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