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을 마셔도 제대로.. 2030, 위스키에 빠지다

이희권 기자 2022. 1. 1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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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류 시장은 한마디로 '와인 천하'였다.

지난해 1~11월 전체 위스키류 수입액은 전년보다 37.4% 증가한 1억5434만 달러로 집계됐다.

앞서 이웃 나라 일본 역시 하이볼이 유행하며 '아저씨들이나 마시던 술'이라는 위스키에 대한 이미지가 뒤바뀌었고, 침체일로를 걷던 위스키 시장이 이제는 맥주 시장마저 뛰어넘을 만큼 상황이 급반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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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여러 위스키를 경험하고 자신만의 취향을 찾으려는 새로운 음주문화가 떠오르면서 주류업체들도 ‘즐길 수 있는 위스키’를 테마로 다양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국내 1위 위스키 업체 디아지오코리아가 프리미엄 오이스터 바 ‘펄쉘 프리미에’와 진행 중인 싱글몰트 스카치위스키 탈리스커와 굴 요리 푸드 페어링 프로모션에 참가한 이들이 세프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디아지오코리아 제공

홈술 확산…‘위스키의 부활’

한정판 싱글몰트 컬렉션부터

305만원‘라가불린’까지 완판

젊은세대 상징하는 수집품 돼

탄산수 섞어 마시는 ‘하이볼’

잠들어 있던 위스키시장 깨워

작년 11개월 위스키류 수입액

전년比 37%↑1억5434만달러

지난해 주류 시장은 한마디로 ‘와인 천하’였다. 코로나19로 회식이 줄고 집에서 가볍게 술을 즐기는 ‘홈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와인 수입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기준 와인 수입액은 5억617만 달러로 2020년 같은 기간보다 76.0% 뛰었다.

와인의 화려한 질주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역시 심상치 않은 숫자를 기록 중인 주종(酒種)이 있다. 위스키다.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위스키 수입액이 돌연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1월 전체 위스키류 수입액은 전년보다 37.4% 증가한 1억5434만 달러로 집계됐다. 위스키 수입액이 늘어난 것도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위스키 수입은 2007년 2억7029만 달러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주5일제와 주52시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등 사회 분위기와 관련 제도가 바뀌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는 위스키 업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 유흥시장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한때 연 매출 5000억 원을 자랑하던 업계 1위 회사 디아지오코리아는 매출이 2000억 원 아래로 떨어졌다. 해외업체들의 국내 시장 철수와 구조조정이 이어졌고, 주요 브랜드 매각설도 끊임없이 나돌았다. 끝을 모르고 추락하던 위스키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벼랑 끝에서 ‘반전 드라마’를 조용히 쓰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과거 최고 호황기를 누릴 때와는 정반대의 방식을 사용해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 연말 더현대서울의 한 팝업 매장에는 오픈런 현상이 나타났다. 명품 가방을 사려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한정판 싱글몰트 위스키 컬렉션인 ‘스페셜 릴리즈 2021’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이 1시간 넘게 줄을 서며 몰려든 것이다. 이날 305만 원에 달하는 라가불린 26년은 나오자마자 팔렸다. 매장을 찾은 사람의 절반 이상은 2030세대였다. 인터넷에서는 야마자키, 히비키 등 일본 위스키를 구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위스키 업계는 “줄을 서서 위스키를 사는 모습은 처음 봤다”면서 “마침내 위스키도 젊은 세대의 취향을 상징하는 하나의 수집품으로 그 성격이 바뀐 것”이라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위스키가 다시 돌아온 배경에는 유흥업소에서 ‘부어라 마셔라’ 하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폭음 대신 ‘한 잔’을 마셔도 제대로 즐기려는 젊은층이 있었다. 특히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하이볼이 잠들어 있던 위스키 시장을 깨웠다. 새로운 기회를 잡은 업체들은 집에서도 위스키와 쉽게 페어링(Pairing·짝을 이루는 것)할 수 있는 조합 추천이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하이볼 레시피를 소개하는 방식을 통해 판매량을 늘렸다. 코로나19 이후 홈술 트렌드가 거세지면서 소용량 제품을 출시하고 접근이 쉬운 편의점과 대형마트에 적극 입점시킨 것도 주효했다.

위스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국내 위스키 시장이 오히려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앞서 이웃 나라 일본 역시 하이볼이 유행하며 ‘아저씨들이나 마시던 술’이라는 위스키에 대한 이미지가 뒤바뀌었고, 침체일로를 걷던 위스키 시장이 이제는 맥주 시장마저 뛰어넘을 만큼 상황이 급반전됐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홈술 수요가 당장 유흥시장 채널 비중을 대체할 수는 없어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오히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접대용 상품이 아닌, 와인과 같이 ‘생활 속에 언제나 함께하는 술’로의 변신을 이제 막 시작했다는 점에서 위스키의 미래가 예전보다는 훨씬 밝다”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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