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공사 모두 중단된 HDC현대산업개발.. 기업가치 훼손 불가피

고성민 기자 2022. 1. 1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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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진 사고와 관련,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기업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등 임직원들이 12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 현장 부근에서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시는 12일 긴급현장대책회의를 열고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건축·건설 현장의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한 화정아이파크를 비롯해 광주 계림 아이파크SK뷰, 운암주공3단지 재건축, 무등산아이파크2차(학동4구역) 등 총 4곳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현장이 ‘올스톱’하는 동안 사업 지연으로 인한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한 화정아이파크는 HDC현대산업개발에 직접적인 손해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화정아이파크는 HDC그룹 계열사인 HDC아이앤콘스가 시행, HDC현산이 시공하는 아파트 단지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작년 3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화정아이파크의 잔여 공사비(계약잔액)는 약 1205억원이다. 증권가에선 작년 4분기 기준으로 잔여 공사비가 1000억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한다.

만약 사고가 난 건물을 철거하고 재시공한다면 올해 안에 신축공사 재개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경우 증권가에서 추정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외주 주택 부문 매출(2조4623억원)의 약 4.1%가 빠지게 된다. 순이익은 약 200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아울러 HDC현대산업개발은 수분양자들에게 입주지연배상금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는 “공사관리를 잘못해서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시공사의 귀책 사유가 분명해, 입주지연배상금이 당연히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분양자와 분양계약을 한 주체인 시행사 쪽에서 지연배상금을 지급할 테고, 이후 시행사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공사비를 깎아서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체적인 지연배상금은 분양계약서를 봐야 할 텐데, 만약 입주가 1년 이상 지연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만만찮은 금액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의 12일 모습. /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은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 이후 불과 7개월 만에 또다시 대형 사고를 야기했다는 점에서 기업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6월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작업 붕괴 사고 때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였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당시 광주 현장을 직접 찾아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약속했지만, 7개월 만에 광주에서 대형 사고가 반복돼 약속이 무색해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오는 27일부터 시행돼 이 법에 따른 처벌은 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건설안전기본법 등 관련 법에 따른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장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안전진단 뒤 수색·구조 작업을 마치는 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 현장 감식을 벌여 붕괴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이후 부실시공 여부와 구조안전진단의 적정성, 건축 관련 법령 위반 여부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검찰도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광주지검에 광주지방경찰청, 광주지방고용노동청과 함께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합동수사본부를 통한 상호협력으로 수사역량을 결집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중대재해 발생에 책임이 있는 자에게는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사고는 HDC현대산업개발의 브랜드 평판 추락으로 이어져 정비사업 수주전 등 다른 경영 활동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이날 장초반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5% 이상 하락한 2만1700원까지 한때 내려앉았다.

김승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난번 학동 철거건물 사고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건물을 짓다가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시행사나 정비사업 조합들이 HDC현대산업개발에 공사를 맡길 것이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수주 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현재는 광주광역시만 HDC현대산업개발의 건설 현장에 대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는데, 다른 지자체들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진행하는 여러 건설 현장들에 추가로 안전진단과 공사중단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 “여러 현장의 공사 진척도가 더뎌질 테고, 그만큼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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