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의 시:선(詩:選)>길

기자 2022. 1. 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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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31일과 2022년 1월 1일 사이엔 고작 1초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오후 11시 59분 59초에서 자정이 되는 순간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것만 같다.

새 운(運)을 들이게 된 기회를 얻은 것 같고 마음가짐도 달라진다.

한편, 마흔 해 넘게 새해를 맞이하다 보니, 좀 시들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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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끝이 없다/ 그러니까, 길은 끝나지 않는다/ 내가 막다른 길에서 보았던,/ 길은 여기서 끝났습니다라는 친절한 말은/ 틀린 말이다/ 길이 끝났다는 곳에서/ 되돌아오는 길은 가는 길과/ 전혀 다른 오는 길이다’ -윤희상 ‘길’ (시집 ‘고인돌과 함께 놀았다’)

2021년 12월 31일과 2022년 1월 1일 사이엔 고작 1초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오후 11시 59분 59초에서 자정이 되는 순간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것만 같다. 새 운(運)을 들이게 된 기회를 얻은 것 같고 마음가짐도 달라진다. 담배와 술을 끊거나 운동을 시작하거나. 하여간 새해이기 때문에 시작되는 많은 일이 있다. 한편, 마흔 해 넘게 새해를 맞이하다 보니, 좀 시들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하려다가도 어차피 작심삼일일 텐데. 팔짱 낀 사람처럼 슬쩍 삐딱해지고 마는 것이다.

정초에 서점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처음 며칠은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 날이 이어지다 보니 알겠다. 올해엔 책을 읽어야지, 세운 계획의 실천이로구나. 그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는 이가 많다는 것은 장삿속으로만 반가운 것이 아니다. 그들의 의지가 보석처럼 반짝인다. 삐딱했던 나를 반성하면서, 새해란 얼마나 근사한가 생각해보는 것이다. 작심삼일이란 말은, 마음의 변질을 경계하란 뜻이지, 그러니 포기하라는 뜻은 아닐 터. 무엇보다 새해는 새로운 해다. 그런 의미이다.

2022년을 살아본 적 없다. 나뿐 아니라 그 누구도. 매일의 모양이 똑같아서 날이 바뀌고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놀라움을 종종 잊곤 한다. 그리하여 올해는 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눈 크게 뜨고 놓치지 않기 위해서. 새롭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 뜻밖으로 꼬박꼬박 채우는 즐거움이 보통이 아니다. 벌써 열흘이 넘게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적어도 삼 일은 넘겼으니 우쭐해져도 되지 않을까.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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