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감독 "저도 이준호X이세영 사랑했습니다" [인터뷰 종합]

연휘선 2022. 1. 1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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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여러분이 산과 덕임을 사랑한 것 이상으로, 저도 둘을 사랑했습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의 정지인 감독이 원작 소설 작가에게 고마움을 밝혔다.

지난 1일 종영한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조선 왕 정조와 후궁 의빈 성씨의 로맨스를 그린 팩션 사극이다. 17회(마지막 회)에서 17.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막 내렸다. 이 가운데 작품을 연출한 정지인 감독이 드라마와 관련한 OSEN의 질문에 서면으로 답했다.

정지인 감독은 작품을 향한 시청자들의 열띤 사랑에 먼저 "방송을 함께 만들어 온 모든 스텝들과 배우 분들, 그리고 늦은 시간에 끝까지 함께 해주신 시청자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 원작과 대본의 힘을 믿었고 현장에서 배우와 스텝들의 에너지를 믿었기에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을 기대했는데 이 정도까지의 반향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 이 정도의 반응을 얻으니 그동안 고생 많았던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생각나고 그들과 함께 큰 만족감을 나눌 수 있어서 참 뿌듯하다"라고 했다. 

또한 "무엇보다 이렇게 반응이 뜨거운 드라마가 처음이라 좋으면서도 많이 낯설고 얼떨떨하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지 몰랐고,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당장 복기할 자신은 없지만 보게 되면 또 부족한 면도 보이고 그럴 것 같다. 다들 반응이 좋은 건 얼마 안 가니 있을 때 즐기라고들 하는데 어떻게 즐겨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다"라며 얼떨떨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작품을 위해 신경 쓴 부분에 대해 "촬영이나 미술, 조명, 심지어 날씨의 변화 등을 현대극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통제하고 결정하면서 상상력을 발휘할 수가 있어 연출적인 면에는 자유롭고 흥미로웠다. 하지만 동시에 그 시대의 사람이 아니기에 현대인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정서가 참 답답했다. 계급이 모든 걸 결정하고 여성이 할 수 있는 게 제약이 많은 시대인 걸 받아들이고 그 상황을 연출해야 되는 게 머리로는 이해하려고 했지만 마음으로 이해하기가 참 힘들었다"라고 했다.  

또한 "원작이 있어도 실존인물이 나오는 만큼 고증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제일 힘들었다. 특히 세트 촬영에서 가장 신경 쓰이고 끝까지 고민했던 것들은 계급과 지위에 따른 상하석 구분이다. 한 번 맞춘 자리 배치가 카메라 앵글을 결정하기 때문에 사전에 리허설하면서 지킬 수 있는 건 최대한 지키되 원하는 각을 잡기 위해 고증의 허용 범위 내에서 조금씩 변형을 주도록 했다. 동선이나 자리 배치에 있어서는 조경란 박사님의 자문이 큰 도움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등장인물이 많은 두텁떡을 내오는 씬이나 덕임이 사통 혐의를 받게 된 화빈의 처소 씬들 같은 경우가 특히 고민이 많았다. 배우들에게 촬영 전에 예절교육을 다녀오게 해서 따로 공수나 절하는 방법을 일일이 알려주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함께 예절교육을 받았던 조연출들이 현장의 예절 선생님으로서 큰 활약을 한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됐다"라고도 밝혔다.

그 중에서도 정지인 감독이 연출하면서 가장 신경 쓴 점은 "역사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달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정지인 감독은 "궁궐이 빛바랜 느낌의 옛날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이 생활하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라며 "생생한 공간을 바탕으로 산과 덕임을 비롯한 모든 캐릭터들이 실제로 존재하면서 생생한 감정을 전해주길 바랐다"라고 했다. 

그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본격적인 프로덕션에 앞서 프리프로덕션 기간이 상당히 길었다. 각 분야의 스태프들과 사전회의를 여러 달에 걸쳐 해왔다. 제가 생각하는 콘셉트를 사전에 설명하고 각자 대본을 해석한 결과에 따라 준비를 해오면 그걸 합의해 나아갔다. 현대극을 할 때보다 결정을 훨씬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해야 됐기 때문에 제가 지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했다. 저와 촬영, 조명감독은 사극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사극 경험이 많은 미술감독과 각 미술팀의 노하우가 많은 도움이 됐다. 메인 촬영감독인 김화영 감독, 권민구 조명감독과 함께 기존의 사극에서 가져갈 부분과 새롭게 담아내고 싶은 색감과 영상을 사전에 충분히 협의했다. 사극의 다채로운 색감을 낮에는 최대한 살리고 밤에는 자연스러운 어둠을 표현하고자 했다. 음악은 사극이라는 장르에 중점을 두기보다 인물들의 감정 전달을 기본으로 삼는 것을 음악감독과 함께 출발선으로 삼았다. 오랜 기간을 거쳤지만, 산과 덕임의 서사와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어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자부했다. 

