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느슨한 연대'가 현실이 된다면.. 더 용기 나지 않을까요?"

박동미 기자 2022. 1. 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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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사람 덕에 관계나 사랑이 깊어지는 얘기가 좋아요. 또 소설을 읽으며 '현실도 이러면 좋겠다'고 바라게 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래야 우리가 일상에서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세상이 조금씩 전진한다고 믿고 싶거든요."

일본에서만 150만 부가 팔린 '마호로 역 시리즈'(전 3권·은행나무)를 쓴 미우라 시온(46·사진) 작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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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royuki Matsukage

■ 日 150만부 ‘마호로 역 시리즈’ 한국판 완간 미우라 시온

소설 속 인물들 모두 흠 있지만

주변 위해 늘 고민하고 행동해

친구 옆에서 수다 떠는 일상이

사람 마음 구원할 수 있다 믿어

3권 다 읽어야 수수께끼 풀려

완결편 전할 수 있어 이제 안심

비행기 싫지만 여행은 목 말라

배 타고라도 韓 독자 만나겠다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사람 덕에 관계나 사랑이 깊어지는 얘기가 좋아요. 또 소설을 읽으며 ‘현실도 이러면 좋겠다’고 바라게 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래야 우리가 일상에서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세상이 조금씩 전진한다고 믿고 싶거든요.”

일본에서만 150만 부가 팔린 ‘마호로 역 시리즈’(전 3권·은행나무)를 쓴 미우라 시온(46·사진) 작가의 말이다. 그의 소설은 그의 말대로여서, 읽다 보면 어느새 꿈꾸게 된다. 이런 세상 어디 없나 하고. 마호로 역 시리즈도 그렇다. 이 소설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도 안 할 것 같은 일을 전심으로 ‘대신’ 해 주는 두 남자 ‘다다’와 ‘교텐’이 산다. 정원 청소, 헤어진 남자친구 퇴치, 남편의 유품 정리, 야반도주한 세입자의 짐 치우기…. 소설은 이 소소하고 대단한 심부름이 어떻게 마음들을 치유하고 세계를 바꿔 나가는지 유쾌하게 보여준다.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영화와 만화로도 만들어진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과 두 번째 편 ‘마호로 역 번지 없는 땅’이 나온 지 벌써 7년.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마지막 편 ‘마호로 역 광시곡’까지 전부 한국 독자들을 만나게 됐다. 시리즈의 한국판 완간을 계기로 미우라 작가를 이메일로 만났다. “새로운 한국판 표지가 아주 멋있더라”며 이야기를 시작한 그는 “시리즈 전체를 읽어야 등장 인물의 여러 가지 수수께끼가 풀린다. 드디어 완결편을 한국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게 돼 기쁘고 안심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호로 역 시리즈’는 국내에 일본 문학 붐이 일었던 2000년대 중반 이미 1·2권이 출간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요즘 독자들에게 미우라 작가는 일본 서점 대상 1위를 한 ‘배를 엮다’와 근작인 ‘사랑 없는 세계’로 더욱 친숙할 것 같다. 특히, ‘사랑 없는 세계’는 식물에 모든 열정을 쏟는 연구자와 그를 사랑하게 된 한 남성이 사람 아닌 식물과 ‘경쟁’하는 이야기로, 코로나19로 외출이 줄고 식물 키우기에 관심이 한층 높아진 때에 출간돼 더욱 주목받았다. 미우라 작가에게 ‘반려식물’과 ‘식물집사’라는 단어를 알려주자 “굉장히 재미있는 말”이라며 흥미로워했다. “그렇다면 저도 자칭 ‘식물집사’입니다. 매일 시중들 듯 식물을 먹여 살리고 있으니까요. 잎이 큰 화분들이 텔레비전을 가려도 불평하지 않고요!”

미우라 작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작가로서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비행기를 싫어해 해외를 잘 가지 않는데, 코로나19로 못 가는 상황이 되니 이상하게 여행이 가고 싶다”며 겸연쩍어했다. “즐거운 만남이나 새로운 풍경이 없다는 건 역시 재미없는 일이에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한국 독자들부터 꼭 만나고 싶어요. 그런데 아마 배를 타고 갈 것 같아요. (웃음)”

마호로 역 시리즈의 배경은 도쿄(東京) 외곽 베드타운, 가상의 ‘마호로’시다. 이는 실제 미우라 작가가 20여 년 살아온 마치다(町田)시를 모델로 했다. 소설은 이곳을 “외부의 다른 공기를 받아들이면서도 굳게 문을 닫아건 낙원” 혹은 “유행이 지난 문화와 오갈 데 없는 사람이 맨 마지막에 찾아드는 곳” 등으로 표현한다. 대강 보면 다 비슷비슷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도, 도시도 각자의 매력과 개성이 깃들어 있다는 의미일 터. 무엇보다 이렇게 손 닿는 곳, 결국 발 디딘 곳에서부터 행복과 구원이 시작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소설 속 인물들은 어찌 보면 조금씩 흠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자신과 주변에 무엇이 중요한가를 항상 고민하고 생각하고 실행해 옮기는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그런 ‘느슨한 연대’가 사람의 마음을 진정으로 구원할 때가 있지요. 친구에게 달려가 옆에 앉아 수다를 떨 수 있는 일상처럼요. 그런 날이 곧 올 거예요. 책 재밌게 읽으세요!”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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