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라기2, 어땠어?] "남편들이 봐야죠, 근데 퍼붓는 시이모는 뭐죠"

남지은 2022. 1. 1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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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드라마톡 볼까말까]수요 드라마톡 볼까말까
며느라기 시즌2 _ 결혼 11년 차 '막영애' 정지순 부부
임신 관련 소재..구영, 개과천선했어도 설거지는 사린 몫
카카오티브이 제공
볼까말까 고민은 이제 그만! 매주 수요일 11시 <수요 드라마톡 볼까말까> ‘평가단’이 최근 시작한 기대작을 파헤칩니다. 주말에 몰아볼 작품 수요일쯤에 결정해야겠죠?

‘시월드에서 인정받고 싶은 시기’를 뜻하는 <며느라기>의 내용은 간단하다. 2020년 11월 선보인 시즌1은 결혼 한 달차 며느리 ‘민사린’(박하선)이 ‘무구영’(권율)과 결혼 뒤 시댁과 겪는 다양한 이야기였다. 지난 8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카카오티브이(TV)에서 공개하는 <며느라기2...ing>(이하 시즌2)는 결혼 2년차가 된 민사린의 임산부 성장일기다. 시즌1은 수신지 작가가 소셜미디어에서 공개한 만화가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짧은 컷 속에 담긴 사례와 민사린의 심리가 너무 사실적이어서 현실의 며느라기들한테 공감을 얻었다. 시즌2는 창작물이다. 박하선은 방영 전 제작발표회에서 “통쾌한 사이다 같은 민사린의 변화, 남편 무구영의 성장, 임신에 대한 현실적인 시각에 많은 분이 공감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출 이광영, 극본 유송이.

카카오티브이 제공

[남지은 기자]  “시즌2 너무 나간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주고, 회사 일로 바빠서 생신상 한번 안 차려줬다고 시이모가 큰소리를 치냐?” 첫회는 민사린이 회사 일로 시어머니 생신상을 챙기지 못한 데서 시작한다. 무구영 남매가 대신 챙기는 데 그걸로 민사린은 곳곳에서 한소리를 듣는다. “어머니 저 회사일 때문에 못 갈 것 같아요.” 말이라도 꺼낸 건 시즌1보다 발전했지만, 쏘아대는 시이모한테 아무 말도 못 하는 게 여전히 고구마다. 요즘에 저런 집이 어디있나! 시즌1의 장점인 현실감, 공감대가 사라진 게 아쉽다는 생각으로 댓글 창을 봤다가 충격을 받았다.

[누리꾼 댓글들]

-저희 시어머니만 유통기한 지난 것 주시나 했는데. 그럴 때 제일 짜증나고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어요.

-27년 죽어라 며느리 도리했지만 아파서 딱 한번 일하러 못 갔다고 아들한테 서운하다는 얘기를.

-(드라마 속) 시이모 뭐야. 왜 며느리한테 난리야. 본인이 챙기든가 그럼.

-이런 건 지상파 주말드라마로 방영해야 한다. 시댁에서 봐야 한다.

-남편 역할 현실 고증 제대로 한 건가요? 저런 남편이 어딨어. 현실은 대판하고 며칠 말도 안 함.

-이젠 안 봐야겠다. 못 보겠다. 너무 공감되어서 보기가 싫다.

[남지은 기자]  그래도 “우리 시어머니께 감사드려야겠다” “진짜 유통기한 지난 걸 주는 시어머니가 있어요?” 같은 댓글들이 곳곳에 있는 걸 보면,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는 얘기니 다행이다 싶다. 하지만 재미 유무와는 별개로 ‘홀로’로써 이해 안 되는 장면이 많다. “결혼하면 왜 딸 같은 며느리가 될 수 없는 거지?” “왜 민사린은 시어머니한테 못 간다는 말을 못하는 거지?” “왜 시이모가 퍼붓는데 상황 설명 못 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거지?”

왼쪽 끝에서 두번째가 수많은 며느리를 괴롭게 한 시이모다. 카카오티브이 제공

그래서 실제 부부에게 시즌2 첫회의 감상평을 들어봤다. 결혼한 지 11년 된, 세 아이의 부모인 배우 정지순-김현미 부부다 . 정지순은 <막돼먹은 영애씨>(티브이엔)로 유명하지만, 2013년 <무정도시>(제이티비시)에서 악역 조이사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는 등 다양한 얼굴이 가능한 배우다. 김현미는 연극 배우로 <순정만화> <달링> 등에 출연하며 무대에 섰다. 두 사람을 각각 전화로 만났다.

[아내 김현미]  비슷한 순간이 있었을 텐데, 결혼한 지 10년이 넘어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하지만 떠올려보면 1~2년차 때는 누구나 민사린 같은 경험을 했을 거예요. 오히려 2회 이후부터 아이를 갖게 되고, 태어나는 이야기가 시작되면 더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겠죠.

[남편 정지순]  저희 어머니와 아내는 사이가 좋아요. 제가 소외감을 느껴서 둘 사이를 이간질해요.(웃음)

[남지은 기자]  남편들이 무구영처럼만 나오면 싸울 일이 없을 것 같아요. 현실 남편들도 저럴까요.

[아내 김현미]  아마 요즘 결혼하는 세대들은 다 무구영같지 않을까요? 우리 세대에는 글쎄요. 

[남지은 기자]  지순씨는 어때요.

