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포스트 김정태' 체제 첫발.. 회추위 가동

허지윤 기자 2022. 1. 1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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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지성규·박성호 등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
"리더십·전문성 갖춰..법률 리스크 변수"

하나금융그룹 최고경영자가 10년 만에 교체될 전망이다. 지난 2012년부터 그룹을 이끈 김정태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 후보로는 함영주, 지성규 부회장과 박성호 하나은행장 등이 거론된다. 사모펀드 사태, 채용 관련 소송 등의 리스크는 차기 회장 선임에 있어 변수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날 첫 회동을 하고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일정을 논의한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회추위는 20명 안팎의 내·외부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하기 위한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 꼽히는 차기 회장 후보에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ESG부문 총괄 부회장, 지성규 하나금융지주 디지털부문 총괄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등이 거론된다.

(사진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ESG부문 총괄 부회장, 지성규 하나금융지주 디지털부문 총괄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1956년생 함영주 부회장은 고졸 출신의 일반 행원으로 은행장, 지주부회장까지 오르며 리더십을 키워온 인물로 평가된다. 함 부회장은 지난 2015년 9월 하나은행이 외환은행과 통합한 이후 2019년 3월까지 초대 행장을 맡았다. 노조 통합을 이끌었고 순익 1조원 클럽도 달성했다.

함 부회장의 ‘스토리’ 자체도 강점이라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는 강경상업고교를 졸업한 뒤 1980년 서울은행에 입사했다. 행원 생활을 하면서 주경야독해 단국대학교 회계학과(야간)를 졸업했다. 2008년 8월 미국 와튼스쿨 글로벌과정, 2011년 6월 고려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다만 걸림돌로는 ‘법적 소송 리스크’가 꼽힌다. 채용 관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이 진행 중인데다,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후 현재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채용 관련 공판은 오는 14일 예정돼 있다. DLF 관련 행정소송은 오는 17일이 최종 변론기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채용비리 사건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해 DLF 관련 동일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함 부회장의 승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회장 후보군 하마평에는 1963년생 지성규 디지털 부문 부회장도 올라왔다. 지성규 부회장의 강점은 글로벌 역량이다. 그는 홍콩지점 부지점장, 선양지점장,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 단장을 맡았고, 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 하나금융지주 글로벌총괄 부사장을 거쳐 하나은행장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해 디지털 부문을 총괄하는 부회장직에 올랐다. 특히 금융업계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디지털부문을 이끄는 중책을 맡았다는 점에서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에도 부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는 지난해 지성규 부회장의 은행장 연임 불발 요인으로 꼽힌 바 있다. 앞서 금감원은 불완전 판매책임을 물어 하나은행에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통보했으며, 당시 은행장이던 지성규 부회장에게는 ‘문책 경고’를 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지난해 회추위에서 차기 회장 숏리스트에 깜짝 포함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른 유력 후보들의 치명점으로 꼽히는 법률 리스크가 전혀 없다는 점과 1964년생으로 비교적 어려 ‘세대교체’에 방점을 둔 그룹 쇄신이 이뤄질 경우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회장 비서실장격인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해 김정태 회장의 신망도 두텁다. 은행장 임기 1년차에 역대급 실적을 이끌어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그룹 내 장악력이나 경쟁력 측면에서는 뒤처진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함 부행장과 지 부행장과 달리 그룹 부회장 경력이 전무하다. 회추위원들도 조직 장악력이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현재 은행장 2년 차로 아직 1년가량의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제 막 은행 수장으로서의 입지를 다진 박 행장이 올해는 본격적으로 본인만의 경영 전략을 보여줘야 할 때라는 과제를 남겨둔 상황이다. 전례를 비춰볼 때도 은행장 임기가 남은 상태에서 회장에 오른 사례는 없었다는 것이 하나금융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정태(70)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오는 3월 25일까지다.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부 규범에 따르면 회장의 나이가 만 70세를 넘길 수 없다. 해당 규정을 개정하면 1952년생 김정태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있으나, 지난해 김 회장은 연임 의지가 없음을 거듭 밝혀왔다.

하나금융은 4대금융지주 가운데 3인 부회장 체제를 가장 처음 도입했다. 지난 2020년 3월 함영주 부회장 단독 체제에서 함영주-이진국-이은형 부회장 3인 체제로 개편했고, 임기가 만료한 이진국 부회장(전 하나금융투자 사장)이 떠나면서 지난해 3월 함영주 부회장과 함께 지성규-이은형 부회장 체제가 됐다.

회추위는 주주와 이해관계자, 외부 자문기관 등이 추천한 후보군을 토대로 이달 말까지 20명 안팎의 예비후보명단을 꾸린 뒤 내달 중 최종후보자명단(숏리스트)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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