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도 찾아간 그곳..'60평 화재' 사고에 삼성 '초비상'

강경주 2022. 1. 1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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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노광장비 독점생산 기업 ASML서 화재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화들짝'
"웨이퍼 클램프 생산 설비 화재 영향 받아"
반도체 장비 수요공급 불균형 심화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년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김기남 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과 EUV 장비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초부터 예기치 못한 악재가 터졌다. 반도체 생산의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독점 생산 기업 ASML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ASML로부터 장비를 공급받아 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 반도체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60평 남짓 공간 화재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화들짝'

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연초 ASML의 독일 베를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EUV 장비 모듈 중 하나인 '웨이퍼 클램프' 생산에 차질이 예상된다. 반도체 생산 장비는 부품이 하나만 없어도 정상 작동이 불가능해 EUV 장비 완제품 생산과 고객사 인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ASML은 이번 화재와 관련해 지난 9일 공식 입장을 내고 "EUV 시스템 모듈인 웨이퍼 클램프의 생산설비 일부가 화재의 영향을 받았다. 현재 EUV 생산 물량과 서비스 모두 고객에 대한 잠재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복구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ASML은 화재 직후 "인명 피해는 없으며 현재로서는 입장을 밝히기가 조심스럽다"라며 구체적 언급을 꺼렸지만 이내 EUV 장비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공식화한 셈. 화재가 난 공장 건물은 현재 일부 생산을 재개한 상태로, ASML은 관련 내용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ASML 본사 전경 [사진=ASML 제공]


화재는 ASML 베를린 공장 내 60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반도체 공정은 워낙 미세한 작업을 필요로 해 반도체 업계 전체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타격을 입은 웨이퍼 클램프는 노광 공정 시 웨이퍼를 고정하는 핵심 부품이라, 이 부품 없이는 EUV 장비 정상 작동이 불가능하다. ASML은 해당 부품을 전세계에서 독점 생산 중이다.

ASML의 EUV 노광 장비 대당 가격은 1500억원이 넘지만 생산 가능 물량은 연간 40대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TSMC 등 첨단 반도체 라인을 운영 중인 회사들의 수요를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EUV 장비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소요 기간)은 12~18개월이다. 이번 사고로 더 늘어날 게 확실시된다.

돈으로만 살 수 없는 장비…이재용도 확보전 직접 뛰어

때문에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업체들 간 장비 확보전이 치열하다. 돈으로만 살 수가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EUV 노광 장비 확보를 위해 2020년 10월 ASML 본사가 있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을 직접 방문해 ASML 지도부를 만나고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에서 EUV를 활용한 3㎚(나노미터, 10억분의 1m) 라인 가동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도 D램 14㎚ 공정에 EUV 노광 장비가 사용된다. 올해를 TSMC와의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 좁히기 원년으로 삼은 삼성전자는 해이 장비를 한 대라도 더 유치하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납품 받아야 한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EUV를 활용한 10나노급 4세대 D램을 신규 팹 M16에서 양산한 후 점진적으로 EUV 생산 라인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초 ASML과 2025년까지 4조7500억원 규모의 EUV 장비 장기 계약을 맺은 바 있다.

ASML이 홈페이지에 화재와 관련해 진단 결과를 게시했다. [사진=ASML 홈페이지 캡처]


해외 기업 상황도 마찬가지다. 대만 TSMC가 이 장비를 활용하면서 양사 간 협업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한 인텔 역시 차세대 EUV 장비 선점 계획을 공개하는 등 ASML 장비 구매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국 마이크론, 대만 난야테크놀로지 등 메모리 업계도 'ASML 모시기'에 참전할 예정이고 반도체 자립을 노리는 중국 역시 ASML에 손을 내밀 태세여서 수요공급 불균형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트렌드포스는 "ASML이 다른 공장에서 필요한 부품을 조달할 수도 있다. 실제 EUV 설비 공급에 대한 영향은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ASML "오는 19일 컨콜서 추가 업데이트"

ASML은 "해당 지역에 대한 복구 계획을 완료하고 고객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며 "오는 19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추가 업데이트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ASML EUV 노광 장비 내부 [사진=ASML 제공]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 당장 해당 화재와 관련해 언급할 내용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일단 생산 일정을 조절하면서 시간 벌기 등의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ASML로부터 구체적인 상황이 전달돼야 차후 생산 일정도 짤 수가 있다. 자칫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도 가중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내년(2022년) 55대의 EUV 장비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생산 예정인 ASML의 EUV 장비는 이미 100% 예약 완료됐으며 삼성전자가 18대, SK하이닉스가 4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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