[아내 김현미]  저도 신혼 때 그런 적은 있어요. 시아버님이 전형적인 사대부 집안의 어른 같으세요. “물” 그러면 “물” 갖다 드려야 하고. 그게 처음에는 어색했어요. 우리 집 분위기와 너무 달라서. 제가 맏며느리라고 밥 푸는 것까지 지켜보시면서 한 마디 한 마디 하셔서, 남편한테 얘기했더니 남편이 현명하게 대처했어요. 내가 말했다가 아니라, 아버님이 그렇게 하는 걸 직접 본 다음에, 왜 그러시냐, 그러지 마시라고 하니 다음부턴 안 그러셨어요. 아버님은 제가 예뻐서 그랬다고.(웃음)

[남지은 기자]  와우, 현명한데요. 지순씨가 달리 보이네요. <며느라기>를 보면, 며느리들은 시어머니 생일상 차리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고요. 저도 보면서 왜 며느리‘만’인지 이해가 안 됐어요.

[남편 정지순]  첫회에서 제가 가장 공감 가는 장면과 대사였어요. 아내가 못 챙기니 남편 무구영이 “우리 부모님 생일을 왜 와이프가 챙겨”라며 동생과 함께 생일상을 차리잖아요. 저도 그런 적이 있어요. 아내가 어머니 생일을 늘 잘 챙겨줬어요. 어느 해에 아내가 큰일을 한 번 겪으면서 어머니 생일을 그냥 넘겼는데, 저도 모르게 화를 냈어요. 그러고는 바로 미안해지더라고요. 우리 어머니 생일인데 내가 잊어버려 놓고는. 그래서 무구영처럼 직접 생일상을 차려드렸어요. 그때 아내한테 너무 미안했어요. 사실 지금까지도 두고 두고 미안한 일인데, 마침 그 장면이 나오니 너무 와 닿더라고요.

[남지은 기자]  첫회 보면서 아내한테 그때 미안했다는 이야기 다시 한 번 하셨어요?

[남편 정지순]  에이~드라마가 아무리 사실적이어도, 드라마는 드라마잖아요. 그때 일 다시 꺼냈다가는 싸움으로 번지죠.(웃음)

[남지은 기자]  무구영은 시즌1보다 개과천선했어요. 민사린을 많이 도와주죠. 하지만 여전히 설거지는 며느리 몫이더라고요. 다 같이 거실에서 과일 먹는데 민사린만 여전히 설거지를 하고 있어요. 시댁에서 설거지는, 안 되는 건가요?

[아내 김현미]  우리나라에 유교사상이 있다 보니 현실에서 가사는 여자의 것이라는 게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요즘 결혼하는 젊은 세대들은 다르겠죠. 하지만 시댁에 가서 며느리가 앉아서 과일 먹고, 남편이나 시어머니가 설거지를 하고 그런 경우가 많을까요?

[남지은 기자]  민사린을 보면서 가장 답답했던 장면은 뭘까요.

[아내 김현미]  전체적으로 입을 다물고 있는 것? 가족 모임에서 시이모가 시어머니 생일상 안 차려줬다고 뭐라고 하는데도 가만있잖아요.

[남지은 기자]  저도 그 장면이 이해가 안 갔어요. 왜 당시 상황을 말하지 않는 거지? 답답하더라고요. 만약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네가 차려주지 그랬냐, 하실 건가요?

[아내 김현미]  에이~ 그렇게까지는 못하죠. 성격이 유쾌한 편이지만, 가족이 다 모인 자리라... 어쩌면 저도 아무 말 못했을 것 같아요. 울컥하긴 하겠지만. 여기에서 미혼과 기혼의 차이가 보이네요. 미혼은 말 안 하는 민사린이 답답하고, 기혼은 시이모 네가 뭔데라는 생각부터 들고.(웃음)

[남지은 기자]  <며느라기>를 보니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남편 역할이더라고요.

[아내 김현미]  무구영이 “우리 엄만데 내가 챙겨드려야지” 위트있게 얘기하며 위기의 순간을 잘 넘기잖아요. 남편의 역할이 중요해요. 시부모와 며느리 사이 의견 충돌이 있는데, 남편이 무턱대고 시부모한테 전화해서 아내 편만 들면 그때부터 갈등이 시작되거든요. 지순씨도 그런 걸 잘했어요. 그래서 제가 시어머니와 친하게 잘 지내게 된 것 같아요. 신혼 때는 그렇게 배려를 잘하더니, 요즘은 음...

[남편 정지순]  전 <며느라기>가 며느리들을 위한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남편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임신, 출산 이야기가 나오면 남자들이 공감하고 배울 게 더 많을 것 같아요. 첫회를 보면서도 아내도 저런 걸 느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단, 혼자서 보세요.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니까요.(웃음)

배우 김현미-정지순 가족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의 총평

시즌2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좀 더 복잡하고 직접적으로 여성들이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다. 기대감과 우려를 동시에 갖게 된다. 기대감은 가부장적 시월드라는 가정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임신, 출산, 육아를 관통하는 확장된 담론을 담을 거라는 것. 우려는 다소 뻔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럼에도 기대감이 더 큰 건, 시즌1이 만들어낸 문제 의식과 파급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민사린이라는 폭넓은 공감대를 일으키는 보편적인 여성 캐릭터나, 아내를 사랑해 변화를 모색하는 남편 무구영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공감대가 적지 않다. 개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이들 역시 그리 다르지 않은 힘겨움을 겪고 또 상처를 입으며 희생을 강요당하기도 하겠지만, 이를 통해 갖게 되는 공감대는 <며느라기> 만의 날카로운 사회 시스템에 대한 비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저건 드라마에서나 나올 이야기야"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그 상황을 담아내는 디테일은 시즌2에서는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볼래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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