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감독 "첫 사극 연출, 도망가고 싶었던 적 많았지만.."[EN:인터뷰①]

박수인 2022. 1. 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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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수인 기자]

정지인 감독이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첫 사극을 연출한 소감을 밝혔다.

정지인 감독은 최근 뉴스엔과 서면으로 진행한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극본 정해리/연출 정지인 송연화) 종영 인터뷰를 통해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과 흥행 소감 등을 전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첫 사극 연출에 도전한 정지인 감독은 "촬영이나 미술, 조명, 심지어 날씨의 변화 등을 현대극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통제하고 결정하면서 상상력을 발휘할 수가 있어 연출적인 면에는 자유롭고 흥미로웠다. 하지만 동시에 그 시대의 사람이 아니기에 현대인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정서가 참 답답했다. 계급이 모든 걸 결정하고 여성이 할 수 있는 게 제약이 많은 시대인 걸 받아들이고 그 상황을 연출해야 되는 게 머리로는 이해하려고 했지만 마음으로 이해하기가 참 힘들었다. 그래도 현대인의 관점에서 역사를 새롭게 해석하는 매력을 맛봤고 다음 번에는 색다른 시대와 색다른 인물들의 마음이 담긴 사극을 해보고 싶다. 하지만 당장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바로 사극을 들어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철저한 고증을 위한 노력에 대해서는 "계급에 따라 인물들의 예법, 자리 배치와 말투를 고민했고, 당시의 복식과 소품들을 고증 가능한 범위 내로 맞추고자 했다. 특히 친잠례나 계례식 등의 궁중 여성들의 행사는 선잠박물관 등에 문의를 해서 기록 한 줄과 그림 하나 하나 하나를 기반으로 촬영 준비를 했다. 동선이나 자리 배치에 있어서는 조경란 박사님의 자문이 큰 도움이 됐다. 작가님의 상상의 산물인 궁녀축제나 광한궁이 표현에 있어 가장 큰 도전이었다. 처소조차 어디였는지 추정만 될 뿐, 정확한 기록도 남아 있지 않은 궁녀들의 행사와 비밀 조직을 구현해내는 건 정말 막막했다. 당시의 풍습과 생활 등을 참고하며 모든 분야의 스텝들이 각각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여러 차례 회의를 했다. 다 그만두고 도망가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연출부와 미술팀 덕에 실체가 없던 내용들을 현실감 있게 구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 스태프들의 노력은 작품의 흥행으로 빛을 발했다. 시청률 5.7%(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로 시작해 17.4%로 종영한 것. 정지인 감독은 "방송을 함께 만들어 온 모든 스태프들과 배우 분들, 그리고 늦은 시간에 끝까지 함께 해주신 시청자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 원작과 대본의 힘을 믿었고 현장에서 배우와 스텝들의 에너지를 믿었기에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을 기대했는데 이 정도까지의 반향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 이 정도의 반응을 얻으니 그동안 고생 많았던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생각나고 그들과 함께 큰 만족감을 나눌 수 있어서 참 뿌듯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시청률 상승의 비결로는 "분명 쟁쟁한 경쟁작들 틈바구니에서 편성된 상황이라 첫 방송 전에 긴장 많이 했다. 그래도 좋은 대본을 바탕으로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진심을 가지고 열심히 만들어왔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분명 알아봐 주실 거라고 생각했다. 다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 에너지가 모여 최고의 팀워크를 만들었다. 좋은 팀워크가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또한 산과 덕임의 절절한 감정에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을 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역사가 이미 스포이기 때문에 모두가 아는 결말을 향해 달려가지만, 둘의 마음이 어우러지는 과정을 시청자들이 함께 따라가는 게 느껴졌다. 이는 결국 이준호와 이세영 배우 덕이라고 생각한다. 대사와 지문 이상으로 섬세하게 결을 나눠 산과 덕임을 연기한 두 배우 덕에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았다고 느낀다"며 모든 배우, 스태프들에게 흥행의 공을 돌렸다.

MBC 기대작 '검은 태양'보다도 훨씬 더 큰 흥행이었다. "'검은 태양'이 무사히 금토 시간대에 안착하는 걸 보고 다행이라 생각했다"는 정지인 감독은 "그리고 당연히 그걸 이어받는 부담이 컸다. 그나마 전작과는 다른 결의 작품을 선보이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목표 시청률은 딱히 없었다. 주변에서는 '사극이면 이 정도는 해야지' 뭐 이런 얘기들은 있었지만 같은 시간대의 다른 드라마들을 봤을 때 크게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편하게 마음먹고 하던 일을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 이준호, 이세영이라는 좋은 배우가 합류하면서부터 자신감이 충만했지만 시청률보다는 끝까지 드라마의 퀄리티를 좋게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는 당시의 마음가짐을 털어놨다.

원작을 집필한 강미강 작가의 반응은 어땠을까. 정감독은 "촬영 중에 출판사와 강미강 작가님이 커피차 등을 보내 현장을 응원해 주신 덕에 많은 힘이 됐다. 그 외에 따로 연락을 주고받은 적은 없다. 첫 방송 전에 너무 떨려서 막상 방송을 보시기 힘들 것 같다는 얘기는 전해 들었다. 지금 쯤은 보시지 않았을까. 다시 한번 이런 좋은 원작의 영상화를 허락해 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 외전, 현대판 등 제작 가능성에 대해서는 "산과 덕임의 이야기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완결이 됐다. 강미강 작가님이 최근에 외전을 내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 부분은 저의 소관이 아닌 것 같다. 또한 현대판 역시 생각해보지 않았다. 언젠가 다른 제작진과 배우들이 만드는 정조와 의빈 성씨의 이야기를 기대하겠다. 시간이 지나 더 진화한 형태의 이야기가 나올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당분간은 이준호와 이세영 배우의 산과 덕임이 오래도록 회자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사진=MBC '옷소매 붉은 끝동')

(인터뷰②에서 계속)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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