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중증도·전파율, 고연령서 더 높아

기초과학연, 동물실험으로 입증.."높은 증식성 탓"
"고연령 페렛, 다른 동물로 전파하는 비율 매우 커"
"폐에서 RNA 양성세포 다수 검출..중증도도 높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연령대별 페렛 동물모델 폐의 염증양상 및 바이러스 RNA 검출량 비교.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의 중증도와 전파율이 고연령에서 더 높다는 것이 사람과 호흡기 구조가 비슷한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동물실험에서 고연령 동물에서는 폐에서 바이러스 리보핵산(RNA) 양성 세포가 다수 검출되고, 중증 폐병변이 나타나는 등 중증도 또한 높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신변종바이러스연구센터 최영기 센터장(충북대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시킨 동물모델 페렛을 6개월 이하·1년 이상 2년 이하·3년 이상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병원성을 비교했다.

페렛은 족제빗과 포유류로, 호흡기 구조가 사람과 유사해 인체에서 나타나는 발열·재채기·콧물 등 임상 관찰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사스(SARS-CoV-2)를 포함한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에도 자연 감염돼 인체감염을 재현할 수 있는 동물모델로 이용된다.

연구팀은 고연령 페렛이 병을 일으키는 능력인 병원성과 증식성이 높아 다른 동물로 전파하는 비율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저연령 페렛은 병원성․증식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연령 페렛에서는 폐에서 바이러스 리보핵산(RNA) 양성 세포가 다수 검출되고, 중증 폐병변이 나타나는 등 중증도도 높았다.

또한 RNA 염기서열분석(RNA sequencing) 기법으로 감염된 폐 조직의 유전자 발현 양상을 분석했더니 저연령 페렛에서는 빠른 면역 반응 후 조직재생을 위한 다양한 유전자가 발현했다.

반면 고연령 페렛에서는 감염 초기부터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인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현저히 증가하고, 대식세포·자연살해세포 등 면역세포가 과하게 활성화돼 심각한 염증을 유도했다.

이는 중증을 겪거나 사망한 코로나19 환자에서 나타나는 면역학적 변화와 매우 유사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최영기 센터장은 “숙주 연령에 따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병원성과 전파율이 큰 차이가 있음을 실험을 통해 최초로 증명했다”며 “중증, 고령 환자에게 맞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지난 10일 게재됐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