꼼꼼한 준비 덕분일까 '옷소매 붉은 끝동'은 당초 16부작으로 기획됐으나 인기에 힘입어 1회 연장된 17회로 종영했다. 그럼에도 정지인 감독은 "다른 프로그램이 결방을 하면서 연방을 할 경우에 편성 시간이 길게 보장되면서 연속 방송을 결정했다. 결과에는 어느 정도 만족한다. 이번 연방에서 내부 작업 스태프 모두가 똘똘 뭉쳐 늘어난 작업량에 당황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해서 작업을 한 덕분에 방송 퀄리티도 만족스럽게 나왔다. 2주 연속 늦은 시간까지 집중해서 봐 주신 시청자 분들께 정말 감사 드린다"라고 했다. 다만 그는 "본래의 대본 엔딩과 다른 곳에서 맺음을 한 부분은 다소 아쉬웠다. 블루레이를 발매할 기회가 생겼는데 본래의 엔딩을 찾아 다시 편집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 결과 정지인 감독은 팬들 사이에서 '갓지인'으로 불릴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정작 그는 남녀 주인공 이준호와 이세영을 가리켜 "감독의 입장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었다"라고 극찬하며 영광을 돌렸다. 특히 그는 "멜로물에서는 두 배우의 합과 케미가 중요한데, 세영 씨와 준호 씨는 리허설 중 끊임없이 상의하며 어떤 식으로 연기를 할 지에 대해 상대방과 맞춘다. 물론 그 사이에는 세상 희한한 장난도 섞여 있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웃다가 정신 못 차리는 적도 많았다. 새삼 저렇게 장난 치다가도 슛을 들어가면 산과 덕임이 되어 초집중하는 모습에 언제나 감탄했다"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그는 "원작의 드라마화를 허락해주신 강미강 작가님께 가장 감사드린다"라며 "작가님 덕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직접 만나 사배라도 올리고 싶지만, 부담스러워하실 것 같아 이렇게나마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드라마의 엔딩도 원작의 마지막을 살리는 데 있었다고. 정지인 감독은 "원작의 엔딩을 읽자마자 다음 날 회사에서 이 작품으로 드라마를 하겠다고 했다. 꿈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이 마지막 장면을 위해 드라마가 달려가는 게 중요하다고 정해리 작가님께도 여러 번 강조했다. 이 장면을 위해 달려온 만큼,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한 데에는 전혀 후회가 없다"라고 했다. 

지상파 그 중에서도 MBC 드라마가 유독 힘을 쓰지 못했던 최근, '옷소매 붉은 끝동'은 그런 위기감을 끊어낸 작품이기도 하다. 정지인 감독은 이에 "외부 반응과 함께 사내 동료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 드라마본부 선후배들의 격려와 함께 고맙다는 연락이 가장 반가웠다. 특히 후배들에게 자부심과 자신감을 안겨 줄 수 있게 되어 뿌듯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원작 구입부터 시작해서 작가 선정 등 기획과 제작 과정에서 여러 부침을 겪었지만, 내부 연출이 처음부터 기획을 주도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간만에 오롯이 남겼다고 판단한다"라며 "제가 시행착오를 겪었던 만큼 동료 중 누군가는 훨씬 더 수월하게 기획을 하고 좋은 작품을 할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성공의 경험이 앞으로 연출을 하는 데 있어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궁금하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지인 감독은 "‘옷소매 붉은 끝동’을 만들며 '왕은 궁녀를 사랑했고, 궁녀는 왕을 사랑했을까'에 대한 대답을 찾고자 했다. 산은 덕임을 사랑했고, 덕임 역시 산을 사랑했다. 하지만 산이 주는 제왕의 사랑은 덕임이 소중히 여기는 일상을 압도하며 소소한 삶을 허락하지 않았다. 덕임은 본인이 유일하게 갖고 있는 이 작은 것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충심으로 연심을 가려보기도 하고, 그 연심을 숨기면서까지 산을 밀어냈다. 하지만 왕과 개인의 삶이 이미 동일화된 산은 그런 덕임을 아마 끝까지 이해하기 힘들었을 거다. 그런 둘의 마음과 함께 이 이야기를 따라왔다"라고 자평했다. 

이어 "마지막을 향해 가며 덕임의 작고 소중한 마음을 모르는 산이 안타깝고 원망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왕은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엔딩에 와서야 산은 처음으로 왕의 자리를 내려놓고 그저 한 사내로서 덕임의 곁에 머물기로 했다. 그리고 덕임은 처음으로 산에게 먼저 입을 맞췄다. 그리고 그 순간은 영원이 됐다. 산과 덕임의 이 모든 순간이 시청자들에게 온전히 전달됐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초록빛 여름 속을 해맑게 뛰어가던 덕임을 기억해 주세요. 그런 덕임을 결코 잊지 않았던, 눈 내리는 시린 하늘을 물끄러미 보던 산도 떠올려 주세요. 둘은 결국 행복하게 재회하니 너무 슬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산과 덕임을 사랑한 것 이상으로 저도 둘을 사랑했습니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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