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카페] 메탄이 이렇게 문제일 줄이야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2022. 1. 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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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촬영한 바다 위로 막 태양이 떠오른 직후의 지구. NASA 제공

환경 저널리스트 마크 라이너스의 책 《최종 경고: 6도의 멸종》 한국판이 최근 출간됐다. 라이너스는 수많은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지구 평균 온도가 1도씩 오를 때마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각 장 별로 그리고 있는데 연초에 읽기에는 다소 어두운 내용이다. 

라이너스는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에서 “한국은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했던 독일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배출량 제로인 동력원을 폐쇄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 원자력 에너지 자체에 대한 논쟁은 일어날 수 있지만 화력 발전소가 사라지는 과정에서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수년 사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후재앙을 보면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는 라이너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인류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건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 이후에도 지구촌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2021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예상)은 364억t으로 2015년의 355억t보다 오히려 약간 늘었다. 6년 사이 적어도 10%는 줄였어야 했는데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로 2020년은 건너뛰고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한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하며 지난 6년의 부진을 만회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COP26에서는 온실가스 가운데 메탄을 콕 집어 처음으로 별도의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2030년까지 적어도 30%를 줄인다는 ‘글로벌 메탄서약’을 만들었고 100여 나라가 서명했다.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25배나 강력한 온실가스인 건 맞지만 배출량으로는 비교가 안 된다. 메탄 배출량에 25를 곱한 이산화탄소 환산량(CO2e)으로 계산해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7%로 이산화탄소의 74%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 6년의 실적을 보면 이산화탄소에 집중해도 벅찰 것 같은데 메탄까지 따로 챙기는 건 과욕 아닐까. 그런데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 12월호에 실린 사설을 읽고 COP26에서 글로벌 메탄서약이 나온 배경이 이해됐다. 사설의 제목은 ‘메탄이 문제’로 잡지 기사 제목같다.

GWP100에 따라 이산화탄소 환산량(CO2e)으로 바꾼 온실가스의 기여도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이 경우 메탄은 17.3%를 차지해 이산화탄소의 23%에 불과하지만 GWP20을 적용하면 80%가 된다. 위키피디아 제공

백년대계는 한가한 얘기인가

사설의 맥락은 앞서 《최종 경고: 6도의 멸종》의 서문과 비슷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만 신경 쓰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의 환산 방식은 메탄의 영향이 과소평가돼 있어 다른 계산법을 적용하면 온실가스에서 메탄의 비중이 훨씬 커진다. 그리고 메탄은 어느 수준까지 이산화탄소보다 쉽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지구 표면에서 방출하는 복사에너지를 흡수해 열이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온실가스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 상대적인 세기를 나타내는 값이 지구온난화지수(GWP)로 이산화탄소가 기준이다. 그런데 배출된 온실가스는 대기에 머무는 동안 작용하므로 기간을 정해 지수를 구한다. 지금까지는 이산화탄소의 평균수명인 100년을 기준으로 삼았다(GWP100). 파리협약도 2100년의 온도를 목표로 삼으니 적절해 보인다.

그런데 대기 중 온실가스의 평균수명은 제각각이고 특히 메탄은 가장 짧아 12년에 불과하다. 긴 안목으로 보면 GWP100으로 보는 게 온실가스의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일 수 있지만 지금처럼 10년 20년 뒤 지구의 상태가 미래를 크게 좌우할 비상시국에는 한가한 감이 있다. 그래서 최근 떠오른 게 GWP20인데 20년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세기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르면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무려 86배나 강한 온실가스가 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환산 규모(CO2e)로 환산한 배출량을 보면 GWP100에서 이산화탄소의 23%이지만, GWP20에서는 80%가 된다. 

논문에 따르면 오늘날 지구 평균 온도는 1850~1900년 평균 온도 대비 1.2도 상승했다. 이 가운데 메탄 배출이 기여한 게 0.5도로 이산화탄소가 올린 0.9도의 절반을 약간 넘는다. 기타 배출 물질들은 0.2도를 낮췄다. 메탄의 기여도가 GWP100과 GWP20 사이임을 알 수 있다.

GWP100와 GWP20 가운데 어느 쪽을 기준으로 삼는가는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같은 비용에 이산화탄소 50㎏를 감축하는 기술과 메탄 1㎏를 감축하는 기술이 있고 하나만 지원할 수 있다고 하자. 이때 GWP100을 적용하면 메탄 1㎏가 이산화탄소 25㎏이므로 이산화탄소 감축 기술이 먼저다. 반면 GWP20으로 계산하면 메탄 1㎏가 이산화탄소 86㎏이므로 메탄 감축 기술이 우선이다.

