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김다미, 이 순수한 커플이 만들어낸 놀라운 성과('그해우리는')

최영균 칼럼니스트 2022. 1. 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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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한 순수 멜로'가 되살려준 드라마의 설렘('그 해 우리는')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드라마를 보며 자신의 첫사랑을 떠올리는 일은 어느덧 옛이야기가 됐다. 주인공의 삼각관계 경쟁자로 살인마가 등장하는 일은 대단하지도 않다. 주인공은 요괴나 혼령, 외계인과 썸을 타기도 하고 과거나 미래의 인물 또는 북한군과도 판타지 사랑에 빠진다. 멜로는 최근 들어 단독 장르가 아니라 스릴러, 판타지, 호러 등과 뒤섞이는 서사의 일부로 축소됐다.

과거 드라마의 정통 멜로, 순수한 멜로는 가장 보통의 사랑을 많이 다뤘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고 헤어지고 다시 얽히고...많은 시청자가 경험을 가졌을 법한 그런 보편적인 사랑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 멜로 드라마였다. 하지만 드라마가 발전하면서 좀더 풍성한 재미를 장착하기 위해 2,3개의 장르를 뒤섞는 구성이 대세로 떠올랐다. 로맨틱 코미디와 스릴러를 결합해 근래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가 된 <동백꽃 필 무렵>처럼 장르 믹스 드라마들이 승승장구하면서 오직 사랑 이야기 원툴로 승부하는 순결한 멜로드라마는 빈약하거나 밋밋하게 시청자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쉬워졌다.

이질적인 장르 결합까지는 아닌 경우에도 멜로는 추가적인 흥미 유발 요소를 강박적으로 챙기고 있다. 세태 변화를 명분 삼아 중장년층 멜로에는 불륜이 기본으로 깔리고, 풋풋한 사랑 이야기도 연상녀 연하남 커플의 이야기로 정통 멜로로부터 변주를 꾀했다. 재미는 풍성해졌지만 설렘은 줄어들었다. 설렘은 작품이 내 경험과 유사할 때 가장 활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 SBS 월화드라마 <그 해 우리는>은 역선택을 하고 있다. 두 주인공의 만남과 헤어짐을 중심으로 네 남녀의 교차되는 사랑 이야기만으로 16부작 드라마를 끌고 가는 정통 멜로, 순수 멜로다. 최웅(최우식)과 국연수(김다미)가 고등학교 시절 만나 연인이 되고 대학 시절 헤어졌다가 사회인이 돼 다시 만나 사랑을 재확인하는 과정이 전부라 할 수 있다.

시청률(이하 닐슨 코리아)은 3~4%대를 오가는데 화제성은 시청률 수치를 능가하고 있다. 함께 볼 수 있는 넷플릭스에서는 국내 많이 본 콘텐츠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월요일 방송분은 동시간대 최강 인기 프로그램인 JTBC <싱어게인2>와 붙는 바람에 3~4%대에 줄곧 갇혀 있었지만 이번 주 11일 방송분에서 마침내 5%대 벽을 돌파하며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는 등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무엇보다도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그해 우리는' 앓이를 하면서 수작이라는 호평 일색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타 장르와 믹스된 멜로 드라마의 사랑은 판타지, 꿈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사랑이다. 반면 <그 해 우리는>은 추억으로서의 사랑 성격이 강하다. 많은 시청자들이 자신의 연애 경험과 교집합을 갖는 순간들을 발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좋은 그런 사랑 이야기다. 순수 멜로는 대중들이 빈약하게 느끼기 쉬운 분위기가 됐지만 웰메이드하게 만들면 '내 이야기'라는 환기가 가능해져 강력한 호소력을 갖는다는 사실을 <그 해 우리는>은 입증하고 있다.

<그 해 우리는>의 완성도 높은 멜로는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좋은 작가와 연출의 힘에서 비롯된다. 친근하고 입체적인 등장인물, 군더더기 없는 진행, 집중력은 유지하면서 서서히 감정선을 고조시키는 상황 설정들, 멜로 사이 코믹 상황의 적절한 개입 등 좋은 드라마가 갖출 조건을 대본과 연출이 잘 보여주고 있다.

극초반 최우식이 경쟁 작가와 드로잉 대결하는 부분에서 승부의 결과를 보여줄 만도 한데 과감하게 생략하고 바로 최우식과 김다미의 재회에 몰두하는 전개를 비롯해 <그 해 우리는>은 멜로에만 온전히 집중하면서 불필요한 장면 소모를 최대한 줄이고 작품의 건강한 텐션을 잘 유지하고 있다.

주요 인물들이 각각 자신 입장에서 사랑을 넋두리하듯 펼쳐가는 교차 구성도 관점 전환에서 야기되는 갱신 효과로 인해 순수 멜로의 지루해지기 쉬운 약점을 잘 보완하고 있다. 드라마가 관찰자 시점의 서술이나 내레이션 등을 주요 장치로 사용해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도 멜로가 신파같은 구시대 느낌의 정서적 과도함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하고 작품을 깔끔하고 세련되게 지켜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 해 우리는>이 좋은 멜로가 될 수 있는 일등공신은 최우식과 김다미다. 고등학생부터 20대를 거치면서 사랑앓이를 하는 청춘에 대해 외모와 연기 모두에서 다른 어떤 배우로도 대체 불가한 강력한 존재감을 작품에 새기고 있다. 특히 풋풋한 시절의 '서툶'을 표현함에 있어 가장 돋보인다. 표정과 몸짓은 물론 말, 생각, 행동에서 서로에게 서툰, 그래서 사랑이 서로를 힘들게 만들지만 거치고 나면 조금은 어른이 돼 있는 그런 시절을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이번 주 11, 12회를 거치면서 최웅과 국연수는 먼 길을 돌아와 다시 사랑을 시작하게 됐다. 좋은 멜로 드라마는 대개 치유와 성장이 함께 한다. 11, 12회를 보면 <그 해 우리는>도 남은 방송분에서 둘이 다시 시작한 사랑의 결과와는 별개로 치유와 성장의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 예상하게 만드는 내용들이 있다. <그 해 우리는>이 좋은 멜로로 끝까지 남을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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