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지방소멸을 막아야 하는 이유
이민종 산업부장
지방이 저출산·고령화 더 심각
대학·직장 찾아 청년층도 유출
수도권은 집값과 주거비 급등
공급부족 사태 주택 안정 난망
지역 격차 줄여야 집값도 진정
미래동력 고용도 최우선 역점
1960년대 인구 규모로 전국 8대 도시의 하나로 꼽혔던 전북 정읍시. 지난해 3월 기준 갓 10만 명의 인구를 유지한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160위 규모다. “아기 울음소리는 끊기고 고령인구만 넘쳐 난다. 모두 정부 재정에 의존하고 있다”는 한탄만 들린다. 가파른 인구 하락세는 소멸 위기감을 증폭시킨다. 구도심은 오후 8시만 되면 인적조차 드문 스산한 풍경으로 바뀐다. 이런 모습은 전국 시·군·구 4곳 중 3곳꼴이다. 65세 이상의 인구 비중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방의 사정과는 반대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으로의 집중 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을 비웃는 것 같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비(非)수도권 인구는 2563만 명으로 수도권 인구(2603만명)보다 40만 명이 적다. 2020년에 처음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섰는데, 인구 자연감소와 함께 비수도권의 인구 순유출이 동반해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인구 순유출의 태반이 20∼34세의 혈기왕성한 청년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대학 진학,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취업난과 만혼, 비혼으로 인한 출산율 저조, 인구 감소가 표면화된 상황에서 지방 청년층의 이동이 지방과 중앙의 분절과 지역 위축으로 이어질 것임은 불문가지다.
지방인구 감소 제어 및 정주 기능을 강화하고 경제 활성화를 유도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현 정부는 이미 능력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정부’ 표방이 무색하게 2020년 대졸 취업률은 65%로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코로나19로 고용이 어려워진 점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급물살을 타고 있는 산업구조 개편의 흐름을 주시하고 인력 양성과 현장 채용에 미스매칭이 없게끔 정교하게 교육체계와 시스템 정착에 집중했더라면 참담한 결과가 나왔을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에 일자리 창출을 요청한 것은 정책 실패를 자인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더 절망스러운 것은 대선 후보 캠프에서도 별반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방의 고립과 수도권 인구 집중은 최대 경제 현안인 부동산 안정에도 단연 부정적이다. 지난여름부터 금융 당국이 죄기 시작한 초강력 대출규제에 금리 인상이 가세하면서 주택 거래가 줄고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자 정부는 연일 집값 하락을 호언장담하며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부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전방위로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정부 기대와 달리 추세적으로 하향 안정화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다. 오히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올해 경제 전망에서 주택가격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근본 원인인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만 해도 서울 분양 시장에서 100가구 이상 신규 공급 지역은 4곳에 그쳤다. 최근 아파트 청약 시장의 경우 수도권은 대출 규제로 돈을 구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일부 나왔을 뿐, 청약 경쟁률은 여전히 ‘불장(불 같은 상승장)’이다. 인구 집중으로 인해 수도권 중심의 대기 수요가 엄존하고 이를 상쇄할 적정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한, 주택가격의 하락 전환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수도권 청년 인구 집중이 인구 밀집을 불러 주택가격 및 주거비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의 후퇴를 이대로 버려둬서는 곤란하다. 공공기관 이전은 효과가 반감되면서 한계를 보이고 있으므로 재점검해 보완책을 찾는 한편, 주택 공급에 대한 부동의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 또 지역 격차 해소와 균형발전 정책을 통해 과밀(過密)을 분산하고 집값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 가계부채 대책, 물가 안정, 미래동력인 청년층 고용 안정 정책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겨우 중진국 문턱을 벗어나 선진국 대우를 받기 시작했는데 오만과 방자, 실기, 오판 속에 빠져 포퓰리즘에 현혹될 경우 우리의 미래가 패착으로 귀결될 것임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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