소고기에 탄소세를 매길 때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GWP100에 따라 소고기가 마트 매대에 오를 때까지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반씩 기여했다고 보고 20%로 매겼다고 하자. 이때 GWP20을 적용하면 이산화탄소는 10% 그대로지만 메탄은 34%가 돼 합계 44%가 된다. GWP20에서는 메탄을 많이 배출하는 품목일수록 탄소세가 더 붙는다.

오늘날 연간 메탄 배출량은 6억t으로 이 가운데 60%인 3억8000만t이 인류 활동의 결과이고 나머지는 자연에서 나온다. 그런데 지금처럼 지구 온도가 빠르게 올라가면 자연에서 나오는 메탄의 양이 크게 늘 수 있다. 북반구 고위도 지역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갇혀 있던 메탄이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땅속 메탄은 지구의 시한폭탄이고 온실가스 감축에 속도를 내야 폭발을 막을 수 있다.

‘최종 경고: 6도의 멸종’ 3장에서 라이너스는 “온난화 상승치가 3도일 경우, 오늘날 총 1500만㎢의 면적 가운데 1200만㎢가 바다로 녹는데 전 세계 영구동토층의 거의 4분의 3이 온난화에 따라 곤죽처럼 녹아버릴 것이다”라며 “일부는 메탄 기체를 부글부글 뿜어낼 것이다”라고 썼다.

인류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메탄은 연간 3억8000만 톤에 이른다. 이 가운데 40%가 농업 분야(가축사육(livestock), 벼농사(rice))에서 나오고 37%가 화석연료 생산 과정(원유 및 천연가스(oil & gas), 석탄 채굴(coal mining))에서 나온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재 기술로도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57% 줄일 수 있다. 이 가운데 24%는 큰 비용이 들지 않고(economically feasible) 나머지 33%는 돈이 문제다(technically feasible). ‘환경연구레터스’ 제공

2030년까지 57% 줄일 수 있어

‘메탄이 문제다’ 사설은 글로벌 메탄서약의 2030년 목표인 30% 감축은 약하다며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 57%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5월 학술지 ‘환경연구레터스’에 실린 논문에 근거하고 있다. 

오늘날 인류가 배출하는 메탄은 두 분야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먼저 농업 분야로 가축 사육이 31%(주로 되새김질 가축인 소, 양, 염소의 트림과 방귀), 벼농사가 8%, 기타 1%로 합쳐서 40%에 이른다. 다음은 화석연료 생산 분야로 원유와 천연가스가 26%, 석탄 채굴이 11%로 합쳐서 37%다. 

논문에 따르면 오늘날 배출되는 메탄의 24%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줄일 수 있다. 특히 원유와 천연가스를 얻는 과정에서 대기로 새는 메탄의 절반을 막을 수 있다고 하니 왜 지금까지 이런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의아하다. 사설에 따르면 정부가 이산화탄소 배출에만 신경 쓰다 보니 업계 역시 규제가 느슨한 메탄 쪽은 방치한 듯하다.

아무튼 비용이 크게 들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조치로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뽑을 때 메탄 누출 여부를 감지하는 검출기 설치와 낡은 펌프나 공조시스템 교체 등이 있다. 석탄의 경우 채굴 전에 갱에 차 있는 메탄가스를 제거하고 캐낸 석탄을 건조해 흡착된 메탄을 제거하는 과정 등이 있다. 아쉽게도 농업 분야에서는 돈을 안 들이고 줄이기는 어려워 가축 사육은 2%, 벼농사는 6% 감축에 불과하다. 

한편 돈이 꽤 들지만 지금 기술로 줄일 수 있는 양은 33%에 이른다. 화석연료 생산 분야에서는 앞서 조치를 광범위하게 시행하는 것과 함께 채굴 장비를 교체하고 갱의 공조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노력이다. 농업 분야에서는 사료에 메탄 억제제를 첨가하고 논의 비료 투입량을 최적화하고 관개시스템을 재설계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메탄 발생을 최소화한다. 많은 경우 세제 혜택이나 정부 보조금 등이 뒷받침해야 하므로 기존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 사업과 우선권을 두고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때 GWP100가 기준이냐 GWP20가 기준이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물론 논문은 후자 입장이다.

○ 

땅속 메탄의 생산자는?

COP26의 글로벌 메탄서약을 계기로 온실가스로서 메탄을 새삼 주목하다 보니 메탄의 기원과 관련한 최근 연구 결과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11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석탄층 메탄의 기원을 밝힌 논문이 실렸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류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메탄의 11%가 석탄 채굴 과정에서 유출된 것이다. 그런데 석탄을 캐는데 왜 메탄이 나올까.

