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 지각변동' 5개월 만에 웃은 윤종규..'대장주 교체' 카뱅→KB금융

이가람 2022. 1. 12. 13: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7일 비대면으로 열린 '2022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임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 KB금융그룹]
KB금융그룹이 카카오뱅크에 넘겼던 '금융대장주' 자리를 탈환했다. 이에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마음의 짐으로 여겼던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올해 취임한 이재근 KB국민은행장도 웃게 됐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실적, 금리 인상, 오너리스크 등 금융주 판도로 모이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전장 대비 1400원(2.33%) 상승한 주당 6만1400원을 터치했다. 전날(6만원)에 이어 이틀 연속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시각 카카오뱅크는 전일보다 200원(0.40%) 오른 주당 4만95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4만9350)에 비하면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5만원대를 밑돌고 있다. 최고가(9만4400원)와 비교하면 반 토막났다. 동시에 지난해 8월 상장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시가총액 순위도 바뀌었다. 지난 10일 기준 카카오뱅크와 KB금융은 각각 13위와 14위에 랭크돼 있었다. 다음 날인 11일에는 KB금융그룹과 카카오뱅크가 각각 12위와 14위로 장을 마쳤다. 현재 KB금융그룹과 카카오뱅크는 각각 12위와 15위를 나타내고 있다. 나날이 한 계단씩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 3일 신년사를 통해 "자산과 이익 규모에서 많은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딩금융그룹'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투자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냉정한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서 우리가 얼마나 가치 있고 잘 준비된 조직인지 증명하자"고 아쉬워했다.

이재근 행장은 "KB금융지주가 금융업종 시총 1위라는 본래의 위치로 반드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는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두 사람의 꿈은 생각보다 빨리 이뤄졌다. KB금융그룹이 사상 최초로 당기순이익 '4조원 클럽'에 가입하면서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4조4553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전년(3조4550억원)과 비교해 29% 가까이 증가하면서, 신한금융그룹과 약 2000억원 차이로 리딩뱅크를 수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에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구간에 들어서면서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주가에 반영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금리를 네 차례에 걸쳐 올릴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현행(1%) 대비 0.25%포인트 상향한 1.25%로 금리 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예대마진을 확대할 수 있는 은행업종이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만큼 외국인투자자들도 지난해 12월 28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KB금융그룹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지분율도 70%대를 달성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KB금융그룹의 작년 한 해 이익은 4조4000억원을 넘어섰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6%으로 주가가 역사적 고점이었던 지난 2017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본 여력이 가장 우수한 금융지주로 현물 배당 외 전향적인 배당 정책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9월 말일까지 누적순이익 1679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같은 기간(859억원)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상장 이후인 3분기 순이익만 분리하면 520억원으로 시장전망치를 30% 이상 하회한 어닝쇼크였다. 뱅킹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수도 토스에게 밀렸다. 지난해 말 기준 토스가 1397만4762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면서 카카오뱅크(1317만154명)를 제쳤다. 카카오뱅크가 장점으로 내세웠던 플랫폼 경쟁력도 잃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모회사인 카카오가 각종 규제에 대한 돌파구를 좀처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형제회사인 카카오페이가 경영진의 스톡옵션 대량 매각 사태로 노동조합 및 주주들과 대치하고 있는 것도 투자시장의 질책을 받고 있다. 또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 예고도 카카오뱅크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유일한 인터넷은행에게 부여했던 밸류에이션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공모가 산정 당시 거론됐던 몸값 고평가 논란도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증권시장 데뷔 당시 카카오뱅크의 시총은 33조원대였다. 같은 날 KB금융그룹의 시총은 21조원대였다. 증권가에서도 카카오뱅크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카카오뱅크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하향했다. 목표주가도 8만2000원에서 5만2000원으로 조정했다. 그에 앞서 교보증권도 적정 주가로 5만9000원을 제시했다.

박신영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과 가계 대출 증가 단속에 나서고 있다"며 "고객의 대출 중단과 모기지 상품의 출시 연기로 카카오뱅크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