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시장 볕 들까..국채 금리 급등에도 낙관론 '솔솔'

노자운 기자 2022. 1. 1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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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물 금리, 한 달도 안 돼 19% 급등
"물가·추경·대선 불확실성, 1분기 지나 해소"
"한은, 기준금리 인상 강도 높이기 어려울 것"

인플레이션의 장기화와 한국은행 및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에 국채 금리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달 21일 이후 19% 가까이 오르며 작년 11월 초 전고점을 재돌파했다.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4~5번까지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 투자 심리는 악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하면 우리 중앙은행도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시장금리(할인율)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낮아지고, 자연스레 채권 매수 심리는 나빠지기 마련이다.

그래픽=이은현

그러나 최근 증권가에서는 올 1분기 이후 채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국은행은 이미 지난해 연준에 앞서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상한 데다, 이주열 총재의 임기 만료와 대통령 선거가 맞물려 추가 인상 강도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인플레이션 역시 기저효과가 크게 나타날 연초 이후에는 다소 완화할 가능성이 커, 채권 투자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 인플레이션·기준금리 인상 우려에 10년물·3년물 금리 급등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장금리의 지표인 국채 금리는 지난 달부터 급격히 오르고 있다. 작년 12월 21일까지만 해도 2.095%에 그쳤던 국채 10년물 금리는 현재 2.485%까지 오른 상황이다. 한 달도 채 안 돼 19%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국채 3년물 금리의 상승세도 가파르다. 통상 3년물은 기준금리 인상에 10년물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국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21일 1.719%에서 현재 2.038%까지 오른 상태다.

이 같은 국채 금리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다. 한국은행은 오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에서 1.25%로 올릴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인플레이션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미 중앙은행도 금리 인상 속도를 올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려놓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준금리는 지난 2020년 3월 금통위에서 1.25%에서 0.75%로 내려간 이후 작년 11월까지 줄곧 1% 아래에 머물러왔다.

올 1분기까지는 채권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증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김영학 하나금융투자 FICC구조화운용실장은 “대선 전후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가능성이 있으며 구정 전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얘기도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1분기까지는 국채 금리가 더 오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경을 편성하기 위해서는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국채 발행량이 늘면 자연스럽게 가격은 하락하고, 국채 금리(할인율)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도 채권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 초 물가지수는 지난해 기저 효과의 영향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채권은 만기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정해져 있어, 물가가 오르면 만기에 받을 돈의 가치가 낮아진다. 투자자들은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채권을 파는 것이 유리하다.

◇ “추경·대선 불확실성 해소되면 금리 하향 안정…1분기 이후 매수”

그러나 1분기가 지나면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고 채권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김 실장은 “유가가 급등하지 않는 한, 연초 이후 하반기로 갈수록 역기저 효과로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현 국채 금리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승 KB증권 채권운용부장은 “현재 국채 3년물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1.75%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기관들 사이에서는 현 시장금리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해 채권을 장기적으로 분할 매수하려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장은 또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 인상 강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존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해 3월에는 이주열 총재의 임기가 만료와 대선이 예정돼있어, 다음 정부에서 신임 총재를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검토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1월 금리를 한 차례 인상하고 나서 한동안 관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가능성도 우리 채권 시장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세계국채지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러셀이 발표하는 국채 지수로, 현재 미국·영국·일본·프랑스·이스라엘 등 20여개국의 국채가 편입돼있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WGBI 편입 효과를 면밀히 검토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한국 국채가 WGBI에 편입되면 글로벌 펀드 운용사들은 벤치마크 추종을 위해 한국 국채를 사야만 한다. 즉, 우리 국채에 대한 잠재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1분기 이후 채권에 대한 매수 포지션을 취할 것을 권했다. 김 실장은 “추경안이 나오고 대선이 마무리되면 국채 금리가 다시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 역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할 1분기가 지나면 금리가 하향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3분기 이후에는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우려가 다시 불거지며 국채금리가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 시장의 전망과 별개로 채권형 펀드에는 최근 들어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새해 첫주(1월 3~7일) 국내 채권형 펀드에 순유입된 자금은 3513억원이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2조2257억원, 6883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연말에는 자금 집행이 늘며 머니마켓펀드(MMF) 등에서 단기 자금이 많이 빠져나갔다가 연초가 되면 다시 유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채권형 펀드에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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