석탄의 대부분은 육상식물에서 출발한다. 나무의 세포벽의 리그닌 같은 식물 성분이 토양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쌓이면 수천만 년에 걸쳐 서서히 바뀌면서 궁극적으로 석탄이 된다. 이를 탄화작용이라고 부르는데, 토탄과 갈탄은 과도기 상태다.  초기에 분해가 안 된, 주로 리그닌으로 이뤄진 목질부에서 메톡시기(-OCH3)가 무게의 7%를 차지한다. 고분자인 리그닌에 메톡시기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탄화작용이 진행돼 갈탄이 되면 메톡시기가 무게의 10%에 이른다. 갈탄을 이루는 리그닌 유래 고분자에서 메톡시기가 떨어져 나가며 탄소와 약간의 수소로 이뤄진 고분자로 바뀌면 석탄이 된다. 

이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가는 오랜 미스터리로 열과 압력의 작용으로 일어난다는 가설이 우세했다. 2015년 한국석유공사에서 만든 자료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2016년 갈탄층에서 메탄생성 고세균 '메터미코쿠스'가 리그닌의 메톡시기를 먹고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내놓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때까지 이런 대사를 할 수 있는 미생물은 보고된 적이 없었다. 이번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은 갈탄이 석탄으로 바뀌는 게 물리화학 작용이 아니라 미생물 활동의 결과임을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입증한 결과를 담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석탄 광산에서 석탄층 메탄은 채굴 과정에서 대기로 유출돼 지구온난화에 기여한다. 그러나 몇몇 광산은 석탄층 메탄의 농도가 높아 이를 천연가스로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메탄생성 고세균을 이용해 갈탄 광산을 천연가스 광산으로 바꾸는 연구가 진행될 것이다.

석탄 광산에는 메탄이 꽤 존재한다. 그 기원은 오랫동안 미스터리였지만 지난 2016년 메탄생성 고세균이 부분 탄화된 리그닌 분자의 메톡시기를 먹고 메탄을 내놓는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최근 이 과정이 주된 생성 경로임이 입증됐다. 기체 상태로 공간에 있거나 석탄에 흡착된 메탄은 채굴 과정에서 대기로 빠져나가 온실가스가 된다. 몇몇 광산에서는 메탄 농도가 높아 천연가스로 상업 채굴되고 있다. 사이언스 제공

되로 묻고 말로 배출

지난 12월 학술지 ‘네이처’에는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의 예상치 못한 허점을 밝힌 논문이 실렸다. 원유를 뽑는 과정에서 빈 지하공간에 화력발전소 등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면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리는 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유정에 파이프를 꽂으면 처음에는 원유가 강하게 분출하다 결국은 압력이 떨어져 더이상 나오지 않게 된다. 이때 원유가 빠져나간 공간에 이산화탄소 기체를 주입해 압력을 높여 남아있는 원유를 마저 뽑아내는 방법이 ‘이산화탄소 주입 원유회수증진(CO2-EOR)’이다. 이렇게 주입된 이산화탄소는 지하수에 녹아 탄산이온으로 바뀌거나 칼슘을 만나 탄산칼슘으로 석출돼 석회암이 된다. 탄소저장인 셈이다. 꿩 먹고 알 먹는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영국 옥스퍼드대와 석유회사 엑손모빌 공동연구팀은 1986년까지 이산화탄소 주입이 행해졌던 루이지애나주 올라 유전을 조사해 정말 꿩 먹고 알 먹는 결과가 되는지 알아봤다. 비교를 위해 이산화탄소를 주입하지 않은 인근 네보-헴필 유전도 함께 조사했다. 그 결과 올라 유전에 주입된 이산화탄소의 70%는 지하수에 녹아 탄산 이온이나 탄산칼슘으로 바뀐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까지는 예상한 결과다.

문제는 주입된 이산화탄소의 13~19%가 메탄으로 바뀐 것이다.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먹고 메탄과 물을 내놓는 메탄생성 미생물이 활약한 결과다. 메탄은 물에 잘 안 녹고 이산화탄소보다 확산이 쉬운 기체다. 따라서 지각 틈새를 통해 대기로 빠져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생성된 메탄의 3분의 1이 배출된다면 양으로는 주입된 이산화탄소의 5% 수준이지만 CO2e로 환산하면 GWP100에서는 125%이고 GWP20에서는 4.3배나 된다.

저자들은 논문 말미에서 “앞으로 CCS 부지를 선정할 때는 미생물의 메탄생성 과정을 고려해 장기간 저장해도 위험성이 낮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화석연료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메탄이 온실가스로서는 꽤 골치 아픈 존재라는 말이다.

이산화탄소 주입 원유회수증진(CO2-EOR)은 유전의 원유 생산량을 늘리면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땅속 공간에 저장하는 일석이조의 방법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주입된 이산화탄소의 13~19%가 미생물의 작용으로 메탄으로 바뀌는 것으로 밝혀져다. 메탄은 확산성이 큰 기체로 일부가 대기로 유출되면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린 결과가 될 수도 있다. KAPSARC 제공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7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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